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
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Photo by Mak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울음은 내일을 살아갈 준비가 된다 종종 울고 싶어지는 날들이 있다. 그것은 언제나 밤이었고 혼자였고 술을 조금 마셨을 때 찾아왔다. 그럴 때면 울기 위한 재료를 찾아 나섰다. 줄여서 '울음 재료'라고 해야 할까?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울고 싶어서 슬픈 것을 찾는 행위가 어딘가 이상스럽기는 하지만 그날만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내가 가장 즐겨 찾는 울음 재료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 방송이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1945년 남북 분단과 1950년 6.25 전쟁으로 따로 떨어져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가족들의 재회를 다룬 방송이다. 이들이 모니터를 통해 서로를 확인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어떤 드라마보다도 더 큰 감동을 전한다. 이산가족들은 먼저 자신이 찾고 있는 가족이 맞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미 얼굴을 보면 서로가 너무나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신중하게 가족만이 아는 이야기를 묻는다. 이를테면, '고향이 어딥니까? 어떤 집에서 자랐는지 기억합니까? 어디서 헤어졌습니까?'라든지 '제 몸에 어떤 특징이 있는데 무엇인지 압니까?'라고 묻는 식이다. 몇 번의 문답을 주고받으면 얼굴에 담겨있는 의심은 조금씩 확신으로 바뀌어간다. 끝내는 서로를 부르짖으며 눈물을 흘리고 마는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에서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이 된다. 다시 만난 가족들은 지금껏 이 세상에 혼자만 남겨진 줄 알았다며 지나간 사정들을 털어놓는다. 어떤 이는 다시 찾은 노모(老母)에게 "엄마가 열 밤만 자면 온다고 했어요. 그래서 계속 기다렸어요."라며 30년 늦은 서러운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가족과의 극적인 만남은 거친 세상살이를 지나온 어른들도 한순간에 어린아이로 만든다. 그 순간들은 울 줄 모르는 나에게 우는 법을 알려준다. 그렇게 한껏 울고 나면 개운해진다. 가빴던 호흡은 이내 가라앉고 심박수가 떨어지면서 안정을 되찾는다. 눈물로 축축해진 얼굴을 씻어내고 침대 위에 이완된 몸을 누이고 나면, 앞으로 내게 일어날 어떤 일들도 견뎌낼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그렇게 울음은 내일을 살아갈 준비가 된다. 2021년 12월 6일 평온함을 바라며 윤성용 드림 당신이 읽었으면 하는 글 울면 안 되지 않아 감정은 있는 그대로 인식되고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고이지 않고 자연스레 흐른다. 그러므로 오히려 슬픔이 차오르면 충분히 울어야 한다.
이는 비단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부모와 사회로부터 강요된 주문, 울면 안 된다는 노래를 수십 년 반복하며 자연스러운 슬픔을 외면해 왔던 우리들에게 더욱 필요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울면 안 되지 않는다. 안 되는 마음이란 없다. 울고 싶을 땐, 마음껏 울어야 한다. 오늘은 이두형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칼럼을 전해드립니다. '울면 안 돼'라는 노랫말처럼, 세상이 울음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이야기하고 있어요. 사회는 울음뿐만 아니라 슬픔과 불안, 나약함 등 당연한 감정에 '부끄러움'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왔는데요.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외면한다면 마음속에 깊은 우울이 자라날 것입니다. 안 되는 마음이란 없습니다. 모두들 울고 싶을 때 마음껏 울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칼럼을 보내드립니다.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 이랑 - 어떤 이름을 가졌던 사람의 하루를 상상해본다 어떤 이름을 가졌던 사람의 하루를 상상해본다 버려진 빈 병을 유난히 오랫동안 들여다보는 어떤 사람을 오늘은 이랑의 '어떤 이름을 가졌던 사람의 하루를 상상해본다'를 소개해드립니다. 노래 제목이 참 길죠? 올해 발매된 이랑 3집 앨범 "늑대가 나타났다"의 수록곡입니다. 담담한 목소리로 낭독하듯 노래하는 것이 인상적이에요. 이 노래는 자작시에 멜로디를 붙여 완성했다고 하는데요. '파괴적인 소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길을 찾아 돌아가려는 어떤 이름을 가졌던 사람의 어떤 혼잣말을 상상해본다.'라는 가사처럼, 어느 소외된 삶을 생각해보는 마음이 담겨있어요. 어떤 쓸쓸한 오후에 이 노래를 가만히 들어보세요. P.S • 팟캐스트는 한 달간 쉬어가요. 내년 1월에 새로운 에피소드로 찾아뵐게요. • 뉴스레터를 후원해주세요. 3333-03-5387820(카카오뱅크)으로 자유로운 후원이 가능해요. • 이번 주는 포근한 날이 계속된다고 해요. 추위가 오기 전에 산책을 즐겨보세요. 그럼 안녕,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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