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Photo by Mak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습니다. 친구들은 하나같이 무언가가 되어있었습니다. 나와 당구장에 다니던 놈은 시청 공무원이 되었고, 토론하기를 좋아했던 놈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어떤 놈은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었고, 어떤 놈은 아이 아빠가 되어 술자리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오직 나만이 애매한 무언가로 남아있었습니다.
"너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 초등학교 선생님 놈이 말했습니다. 어릴 적의 나는 슬프도록 평범한 사람이었고, 한편으로는 불규칙하게 모가 난 돌이었습니다. 세상을 구르다 보니 튀어나온 부분은 깎여나갔고 움푹 파인 부분은 겉으로 드러났습니다. 나는 점점 세상에 굴러가기 편한 모양으로 변해갔습니다. 그건 어른이 되었다는 뜻이었습니다. 어릴 적엔 어른이고 싶었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나는 어린 시절을 그리워했습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아침을 맞았습니다. 새벽에 번져오는 햇살을 몽롱한 의식으로 반겼습니다. 한때는 익숙했던 감각이었습니다. 더 이상 술값 걱정은 안 한다는 게 달랐고 밤을 새우는 것이 두려운 나이가 되었다는 게 달라졌지만, 허물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만은 같았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시답잖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삶이 좋은 것인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다만 오늘 같은 날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옛 친구를 만나면 나는 옛날의 내가 됐습니다. 그때의 나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어딘가에 남아있다는 걸 떠올리게 됩니다. 그것은 내가 미처 기록하지 못한 나의 흔적을 그들이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직 남아 있어서 참 다행이야.' 숙취와 피로를 끌어안으면서도 나는. 2020년 6월 둘째 주 서울로 가는 기차에서 윤성용 드림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브런치, 2 min read 좋고 싫음으로 가벼이 채워졌던 내 삶이 이해와 포용으로 물든 것은 너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사람에게 멋대로 기대하고, 이내 실망하는 것을 반복하던 나에게 기대를 덜고 상대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함을 또렷하게 말해주던 너를 기억해. 대화를 시도하지 않은 채 관계에 괴로워하며 도망가려던 나를 붙잡고, 혼자만의 상상으로 관계를 철회하는 것은 결코 내가 행복해질 수 없는 태도란 것을 알려준 것도 너였잖아. 그래서 말이지 가끔 난 네가 내 지지대 같다는 생각을 해. 발을 딛고 섰을 때 덕분에 안정적인 땅을 밟고 있는 느낌이 들거든. 네가 나의 '지지대'였노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친구에게 이런 편지를 받게 된다면 참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우리는 같은 경험치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기에 더더욱 기댈 수 있고 영향을 주고 치유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지지대가 되고 있을까요. 나 자신보다 곁에 머물러 있는 사람과 세계에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너도 나와 같은 생각들에 빠져 있을까 각자의 밤이 찾아오면 이 도시에 모인 우린 모두 외로운 걸까 그래 우린 전부 슬픈 거야 서울대 밴드로 유명한 '나상현씨 밴드'의 노래를 가져왔습니다. 우리는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데, 다 같이 외로워하는 것 같아서 이 곡을 쓰게 되었다고 해요. 상당히 세련된 사운드라서 듣자마자 '이 노래 좋다'라고 느껴집니다. 과하지도, 다듬어지지도 않은 감성에 스무 살로 돌아간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친구들과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난 뒤에 집에 돌아가는 길이 문득 쓸쓸할 때가 떠올라요. 90년대 감수성을 지닌 뮤직비디오와 함께 들어보세요. P.S 1. 이번 목요일에는 'xyzorba_film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내드립니다. 2. 팟캐스트 편집이 조금 늦어지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그럼 안녕,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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