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 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Photo by Mak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조금 이른 회고(回顧) 이제 두 번의 주말을 보내면 올해는 끝이 난다. 세상은 벌써부터 내년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서점에는 트렌드를 정리한 책들이 나오고, 새로운 달력과 다이어리를 선물하며, 사람들은 하나둘씩 올해의 책이나 영화를 선정하고 있다.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볼 때면 막막한 마음부터 든다. 내가 그린 365개의 그림들을 한 군데 모아놓고 저 멀리서 바라보는 기분이라고 할까.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해석하는 일에는 창조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회고는 일종의 취미활동이자 더 나아가 예술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나도 조급한 인간 중 하나로서 조금 이른 회고를 해본다. 돌이켜보면 '살아갔다'기 보다는 '살아졌다'에 가까운 날들이었다. 운전 실력이 거친 기사님의 버스에 올라탄 기분으로 보냈다. 멀미가 날 정도로 마음이 자주 바뀌었고 몸도 항상 피곤했지만 그래도 어찌 됐든 앞으로 나아갔다. 이를테면 가까이서 보면 지그재그, 멀리서 보면 직선이었다든가, 주식으로 치면 상승과 하락을 오가다가 결국은 미세한 반등이었다는, 뭐 그런 식의 이야기다. 유난히 자주 도망쳤다. 크고 작은 불안들,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들로부터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나를 성장시킨 순간은 불확실성을 끌어안을 때 일어났다. 모든 불안은 실제로 마주했을 때 내 생각보다 컸던 적이 없었다. 이 감각은 수백 번을 체험했어도 여전히 미숙하다. 원하는 것이 줄었다. 의욕과 호기심이라는 거 참으로 소중하다. 언제나 주어지지 않는 선물이다. 일단 불씨가 있어야 장작도 넣고 풀무질도 할 텐데 말이다. 간절하게 원한다는 건 살아있다는 의미다. 본질적으로 의욕이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지쳐있을 뿐이다. 나를 지키기 위한 규칙들이 생겨났다. 되도록 계단으로 오르내릴 것, 술을 마시면 이틀은 쉬어갈 것, 커피는 하루 한 잔만 마실 것, 물을 자주 마실 것, 영양제를 매일 챙겨 먹을 것, 매일 아침 계획을 세울 것, 말은 아끼고 행동으로 보여줄 것,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할 것... 그렇게 규칙이 생겨날수록 내 삶에 일어날 수 있는 변수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 때는 부러워했었던, 한편으로는 아쉬운 날들을 지나고 있다. 그렇게 또 한 해가 갔다. 내 마음처럼 된 적 없던 날들을 머리카락 자르듯 보내준다. 지난 후회들, 아쉬움들을 모두 털어내고, 새손님을 맞이할 시간이다. 2021년 12월 13일 내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윤성용 드림 당신이 읽었으면 하는 글 빛 좋은 개살구 이렇다 보니 과일을 싫어하는데도 살구만큼은 도통 미워할 수가 없다. 아니, 이제 나는 비로소 좋아하는 과일 하나가 생긴 셈이었다. 내가 받은 살구는 언제나 빛이 좋았고 거기 개살구는 한 알도 없었다. 언제나 완벽한 살구였다. 한 입 베어 물면 여태 꿈꿔오던 일들이 널브러져 있는 숲에서 무엇이라도 하나 골라잡아 새로이 도모할 수 있을만한 힘이 차오른다. 여름의 기쁜 일이다. 오늘은 작가 박하 님의 에세이를 소개해드립니다. 작가님은 마트에서 마감세일 중인 살구를 보고, 어느 외진 마을에서 동네 아이들이 건네주었던 살구를 떠올립니다. 지천에 깔린 것을 소매로 쓱쓱 닦아서 내어준 살구맛은 달고도 포만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철이라는 이름으로 잠깐의 싱그러움과 빛나는 순간을 지나는 살구는 우리 삶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님은 살구에 대한 추억이 있으신가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 Michael Jackson - Rock With You 오늘은 마이클 잭슨의 'Rock With You'를 소개해드립니다. 1979년에 나온 앨범 수록곡으로 마이클 잭슨이 20살이 되던 해에 발매한 노래입니다. 디스코 시대의 마지막 명곡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련되고 신나는 음악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마다 꺼내어 듣는 노래예요. 3분만에 걱정이 사라지고 어느새 몸을 흔들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돼요. 그것이 음악이 가진 힘이겠지요. 뮤직비디오에서는 반짝이는 수트를 입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부릅니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는 것처럼 춤추고 싶을 때, 이 노래를 들어보세요. P.S • 팟캐스트는 한 달간 쉬어가요. 내년 1월에 새로운 에피소드로 찾아뵐게요. • 뉴스레터를 후원해주세요. 12월 31일까지 3333-03-5387820(카카오뱅크)으로 자유로운 후원이 가능해요. •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찾아온다고 해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따스하게 챙겨 입으세요. 그럼 안녕,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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