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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기분 어때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나의 사춘기는 대부분 우리 집 화장실에서 형성되었습니다. 학창 시절에 할아버지, 할머니, 남동생과 함께 살았습니다. 개별난방도 안 되는 오래된 아파트였습니다. 좋은 점은 딱 한 가지였는데 화장실이 두 개라는 점이었습니다. 네 식구가 쓰기에는 하나로도 충분했으므로, 구석에 있는 화장실은 자연스럽게 창고처럼 쓰였습니다. 사춘기 시절, 나는 반항심이나 예민성을 크게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그때 으레 표출했어야 할 감정은 20대가 돼서야 가까스로 뱉어낼 수 있었습니다. 대신에 나는 책과 음악으로 사춘기를 보냈습니다. 그 장소는 대부분 창고 같은 우리집 화장실이었습니다. 나는 도서관에서 서너 개의 책을 빌려온 뒤, 화장실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밖으로 나갔습니다. 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나 미하엘 엔데,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또는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 소설이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앉아있는 화장실은 개미의 세계, 사후 세계, 환상의 세계가 되었습니다. 나는 다리가 저린 줄도 모르고 빠져들었습니다. 어떨 때는 5시간 동안 화장실 밖을 나오지 않아서 할머니와 동생은 실종된 나를 찾으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음악을 접하게 된 건 MP3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가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모두 주고 친구의 낡은 MP3와 바꾸었습니다.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불을 끄고 문을 닫았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어폰을 끼고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기타 리프가 귓가에 울렸습니다. 이윽고 베이스와 드럼이 크게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록 음악이었습니다. 어느새 나는 공연장 무대에 서있었습니다. 어깨에는 기타를 메고 한 손에는 마이크를 들고 무대를 누볐습니다. 수많은 관중 앞이었습니다. 환호하는 사람들을 향해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음악이 끝나면 다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어두운 화장실에서 나는 그렇게 사춘기를 보냈습니다. 그것은 격정적이지만 내면적이고 얌전한 방식이었습니다. 나에게 사춘기는, 내 감정과 생각은 잘 모르지만 표출하고자 하는 욕구는 있는 상태에서 발하는 충돌에 가까웠습니다. 때로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정면으로 부딪히려는 충동을 가까스로 참아내야만 했습니다. 그런 내게 화장실은 온전히 나로서 남아있을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책과 음악으로 감정을 이해하는 법을 연습했습니다. 나는 화장실에서 홀로 어른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제는 내 감정을 스스로 해결할 줄 압니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심심하면 휴대폰을 켜고, 외로우면 사람을 만납니다. 그러나 가끔은 그리운 것입니다. 동떨어진 공간에서 나만의 세계를 상상하던 시간이 말입니다.
2019년 10월 셋째주
윤성용 드림 ✒️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그렇게 어렸으면서 어린 줄 몰랐던 저녁 땅을 보면서 했던 말' 팟캐스트 <더파크>를 진행하는 '정우성'님의 에세이입니다. 우리는 어른이 되기도 전에, 모든 것이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됩니다. 내가 살던 동네, 함께 놀던 친구들, 매일 가던 떡볶이 집까지 말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무색하게 흐릅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은 매우 빠르게 바뀌어 나갑니다. 우리는 정신없이 적응해가며 변화하죠. 성장했다고 느끼는 동시에, 무언가를 잃어버린 기분이 듭니다. 그러면 문득 떠올리게 되는 것같아요. 그때 내가 붙잡고 싶었던 것은 어떤 시간이었는지를요. '변화에 따를 상처와 좌절이 두려울 때 비관주의는 자라난다' 행복해서 불안할 때가 있나요? 저는 조금 알 것같아요. 아직 터지지 않은 시한폭탄이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느낌이요. 괜히 초조해져서 행복을 온전히 느끼기 어렵기도 하죠. 마음이 약해질 때, 두려움을 먹고 비관주의가 자라난다는 문장이 와닿았어요. 이 글은 일러스트레터이 '댄싱스네일'님이 직접 그리고 쓴 에세이입니다. 만약 나의 행복이 불안하다면 이 글을 읽어보고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혹시 스스로를 불안으로 혹사시키는 건 아닌지, 마땅한 누릴만한 행복을 쉽게 놓쳐 버리는 건 아닌지를요. 🎧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제목부터 특이하죠. 노래는 에세이를 읽는듯 담담하고 먹먹합니다. 노래라고 하기보다는 멜로디가 있는 '자기고백'에 더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처음엔 '이게 뭐지?'싶다가도 계속해서 귓가에 맴돕니다. 가사가 일상적이고 와닿아서 아무래도 금방 기억에 남습니다. 영상은 아주 조금씩, 느린 속도로 움직입니다. 미처 그들이 노래를 부르기도 전에 노래가 끝납니다. 여러분들은 이 음악으로 어떤 생각과 감정을 떠올리실지 궁금해집니다. 📮 F E E D B A C K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가슴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답장을 원한다면 메일 주소를 함께 남겨주세요. 🔗 L I N K 이대로 헤어지긴 아쉬워요 PS I lov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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