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일주일 동안 쓰고 읽고 들은 것을 전해드릴게요. 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Photo by Mak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아픔이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장치라면 1. 최근에 이사를 했습니다.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새로운 집은 꽤나 마음에 듭니다. 오래된 아파트에 그리 크지 않은 평수이지만, 아내와 둘이서 살기에는 더없이 충분합니다. 낯선 동네와도 조금씩 친해지는 중입니다. 새로운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기차소리입니다. 창문 너머로 기차와 전철이 오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체감상 20분에 한번 꼴로 지나가는 기차는 힘찬 소리를 내며 시야에 나타났다가 이내 사라집니다. 그 소리와 풍경이 아직까지는 낭만적으로 느껴집니다. 나는 맥주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면서 기차가 지나가는 광경을 가만히 바라본다거나, 그 안에 타고 있을 사람들이 어떤 마음일지 상상해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2. 얼마 전에 퇴근하는 길이었습니다. 밤 열한 시가 넘은 시각이었고, 나는 조용히 기찻길을 따라 걷고 있었습니다. 가로등만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는 도로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귀에 꽂힌 이어폰에는 새소년의 '자유'라는 노래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일직선으로 가고 있던 내 인생의 일부분이 뚝 떼어진 기분을 느꼈습니다. 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나를 둘러싼 풍경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처럼 느껴졌습니다.(나는 가끔 이런 미시감을 느끼곤 합니다.) 차단벽의 틈 사이로 자라난 강아지풀들은 나를 향해 보드라운 머리를 흔들어주었습니다. 마치 이 세상에는 그것들과 나 둘 뿐인 듯 생각되었습니다. 나는 그 흔들림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고군분투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짧은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롭게 지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러자 내가 견디고 있는 육체의 무게가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기차 소리가 쌩하고 지나가자 잠이 깨듯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나는 요즘 너무 피로해서 일어난 스트레스 현상으로 여기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당분간은 그 체험을 잊지 못할 것만 같습니다. 3. '내가 이 기차 앞으로 뛰어들면 고통이 다 사라지지 않을까. 나를 미워하고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복수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더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했을 때, 나는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서 욕이나 실컷 해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도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기에 그게 어떤 마음에서 발현된 것이고 그 말이 얼마나 진실된 마음이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마음을 안다고 해서 해답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어느 지하철 플랫폼에서 존재의 사라짐을 떠올렸던 친구에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술이나 마시고 잊으라는' 핀잔 대신 어떤 말을 해주어야 했을까, 가끔씩 생각해봅니다. 4. 오늘도 밤 기차소리를 들으며 글을 적고 있습니다. 서서히 다가오다가 지속되고 마침내 사라지는 기차 소리는, 내게 일어나는 모든 고통과 불안이 결국은 지나간다는 걸 암시해주는 듯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것도 말입니다. 앞으로 이곳에 살아가면서 기차소리에 익숙해지겠지요. 어쩌면 더 이상 들리지 않을 정도로 무던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삶에 대해서 만큼은 무던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픔이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장치라면, 나는 아픔에 능숙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2021년 9월 20일 기차소리를 들으며 윤성용 드림 당신이 읽었으면 하는 글 “수입은 기부, 시신은 기증, 어른 대접은 사양합니다” 할머니의 인생수업 - 그런 여유와 배짱은 어디서 나오나요? “(눈이 동그래지며)저 배짱 없어요. 70년 살아보니 인생이 평탄하고 싶어도 평탄하지가 않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 ‘오케이, 이 골짜기 넘으면 또 어떤 벼랑이 올까, 올 테면 와라, 내가 넘어줄게’가 되는 거죠. 사는 게 다 그래요." 70세 유튜버 '밀라논나(장명숙)'님의 인터뷰를 가져왔습니다. 장명숙은 한국인 최초의 밀라노 패션 유학생으로, 삼풍백화점 고문으로 일하며 페레가모, 막스마라를 들여왔고, 86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의상을 맡았던 1세대 패션 디자이너입니다. 그런데 이 분의 화려한 경력보다는 인생에 대하는 태도가 오히려 인상 깊습니다. 보육원의 아이들을 몸소 돌보고, 시신을 기증한다며 절제하는 삶을 사는 상큼한 할머니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큰 가르침을 얻는 기분이 듭니다. 고단한 하루에서 벗어나 삶을 길고 넓게 바라보고 싶을 때, 이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세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 새소년 - 자유(Jayu) 나는 알아 내가 찾은 별로 가자 Finally I found 달을 썰어 이 밤을 먹어치우자 It's gonna be fine
자유로운 날 오늘은 새소년의 신곡 <자유>를 소개해드립니다. 새소년은 보컬 황소윤을 중심으로 한 3인조 인디 밴드입니다. 2017년 <긴 꿈>으로 데뷔하여 <파도>, <난춘> 등 신선한 음악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매번 앨범을 낼 때마다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올해에 낸 싱글 <자유>는 그 정점에 있는 듯합니다. 그들은 한 인터뷰에서 '자유에 대해 생각할 때 두려움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라는 말과 함께 이 노래를 소개합니다. 뮤직비디오에 배우 유아인이 등장하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죠. 보이지 않는 두려움에 묶여있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음악을 처방전처럼 들어보세요. P.S - 다가오는 목요일에는 팟캐스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혹시 여러분은 '굿즈(Goods)'를 좋아하시나요?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샀던 굿즈들을 소개하고, 좋아하는 브랜드와 취향에 대해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에요. 흔치않게, 저의 신난 모습을 들으실 수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 - 따뜻한 추석 연휴 보내세요. 안녕,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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