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
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Photo by Konstantin Bychkov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눈이 오는 풍경 어제 눈이 내렸다. 눈이 오는 날이면 세상은 한층 고요해진다. 나는 눈보다도 그 고요함을 사랑한다. 나는 강릉에서 자랐다. 눈이 많이 내리는 도시였다. 한번 눈이 내리면 무릎까지 쌓이곤 했다. 그래서 강릉은 집집마다 넉가래를 구비하고 있다. 그리고 눈이 내리면 주민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넉가래를 들고 나와서 제설 작업을 했다. '나오셨어요? 오늘은 눈이 제법 왔네요.' 이웃과 안부 인사를 나누면서 한마음으로 눈을 치우는 풍경은 마치 마을 축제처럼 느껴졌다. 어릴 적에는 눈사람을 곧잘 만들었다. 먼저 눈을 꼭꼭 뭉쳐서 동그란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아무도 지나지 않은 눈 밭 위로 살살 굴린다. 처음에는 진전이 없어 보여도, 요리조리 부지런히 굴리다 보면 금방 그럴듯한 눈 덩어리가 되었다. 내가 만든 큰 눈 덩어리 위에 동생이 만든 작은 눈 덩어리를 올려두면 눈사람이 되었다. 코와 양볼이 빨개진 우리들 눈에는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누군가가 우리가 만든 눈사람을 치워버리려고 하면 마치 보물을 지키듯 필사적으로 막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겨울이 지나면 눈사람은 사라진다. 아쉬움이 컸던 우리 형제는 눈사람이 냉동실에 있으면 평생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곧장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고 냉동실 한편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그날은 하루 종일 눈사람이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냉장고 문을 계속 열어봤더랬다. 그 눈사람은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사실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부모님께서 조용히 치워버리고 우리는 매우 실망했겠지만, 그런 기억도 눈이 녹고 봄이 오면서 쉽게 잊혔다. 눈이 오면, 마음이 괜히 싱숭생숭 해지는 건 왜일까. 눈에 얽힌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들이 소용돌이처럼 떠오르기 때문일까. 하지만 내가 눈을 보고 떠올릴 수 있는 기억들은 모두 기쁜 것들 뿐이다. 어쩌면 슬프고 고통스러운 기억들은 마음속 저 밑에 흙처럼 깔려있고, 기쁘고 설레는 기억들이 눈처럼 내려 덮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상상해본다. 만약 그렇다면 내 마음속 풍경은 고요한 설원이었으면 한다. 내게 어떤 일이 있었든,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때 눈으로 덮인 벌판이 펼쳐져 있다면 그건 분명 아름다운 삶일 것이다. 2021년 12월 20일 눈이 오는 풍경을 보며 윤성용 드림 당신이 읽었으면 하는 글 실수해도 괜찮아, 지금으로 충분해 오늘은 스스로에게 말해 본다. ‘굳이 잘할 필요 없어. 지금으로 충분해. 실수해도 괜찮아.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어.’ 그러다 보면 슬그머니 마음이 풀어진다. 오늘을 살아갈 힘과 차분한 집중력이 솟아오른다. 어쩌면 나를 위해 조건 없는 애정을 발휘하는 것은, 하나님 예수님 부처님 엄마보다 내가 먼저 자신에게 해줘야 하는 일이다. 잘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좋아해 주는 것은 참 어렵다. 오늘은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님의 칼럼을 소개해드립니다. 세상이 변하고 있지만 조급한 마음 대신 나를 위한 애정 어린 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칼럼의 내용처럼 종종 '더 잘하자'는 말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이미 나름대로 애쓰고 있는 중인데, 불을 더 붙이려니 역효과가 나기도 하는 것 같고요. 조금씩 새로운 시도는 해보되 '잘되면 좋고 안돼도 괜찮다'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늘 하루는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면 어떨까요? '잘할 필요 없어. 지금으로 충분해. 실수해도 괜찮아.'라고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 장필순 -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소매 가득 바람 몰고 다니며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묵은 햇살 다시 새롭게 하며 오늘은 장필순의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를 소개해드립니다. 요즘 들어 부쩍 차분한 음악을 찾게 됩니다. 어지러운 마음이 음악 취향에 반영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때 만난 앨범이 2021년에 발매된 "장필순 Reminds 조동진"입니다. 서정적인 노랫말과 선율로 세상에 위로를 전했던 언더라운드 포크 싱어 '조동진'을 기리는 앨범입니다. 수록곡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는 꾹꾹 눌러쓴 손편지처럼 아름다운 가사를 조곤조곤 전하는 장필순의 노래가 돋보입니다. 많은 생각과 감정으로 어지러웠던 마음을 이 노래로 씻어내 보세요. P.S • 뉴스레터를 후원해주세요. 12월 31일까지 3333-03-5387820(카카오뱅크)으로 자유로운 후원이 가능해요. 보내주신 후원금은 뉴스레터 운영을 위한 솔루션 비용에 사용됩니다. • 이번 주는 추위가 누그러진다고 해요. 당분간 눈 소식은 없어 조금 아쉽지만 포근한 날씨가 반갑네요. 그럼 안녕, 친구.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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