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 또한 부끄러운 일을 많이 저지르며 살았습니다. 술에 잔뜩 취해서 부모님께 '사랑합니다.'라고 말한다든지, 일어나 보니 왕십리 길바닥이었다든지, 좋아하는 여자 후배 앞에서 카드 한도 초과로 쩔쩔매던 모습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귀엽게 봐줄 수도 있겠습니다. 내게는 애초에 떠올리기 조차 싫은 부끄러운 기억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끄러운 것은 동생에 관한 기억입니다. 나는 두 살 차이 나는 남동생이 있습니다. 동생은 어릴 적부터 나를 곧잘 따르고 의지했습니다.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도 나와 닮았습니다. 때는 교회에서 어린이 찬송 대회가 있던 날입니다. 우리 둘은 함께 무대에 나가 노래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일까요. 동생은 음치였습니다. 동생의 노래는 나와 피아노 반주와는 음정이 맞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화음이 어긋난 채로 노래를 마쳤습니다. 나는 자리에 돌아가자마자 고개를 숙였습니다.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동생이 창피했습니다. 바보 같은 모습을 보여준 우리가 창피했습니다. 슬쩍 옆을 보니 동생도 울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창피해하며 울고 있는 나를 보고 동생도 울음을 터뜨린 것입니다. 나는 당시 어린 나이었지만, 그 순간에 느낀 부끄러움을 아직도 잊지 않습니다. 나의 부끄러움은 내가 동생을 창피해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릴적부터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았습니다. 동생에게 나는 형 이상의, 그러니까 부모님의 대체자 같은 존재였을 것입니다. 그런 내가 자신의 완벽함을 망쳤다는 이유로 동생을 외면했습니다. 큰 상처였을 것입니다. 그만큼 나는 강박적이었습니다. '엄마가 없으니 자식이 이 모양이지.'라는 말을 죽기보다 듣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타인에게 언제나 완벽하게 보이지 않는 것을 참지 못했습니다. 이 일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사과하지 못해서입니다. 지금 동생은 누구보다도 친한 친구입니다. 그러니 그 일을 굳이 들춰낼 필요가 없을뿐더러 동생에게 이야기해봤자 '그런 일이 있었나'하고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동생이 술에 취하면 유독 노래방에 집착한다든지, 나의 눈치를 살핀다든지, 본인의 부족함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면 한편으로는 나 혼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큰 상처를 하나씩 남겼습니다. 그중에서 몇 가지는 어린 나이에 행해진 것이었고 잘못을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치열하게 노력하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수많은 부끄러움을 견뎌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중요한 건 '부끄러움을 잊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가장 부끄러운 일은 부끄러움을 모를 때 생기기 때문입니다.
2019년 9월 둘째주
나의 동생을 생각하며
윤성용 드림 ✒️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 썩은 복숭아를 잡는 사람 - 청민
'가만히 자신의 몫을 양보하는 사람' 자신은 손해를 보면서도 타인에게 양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하기도 했습니다. 친절이 계속되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손해를 본다는 걸 알면서도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그 친절은 정말로 값지고 따뜻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사람들이 탐스러운 복숭아를 모두 가져갈 때, 마지막 남은 썩은 복숭아를 잡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 이런 건 나도 만들겠다고? 그건 네 생각이고 - 김신지
'이런 것을 결코 하지 않을 사람들이 쉽게도 던지는 말' 우리는 너무도 쉽게 마주합니다. '별 거 아니네. 이런 건 나도 할 수 있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 자신들도 이런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정작 중요한 건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했는가'이더군요.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것, 그리고 꾸준히 해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비록 지금 결과가 어설프고 엉성하더라도 그 노력이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할 수 있는가'는 우리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난 와르르 무너지고 말아 나의 맘은 와르르' 오랫동안 참아 왔습니다. 뉴스레터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서 추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상관말고 넣어야 겠습니다. 한 달 내내 들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Colde(콜드)는 offonoff의 음악으로 처음 알게 되었고 직접 공연을 보러가기도 했습니다. 그의 음악은 남녀노소, 누가 들어도 좋아할만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차가운 목소리로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최근에 나온 '와르르'를 좋아합니다. 훌륭한 세션의 연주와 라이브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그의 음악을 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 F E E D B A C K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가슴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답장을 원한다면 메일 주소를 함께 남겨주세요. 🔗 L I N K 이대로 헤어지긴 아쉬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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