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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내가 술을 배운 이유는 무척 소심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스무 살의 나는 벙어리처럼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술을 마시면 어깨에 들어간 힘이 빠지고 긴장이 풀렸습니다. 긴장이 풀리니까 꾹꾹 참아왔던 말을 쏟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동기들에게 먼저 다가가 스스럼없이 어울린다던가, 무서운 남자 선배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시시한 농담을 던질 수도 있었습니다. 다음날 술이 깨면 나는 다시 벙어리에 부끄럼쟁이가 됐습니다. 그래서 매일 수업이 끝나는 대로 술자리를 찾았습니다. 자제를 몰랐던 나는 걸핏하면 필름이 끊겼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면 기숙사 침대일 때도 있었고, 친구의 자취방일 때도 있었고, 왕십리 골목일 때도 있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뒷머리에 혹이 있거나 팔꿈치에 생채기가 나있을 때도 있었습니다. 간밤에 기억에 없는 통화기록이 남아있을 때도 있었습니다. 핸드폰이나 지갑은 잃어버리기 일쑤여서 애초에 비싼 걸 사지도 않았습니다. 매일 아침이면 동기들에게 '나 어제 실수한 거 없었지?'라고 묻는 것이 일상처럼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너는 술 마실 자격(資格)이 없다.'라고 내게 말하고는 했습니다. 그때마다 나는 큰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바로잡지 못했습니다. 나에게는 현실의 수치스러움보다 취한 상태에서 얻는 마음의 자유가 더 컸습니다. 내가 그토록 술을 갈구했던 이유는 스물몇 살인 처지에 너무나도 큰 감정의 응어리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움과 분노, 좌절과 자기혐오, 불안과 고통이 지층처럼 겹겹이 가슴에 쌓여왔던 것입니다. 그 응어리가 어찌나 단단한지 모두 녹여내리는 데 대략 십 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에 와서 술을 통제할 수 있게 된 요인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이고, 둘째는 더 이상 체력이 받쳐주질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언제든 내 속의 감정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수백 번 넘어지기를 반복하고 스스로를 상처 내면서 얻은 결과였습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술로 인해 걱정을 끼치거나 힘들게 만든 사람이 많습니다. 당시 철없고 어린 나의 행동을 받아주고 넘어가 준 이들에게 그저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언젠가 만나 맥주 한잔 할 수 있다면, 나는 이제 술을 마시지 않아도 솔직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누구도 묻지 않은 고백을 하고 싶습니다. 2019년 12월 마지막 주 술 마실 자격이 생긴 윤성용 드림 ✒️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 정호승
정호승의 새벽편지, 3 min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돌연꽃 소리 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 정호승 <술 한잔> ...[더보기] 정호승 시인이 '술 한잔'이라는 시를 썼던 배경과 현재 심정을 써 내린 글입니다. 시인은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라며 분노하고 원망하는 마음으로 이 시를 썼다고 해요. 인생이 자신에게 고통 말고는 준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러나 지금은 이 시를 쓴 것이 부끄럽고 후회스럽다고 말합니다. 사실 인생은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과 사랑이라는 술을 너무나 많이 사주었기 때문입니다. brunch, 3 min 나도 술을 좋아하고 싶다. 밤새도록 술을 마시다 거나하게 취해, 요즘 힘들다는 친구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고 싶다. 퇴근하면 맥주캔 하나를 팡! 하고 따서 벌컥벌컥 들이켠 뒤 캬~하고 드라마처럼 소리를 질러보고 싶다...[더보기]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의외로 제 주변에 그런 사람이 많다는 것도 최근에 깨달았죠. 한때는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을 안쓰러워하기도 했어요. 인생의 즐거움 하나가 없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술이 없어도 낯선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고,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오히려 부러워졌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We've come a long, long way together (우리는 함께 먼 길을 왔어)
Through the hard times and the good (힘든 시간, 좋은 시간을 겪으면서) I have to celebrate you, baby (널 축하해줘야겠어) I have to praise you like I should (당연히 널 칭찬해줘야만 해)
1998년에 나온 Fatboy Slim의 <Praise You>입니다. 음악도 좋지만, 뮤직비디오가 더 훌륭합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1999년 MTV VMA에서 감독상, 안무, 혁신 비디오 3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영화 <그녀 HER>를 감독한 '스파이크 존스'와 댄스 그룹이 출연합니다. 그들은 어느 영화관 앞에서 노래를 틀고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춤은 꽤나 우스꽝스러운데요. 표정은 정말 진지합니다. 영화관 직원이 이들을 제지하지만 관중들의 야유로 물러납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이 부분에서 이상한 쾌감이 느껴집니다. 저는 이 뮤직비디오를 볼 때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우리에게 있다는 걸 깨닫고는 합니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서로 축하해주고 칭찬해줘야 한다는 걸요. 2020년을 맞이하기 전에 이 노래를 추천드리고 싶었습니다. ⭐️ N O T I C E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요 안녕하세요. 윤성용입니다. 한 달 정도 밤을 새우며 고민했습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뉴스레터를 쓰고 있고,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뉴스레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내 생각에 당신과 나의 관계는 '친구'입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비슷한 사람입니다. 생각하기를 좋아하고 삶에 고민이 많습니다. 유행이나 트렌드를 무조건 쫓아가기보다는,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을 사랑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할 만큼 소심하지만, 마음이 맞다면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과감 없이 공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주 우연히 만났지만, 지금껏 볼 수 있는 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설문조사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당신들은 내게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로와 영감을 얻는다.'라고 말입니다. 나는 생각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사랑하고 싶다.'라고 말입니다. 나는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이렇게 해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두렵습니다. 잘 안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매일같이 듭니다.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닌데요.'라며 비난받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말만 그럴듯하게 하고 실행하지 않는 '입만 산' 사람이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고생을 사는 일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해보려고 합니다. '단 한 명이라도 감응을 받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라는 어느 작가의 조언을 믿습니다. 광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춤추게 만드는 것은, 가장 처음에 춤을 춘 사람입니다. 나는 기꺼이 춤을 추려고 합니다. 그 어색한 몸짓이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껏 관심과 응원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싶은 대로 끝까지 해주세요. 제가 응원해줄게요.'라고 말해주어서 감사합니다.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F E E D B A C K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답장을 원한다면 메일 주소를 함께 남겨주세요. 안녕,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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