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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타이페이에 머무를 때 일입니다. 나는 어느 벤치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늘 아래서 서늘한 바람을 느꼈습니다. 청설모들이 바로 옆으로 두려움 없이 다가옵니다. 내게 먹을 것이 없는지 묻는 듯했습니다. 나는 미뤄뒀던 책을 꺼내 읽었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떨어지는 햇빛을 비추어 읽었습니다. 어느 문장에서 나는 읽기를 멈췄습니다. 그리곤 나의 지난 잘못과 앞으로의 기대를 떠올려봅니다. 둘 다 손댈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부질없다는 걸 알지만, 잘못은 후회로 삼키고 미래는 막연히 다짐해볼 뿐이었습니다. 호텔에서 마신 커피 덕분인지 나른해졌습니다.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살이 오른 흰색 개가 길가에 누워있었습니다. 어느 아주머니가 살갑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얌전하게 누워있던 개는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습니다. 그 앞에는 노숙자가 쓰레기통을 식탁 삼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가다 보니, 한 아저씨가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돈을 구걸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운명이란 것이 있다면, 내가 마주친 이 일련의 장면이 내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부터 나는 하루 종일 호텔방을 나가지 않았습니다. 문고리에는 ‘Do Not Disturb’라는 팻말을 걸어놓았습니다. 방청소를 하지 않아도 괜찮냐는 프런트 데스크의 연락에 나는 괜찮다고 답했습니다. 창문은 커튼이 드리워진 채였습니다. 방 안에는 모든 게 있었습니다. 물과 커피, 화장실과 침대, 핸드폰과 책. 그것이면 충분했습니다. 한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 바깥에는 내가 모르는 세상이 있었습니다. 호텔은 세계 어디를 가든 익숙한 모양이었습니다. 나는 타지에 와서도 내가 아는 편안함과 익숙함 속에 스스로를 가뒀습니다. 나는 여행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나의 두려움을 애써 감춰볼 뿐이었습니다. 손 내밀면 내게 이빨을 보이는 것. 쓰레기통 위에서 밥을 먹고, 바닥에 머리를 박아대는 것. 새로움을 앞에 두고 스스로를 가두는 것. 그 두려움을 비겁한 핑계로 가리는 것. 사는 게 그런 것이라면, 내가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사랑을 하는 일이 대체 어떤 소용이 있는 걸까요. 이런 별 것 아닌 사건들에서 존재의 허망함과 허무주의를 실감하는 나는 얼마나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존재인가요. 호텔에서 나는 ‘지구 평평설’을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그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습니다. 너무나 확신에 차있어서 어떤 증거 자료를 접해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허망한 마음입니다. 나는 비웃을 수 없었습니다. 나 또한 지금껏 얼마나 많은 잘못들을 진실이라 믿으며 살아왔을까요. 내 앞에 보이는 명백한 것들을 무시한 채 나의 미련한 고집대로 살고 있을까요.
2019년 11월 둘째주
생각이 많아 지친 날에
윤성용 드림 ✒️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자의식이 강해서인지 나는 "또 포기해버렸어, 역시 나는 실패자야...." 하면서 나 자신에게 유독 크게 상처받고 도망쳐버린다. 포기하고 실패한, 그러니까 '완벽하지 않은 나'를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대체 나 자신을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신으로 태어났어야 했나?...[더 읽기] 저는 수많은 '게으른 완벽주의자'들 중에 한 명입니다. 둘 다 벗어나고 싶어요. 부지런하고 그냥 쉽게 시도해보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뉴스레터를 쓸 때마다 '왜 내 글은 이렇게나 부족할까'라고 생각해요. 3번쯤은 글을 뒤집고 난 뒤에, 괜시리 위로가 된 이 글을 '게으른 완벽주의자'분들께 헌정합니다. 생각은 많이 하는데 몸은 지치고 근무는 피로하고, 주말이 되면 쉬어가는 데에 벅차서 행동은 과거에 비해 많이 준다. 예전이었으면 일단 책부터 사고 시작했을 텐데, 이제는 침대에 누워있는 게 더 좋다. 내 안에 있는 행동력 에너지가 고갈 된 느낌도 든다...[더 읽기] 여러분의 주말은 어떠셨나요. 아무리 꽂아도 충전이 되지 않는 핸드폰 같지는 않으셨나요. 생각은 많은데 체력이 없는 자신이 슬프진 않으셨나요. 왜냐면 제가 그랬거든요. 생각이 많으면 피곤해진다지만, 둘 중에 고르라면 그래도 생각이 많은 사람이고 싶어요. 어쩐지 깊이를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어서요. 🎧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내가 널 좋아하는 마음은 너만 모르죠 너무나 아파 사랑이라는 글자는 너무 설레는데 마음이 느끼는 건 너무 아프다 몇 년 전, 커버송을 통해 알게 된 싱어송라이터예요. 살며시 막힌 목소리가 매력적이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마냥 설레지만은 않다는 생각으로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아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너무도 아파, 좋아도 아파'라는 마음, 혹시 공감하고 있나요? 📮 F E E D B A C K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가슴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답장을 원한다면 메일 주소를 함께 남겨주세요. 🔗 L I N K 이대로 헤어지긴 아쉬워요 PS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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