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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나의 친구 에게 잘 지냈나요?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그럴 때가 있지 않나요. 바로 오늘 일어난 일인데도, 꿈처럼 아득히 멀게 느껴질 때 말입니다. 내게는 이곳의 하루하루가 그렇습니다. 조금이나마 내가 느낀 감정을 당신에게 전해주고 싶어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여기는 어느 지중해 섬입니다. 햇빛은 유난히 따뜻하고 풀들은 천천히 흔들리는 곳입니다.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투박한 돌산을 볼 수 있습니다. 코끼리 엄니 색 건물들은 언제 보아도 새로웠습니다. 나는 매일 아침 이 풍경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어디로부터 어떤 여정을 거쳐서 이 도시에 남게 되었는지를 되짚어봐야만 했습니다. 오후에는 낯선 골목을 산책했습니다. 돌로 된 길을 성벽을 따라서 걸었습니다. 낡은 간판을 읽고 맥주를 마셨습니다. 나는 돌담에 몸을 기대어, 바다와 선착장과 오래된 교회를 사랑했습니다. 이 섬에서 나는 다시금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를 떠올립니다. 바다는 가까이서 보면 수많은 높낮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그것들은 한데 모여 꼭 한편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것이 살아가는 일과 닮아있어서 오랫동안 바라보기를 좋아했습니다. 이 섬은 은퇴한 노부부와 닮았습니다. 나는 머무르는 동안 '왜 우리는 열심히 살아야 할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사실은 이 도시처럼 그냥 흘러가도 괜찮지 않겠냐는 마음이었습니다. 나는 어떠한 이룸이나 나아짐을 바라지 않고도 기뻐할 수 있는 삶을 상상해보았습니다. 그러자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내 인생은 불행한 것이다.'라는 믿음이 지금껏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나는 이 섬이 주는 여유로움에 쉽게 길들여졌습니다. 가끔씩 울리는 종소리에도 초연해질 무렵이었습니다. 이런 우화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개의 꼬리를 잘라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 주인은 개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하루에 1인치씩 잘랐습니다. 그는 꼬리를 조금씩 잘라서 어떻게든 사랑하는 개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결국 그는 사랑하는 개에게 더 많은 고통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나는 그 고통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나는 이 도시를 점점 사랑했고, 시간은 나의 꼬리를 조금씩 잘라내고 있습니다. 나는 '행복'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무 무분별하게 쓰여서 닳고 닳은 단어라는 생각입니다. 지금껏 대체할만한 단어가 없어서 썼을 뿐입니다. 이제 나는 이 섬의 이름으로 대신하면 어떨까 합니다. 테라스에서 노을이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실 때, 또는 하루가 영원처럼 느껴질 때, 또는 어떠한 외로움이나 괴로움이 감히 나를 덮치지 못할 때, 나는 이 섬의 시간을 꺼내어 중얼거릴 것입니다. 그러니 나는 꼬리를 1인치씩 잘라가는 이 시간을 소중히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2019년 11월 첫 주
어느 지중해 섬에서 윤성용 드림 ✒️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여행가방을 꾸리다가 드러난 내 욕망의 던적스러움에 부끄러워진다. 여행 가방 안에는 덜어내고 남는 최소한도의 물건들만 남는다. 그 간소함이 곧 삶의 복잡함을 이기고 새로운 질서를 부여할 것이다'라고. 시인의 구절을 마음속 깊이 담으며...[더 읽기] 조금 오래된 브런치 글입니다만, 여행 짐을 꾸릴 때면 떠올리곤 해요. 채우는 일보다 비우는 일이 더 힘들다는 걸 느끼게 되거든요. 나는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 떠나는데, 제 배낭과 캐리어에는 차마 버리진 못한 욕망이 쌓여있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막상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리 많지 않은데 말이죠. 아아 치앙마이의 매력이란. 나는 이 곳의 여유로움과 현재에 충실한 삶의 방식, 곳곳의 푸른 정원과 아티스틱한 분위기에 흠뻑 빠져버렸다. 조금은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느끼고 싶다면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더 읽기] 치앙마이에 가고 싶게 만드는 브런치 글이에요. 여유로움과 현재에 충실한 삶의 방식이 매력적인 도시라고 해요. 치앙마이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책을 잔뜩 들고 가서는, 온전히 독서와 글쓰기, 음악 감상을 위한 시간을 갖는 거예요. 지켜야 할 것은 나와의 약속 말고는 없는 그런 곳에서요. 🎧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Floating in the ocean Surfing with the whale 저 바다 끝으로 가면 두고 올 수 있겠지 비행기 안에서 주로 무엇을 하세요? 저는 여행 느낌이 나는 음악을 들어요. 꽤 길었던 이번 비행에서는 이 노래만 들었어요. 자신들의 음악을 리듬으로 표현해보다가 '잭, 킹, 콩'이라는 소리를 내게 되었대요. 그것을 그룹명으로 삼기로 했구요. 노래를 들을 때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는 거 있죠. 투명한 바닷가와 수면 위에 떠있는 사람들과 노란 햇볕과 시원한 맥주가 떠오르거든요. 📮 F E E D B A C K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 뉴스레터 받는 요일과 시간을 바꾼다면, 언제가 좋을까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가슴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답장을 원한다면 메일 주소를 함께 남겨주세요. 🔗 L I N K 이대로 헤어지긴 아쉬워요 PS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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