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 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Photo by Mak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인연 인연에 대해 처음 생각한 것이 언제였을까요.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도 대학 시절일 것입니다. 나는 20살 때 교내 봉사 동아리에 가입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봉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봉사 동아리에서는 매주 주말마다 서울 인근의 시설을 방문했습니다. 그곳은 발달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거주하며 자립을 도와주는 곳이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과 간단한 수업을 진행하고 또 즐겁게 놀았습니다. 아이들은 웃음이 많았고 저마다 각자의 순수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부끄럽고 모자란 생각이지만, 당시 나는 얼굴에 슬픔이 없는 그 아이들을 무척 부러워했습니다. 그로부터 일 년쯤 지날 무렵, 나는 지독히 바쁜 학교 생활을 보냈습니다. 수많은 과제들과 시험 준비, 교내 행사와 선후배와의 술자리들이 일상을 가득 채워나갔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아이들을 찾아가는 날도 점점 줄어들었고, 이내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을 다시 찾아간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였을 것입니다. 교환 학생을 위해 해외로 나가기 전에 아이들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그곳은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키가 훌쩍 자라 있었고 여전히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나를 잊은 듯했습니다. 그것이 어쩌면 다행이라고 여기던 찰나였습니다. 예전부터 유독 활발하고 말이 많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처음에는 어색한 듯 나를 피하더니, 이내 다가와서는 갑작스러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선생님, 왜 이제 왔어요. 그동안 왜 나 안 보러 왔어요.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요." 나는 그 아이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슬픔을 마주하고 당혹스러웠습니다. 여전히 나를 기억하고 그리워했던 마음이 고마웠고 미안하고 안쓰러웠습니다. 그때 아마 나는 "미안해. 미안해." 하며 그 아이를 한참 동안이나 달래주었던 것 같습니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나도 속으로 같이 울었더랬습니다. 아마도 그때였을 것입니다. 인연의 무게를 체감한 것이. 사람들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선분으로 연결됩니다. 서로가 가까워질수록 선은 복잡하게 얽히고 더욱 견고해지고 결국엔 마음 깊은 곳까지 침투합니다. 강제로 끊어내려고 하면 서로가 고통스러운 것이 인연이라고 합니다. 나는 사람을 만나는 일에 신중했고, 쉽게 가까워지지 않으려고 필요 이상으로 애썼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상처 받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3년 전, 나는 개인적인 삶을 글로 쓰고 사람들에게 조금씩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그동안 닫혀있던 마음이 많이 곪아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심스럽게 마음을 꺼내 보였을 때 사람들은 공감과 위로와 응원의 목소리를 내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매주 조금씩, 꾸준히 쌓인 용기들이 나를 천천히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여전히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내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어느덧 한 해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이고 소소한 일기가 우연히 당신을 만났기에 편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종종 안부를 묻는 이 작은 인연이 앞으로도 오래이기를 바라겠습니다. 내년에는 아픔보다 기쁨이 더 많기를 온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12월 27일 인연에 감사하며 윤성용 드림 당신이 읽었으면 하는 글 나는 차츰 조연이 되어간다 너는 알고 있을까, 훗날 이 글을 읽은 나는, 그런 너야말로 주인공 같은걸. 너는, 어둡고 흐릿해서 빛의 고마움을 아는 사람, 어쩔 수 없이 상처들을 지나치치 못하는 사람, 지켜야 할 것들을 두고서는 떠날 수 없는 사람, 그래서 작은 것들을 보고 듣고 쓰는 사람. 있지. 내가 사는 영화는 그리 극적이지 않아서, 흘러가는 거 살아있는 거 그대로 찍어두는 그런 영화라서, 나는 그냥 살아가는 너를 보고만 있어도 좋은 걸. 오늘은 '고수리의 마음 쓰는 밤'에서 발행된 글을 소개해드립니다. 작가님은 어느 해 자신이 쓴 메모에서 '나는 차츰 조연이 되어 간다'로 시작되는 문장을 발견하는데요. 만약 인생이 영화라면, 나는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날들이 저에게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가 사는 영화는 극적이지 않은, 그저 살아가는 순간을 담는 것으로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듯합니다. 내 삶이 빛나지 않아 불안하고 심란한 마음이 든다면 이 글을 읽어보세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 토이 - 소박했던, 행복했던... (Feat. 성시경) 힘이 들땐 너도 가끔
기억할까 소박했던 행복했던 지난 시절 우리의 모습 오늘은 토이의 '소박했던, 행복했던...'을 소개해드립니다. 토이 5집 앨범 "Fermata(2001)"에 수록된 유희열 작사, 작곡의 노래입니다. 무려 20년 전에 발매했지만 지금 들어도 전혀 어색하거나 촌스럽지 않아요. 누구나 자신의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아련한 곡입니다. 녹음 당일에 손글씨로 쓴 가사를 받아 노래를 불렀다는 이야기가 있죠. 한 글자씩 천천히 정성스럽게 적은 편지처럼 솔직하고 쓸쓸한 노랫말이 인상 깊어요. 한 때 소박했던,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고 싶을 때 이 노래를 들어보세요. P.S • 뉴스레터를 후원해주세요. 12월 31일(금)까지 3333-03-5387820(카카오뱅크)으로 자유로운 후원이 가능해요. 보내주신 소중한 후원금은 뉴스레터 운영을 위한 솔루션 비용에 사용됩니다. • 추운 날씨는 점차 풀린다고 해요. 41년 만의 혹한이었다고 하죠. 화요일부터 조금씩 누그러진다고 하니, 아프지 않도록 사고 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어요. 새해에는 복 많이 주고받기를 바랄게요. 그럼 안녕, 친구. 내년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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