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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우리 가족은 일 년에 네 번 모입니다. 설날과 추석, 나와 동생의 생일이 그때입니다. 우리는 일정한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듭니다. 저녁식사를 하고. 맥주를 한 캔씩 마십니다. 술기운이 알딸딸하게 오르고. TV 프로그램은 재미가 없어집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김없이 옛날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옛이야기는 언제나 '아이고, 그 조그마한 것들이 이렇게 컸네.'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너는 어렸을 때 참 많이 울었어. 아마도 널 가졌을 때 엄마가 많이 울어서 그런가 봐. 입덧도 어찌나 심하게 하든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참 힘들었다." "네가 세상에 나왔을 때 모두 깜짝 놀랐어. 일단 머리숱이 빼곡하게 자라 있었고. 키가 어찌나 크던지... 아기 무게 재는 저울 바구니에 다리를 걸칠 정도였다니까. 간호사들도 처음이라고 그랬어." "바퀴 달린 보행기에 태우면 집 전체를 슝 하고 달리는 거야. 그러다가 저 신발장 구석에 걸려서 넘어지고 그랬어. 거기서 조금 더 컸을 때는 배트맨 놀이도 하고 말이야. 그때는 참 활발했는데." "덩치도 산만한 애가 맨날 친구들한테 맞고 왔어. 너도 맞지만 말고 때려주라고 하니까 '내가 때리면 친구가 아파하잖아요'하면서 우는 거야. 미련할 정도로 순진한 아이였지." 그럴 때면 나는 묵묵히 잊고 있던 옛 기억을 되살려보곤 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우리의 대화는 언제나 초등학생 때 기억에서 멈춘다는 점입니다. 내게는 그때가 가장 걱정 없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만. 그 이후에도 우리 가족이 함께였다면 우리는 지금쯤 어떤 이야기를 더 나누었을지 자꾸만 생각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이런 레퍼토리는 반복될 것입니다. 언제나 들어왔던 내용이지만 나는 언제나 기다릴 것입니다. 그때만큼은 나는 행복했던 날, 행복했던 가족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려놓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도 지속하기 위해선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 가족을 붙잡는 건 추억하는 힘입니다. 우리가 추억하는 시간마저 결국엔 언젠가의 추억이 되겠습니다.
2019년 9월 셋째주
추석과 가족을 보내며 윤성용 드림 ✒️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 명절 아침, 아빠는 대성통곡하는 나를 끌고 갔다 - 이드id
효도라는 게 참 얄궂다 부모님 살아 생전에 깨닫지 못한다 어릴 적에 한 달에 한 번, 아버지를 만나면 꼭 하는 게 있었습니다. 함께 목욕탕에 가고, 두부 전골을 먹고, 드라이브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몇 년째 같은 일을 반복했습니다. 가끔은 다른 게 하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아버지는 말하셨습니다. '이것도 곧 추억이 될거다. 나중에는 생각 많이 날거야.'라고요. 돌이켜보면 정말로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런 글을 읽을 때면, 부모님과 함께할 기회가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도 잊지 않게 됩니다.
* 지나친 배려도 상처가 될 수 있다 - 김주미
나는 '배려'라고 쓰지만 누군가에겐 '거리감'으로 읽힐 수 있다 나의 배려가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가 될 때도 있습니다. 상대방을 위로해주고 조언했던 일이 그에게는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될 때도 있었습니다. 혹은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나의 아픔과 고민을 나누지 않았았습니다. 그것이 오히려 서운함으로 돌아올 때도 있더군요. 우리는 서로에게 적당히 거리를 두고, 또 적당히 기댈 줄 알아야 하나 봅니다. 여전히 저에겐 퍽 어려운 일입니다. 🎧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바람이 부르는 어딘가에서 Somewhere out where the wind callin' 나는 너를 찾고 있었어 I was on my way to find you 서툰 고백같은 노래입니다. 풍부한 성량이나 뛰어난 기교없이도 감동을 줍니다. 꾹꾹 눌러서 담담합니다. 마음이 담아서 부른다는 건 그런 것입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 또한 그런 것입니다. 사실 영화 <싱 스트리트(Sing Street)>를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우연히 들은 이 노래가 가끔씩 떠오릅니다. 주인공이 어떤 심정으로 이런 노래를 부르는지 가만히 상상해보고는 합니다. 분명 좋은 영화일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 F E E D B A C K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가슴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답장을 원한다면 메일 주소를 함께 남겨주세요. 🔗 L I N K 이대로 헤어지긴 아쉬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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