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Photo by Mak 1. 언젠가 누가 물었다. '아버지'하면 어떤 느낌이 떠오르냐고. 나는 대답했다. '안쓰럽다'라고. 그가 다시 물었다. 그럼 '어머니'하면 어떤 느낌이냐고. 이번에는 조금 더 고민한 뒤에 대답했다. '안쓰럽다'라고. 2. 아버지 안색이 부쩍 나빠졌다. 입 주변이 부르트고 몸에는 뻘건 염증이 생겼다. '며칠 잠을 못 잤더니 이래.'라며 앓는 소리를 하셨다. 퇴직을 내년에 앞둔 당신은, 회사에 가기 싫다며 멋없는 생떼를 부리기도 했다.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당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조금 더 본인들을 위해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이제는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는데도, 그 방법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 반면에 나는 어떠한가. 적어도 나는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배우고 싶으며,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안다. 혼자 있어도 온갖 재밌는 것에 몰두하며 시간이 가는지도 모른다. 나는 외로움을 모른다. 나는 소중한 것을 천천히 보내는 허무함을 모른다. 나는 부모의 외로움을 모른다. 3. 어릴 적엔 세상에 불만이 많았다. 운이 좋게도 우리 부모님은 그러지 않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자식의 자기 성찰과 진로에 대한 고민보다는 학업에 열중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 말이다. 자식이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 중요성을 말해주지 않음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은퇴가 가까운, 곧 자유로워지는 부모들을 보며 고민해본다. 어쩌면 그들 자신도 몰랐던 건 아닐까 하고. 그들 자신도 이제야 깨닫게 된 건 아닐까 하고. 그토록 갈망했던 자유가 가까워지는 동시에, 너무나 크고 공허한 시간을 계획 없이 마주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얘야, 너무 서두르지 말고. 너무 걱정도 하지 말고. 남들도 신경 쓰지 말고. 너는 너하고 싶은 대로 살아라' 이제는 이렇게 말하는 부모는 어쩌면, 이전엔 몰랐던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건 아닐까 하고. 4. 아버지가 부산으로 출장을 가는 날이었다. 이번엔 꽤 오랜 일정이었다. 문득 문자를 보내오셨다. 잘 도착했노라고. 내게 어떤 말을 기대하시는 걸까. 망설이다가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무뚝뚝한 문장으로 어색한 대화를 끝낸다. 그렇게 긴 침묵이 이어진다. 나는 살갑게 대답하는 법을 모른다.
나는 부모의 외로움을 모른다. 실은 외면하고 있었다. 5.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해해가고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부모와 자식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점차 멀어져 가는 서로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별하는 사이가 아닐까? 우리는 골목길 이쪽 끝에 서서, 골목길 저쪽 끝으로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본다. 그 뒷모습은 당신에게 속삭인다. 이제 따라올 필요 없다고." - 룽잉타이 <눈으로 하는 작별> 중에서 2021년 2월 첫째 주 외로움을 생각하며 윤성용 드림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어른들의 인터뷰를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올해로 101세가 되신 김형석(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선생님의 인터뷰 기사는 읽을 때마다 훌륭한 지혜를 얻어가게 됩니다. 김형석 교수님은 정신적 가치를 모르는 사람과 이기주의자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정신적 가치를 알아야 만족할 수 있고, 큰 그릇이 되어야 행복도 담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60세부터 가장 행복했다는 교수님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삶에 대한 긴 안목을 통해 묘한 안도감을 얻고 행복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Every day, every night getting wasted But I miss you, what did I do? 오늘은 keshi의 '2 soon'을 소개해드립니다. 케시는 베트남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입니다. 개인적으로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린 로우파이(Low-Fi) 음악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제는 세계적으로 핫한 뮤지션이 되었습니다. 이별 후 일상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이르다는 가사를 담은 '2 soon'을 통해 처음 케시를 알게 되었어요. 솔직한 가사와 특유의 달달한 감성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새벽에 버스 창가에 기대서 들으면 풍경이 평소와 다르게 보일 것 같아요. P S 전하고 싶은 소식 1. 최근 뉴스레터 발행 3년 차를 맞아 구독자 분들을 위해 어떤 일들을 준비해볼 수 있을지 고민해왔습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피드백들을 꼼꼼히 살펴보며, 일방향 소통을 넘어 구독자분들과 직접 감상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보면 좋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에 먼저 온라인으로 'xyzorba book club'을 시도해보려 합니다.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일이라 서툴지만,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작게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진행 중인 북클럽 알아보기 2. 지난 12월에 인터뷰를 진행했었던 두루 스튜디오의 이주성 님께서 독립잡지 '매거진 손'의 2호 소식을 알렸습니다. 이번 주까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고 해요. 독립잡지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매거진 손 텀블벅 페이지를 확인해보세요. 3. 이번 주 목요일 뉴스레터와 팟캐스트에서는 홍은전 작가의 <그냥, 사람>을 소개해드립니다. 4.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네요. 이번 주는 비가 오는 날도, 미세먼지가 나쁜 날도 있다고 해요. 건강에 유의하세요. 그럼 안녕, 친구.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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