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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나는 잘지냈어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퇴사를 했습니다. 첫 퇴사는 시원섭섭한 맛이었습니다. 마치 오래된 이별을 받아들인 사람 같았습니다. 사랑했습니다. 이 말이 어색한 줄은 알지만 다른 국어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첫 회사와 나의 관계는 분명 사랑이었습니다. 모자라고 서툴렀습니다. 잘하려고 애썼습니다. 버려질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기록하고 전했습니다. 조금이나마 기여했을 적에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회사를 떠나면 무기력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무섭게 적응했습니다. 나의 몸은 아무것도 아닌 상태를 빠르게 체화했습니다. 인간의 적응력에 다시금 감탄했습니다. 가까운 친구는 말했습니다. 네가 젊은 날에 맞이할 마지막 '백수 신분'이 될 거라고. 나는 이 짧은 시간을 더 헛되이 보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이직이 결정됐습니다. 첫 이직은 싱숭생숭한 기분입니다. 마치 전학을 가는 중학생 같습니다. 떨어질 줄 알았던 면접에 붙었습니다. 나는 그들이 나를 잘못 보고 뽑은 것은 아닐지 불안했습니다. 기대하는 만큼 해낼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습니다만. 나는 그저 '세상은 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 어색할 첫 출근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직무로 일하게 됐습니다. 직업이 꿈이라고 믿던 시절에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선택입니다. 익숙한 환경을 버리고 새로움과 어려움을 받아들이며 우리는 성장합니다. 그건 알면서도 몸소 실천해내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맨 처음으로 돌아가, 바보 같고 서툴고 능력 없는 '나'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그러나, 나는 두렵지 않습니다. 부족한 나를 공개하는 일을 지금껏 훈련해왔습니다. 맨바닥에 있는 나도 괜찮다는 사실을 나는 회사에서, 글쓰기에서, 그리고 사랑에서 배웠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나를 인정해주고 응원해주고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나는 최근에서야 깨달았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추락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모두 당신들의 덕분입니다. 나는 그렇게, 퇴사와 이직 사이에서, 내가 그동안 사랑받고 있었음을 다시금 발견하고 있습니다.
2019년 10월 둘째주
퇴사와 이직 사이에서
윤성용 드림 ✒️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엄마를 위로하던 하얀 눈처럼 담백하고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고수리 작가님이 브런치에 쓴 첫 글입니다. 2015년 7월이었습니다. 그녀의 글에는 유난히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가장 힘든 시기에 지켜본 엄마의 모습을 가장 뚜렷하게 기억하는 듯합니다. 눈이 부딪히듯 '싸박싸박 싸박싸박' 살아온 시간이 얼마나 고단했을까요. 그녀는 엄마를 위로하던 눈처럼 담백하고 따뜻한 글을 쓰겠다고 다짐합니다. 그 다짐이 지금까지 글을 쓰게 만들었던 동력이겠습니다. '비정상, 소수자를 담은 다이안 아버스의 사진들' 우리는 누군가를 연민할 권리가 있을까요? 포토그래퍼 '다이안 아버스'의 카메라는 정신병자, 성도착자, 선천적으로 기형인 사람들을 담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당당합니다. 마치 '뭐, 어때. 이게 바로 나인걸'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그녀의 사진은 말합니다. 그들은 동정이나 연민, 구원의 대상이 아니라고. 그 감정은 어쩌면 '나는 그들과 다르다. 나는 우월하다.'라는 마음에서 생겨난 오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우-우-우린 너무 닮아서 서로 다른 그 점을 사랑해 담담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우연히 윤지영 님 노래를 뮤직비디오로 접했습니다. 독특한 분위기와 알 수 없는 가사가 인상 깊어서 다음날에도 찾아들었습니다. 노래 소개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있습니다. "우린 너무 닮은 모습을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그 닮음 사이에 완벽히 다른 점을 보았기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묘한 모순이 듣는 이의 기억 속을 어렴풋이 비춰줍니다. 📮 F E E D B A C K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가슴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답장을 원한다면 메일 주소를 함께 남겨주세요. 🔗 L I N K 이대로 헤어지긴 아쉬워요 PS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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