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본 영화를 소개해드릴게요. film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2017년에 개봉한 로맨스 영화입니다. 이탈리아 북부, 어느 별장에 머무르고 있는 '엘리오(티모시 샬라메 분)'와 보조 연구원으로 찾아온 '올리버(아미 해머 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었는데요. 아름다운 영상미와 섬세한 연출로 매니아층을 얻은 작품입니다. 아직도 성장 중인 두 남자가 만나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오늘 이야기 하는 사람들 - - 윤성용 : 뉴스레터 xyzorba 발행인. 진지한 대화를 좋아합니다. 삶에 대한 깊고 다양한 고민을 자주 합니다. 제너럴리스트를 꿈꿉니다. - 김의환 : 출판잡지 에디터에서 대학원생으로 복귀. 뉴스레터 서비스 ‘오글리의 심야편지’ 휴업중. 잡다하게 보고 듣고 읽는 미디어 중독자입니다. 이제는 쓸 차례. 어느 여름, 이탈리아 북부에서 윤성용 : 구독자 한 분이 제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추천을 해주셨어요. 그때 처음 이 영화를 보고, 우리가 다루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의환 : 저도 이 영화를 보게 된 사연이 있어요. 이 영화가 개봉한 당시 대학원에서 영화 수업을 함께 듣는 분이 계셨는데요. 극장에서 여섯, 일곱 번 봤다는 거예요. 대체 어떤 영화길래 푹 빠져 들었나 싶어서 영화를 봤죠. 그럴 만 하구나, 묘한 매력과 감각으로 가득한 영화구나 싶었어요. 윤성용 : 확실히 처음 봤을 때와 두 번째 봤을 때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섬세하게 담아낸 장면이 처음에는 잘 안 보였다가 두 번째에서는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김의환 : 그래서인지 좋아하면서도 리뷰하기 부담스러운 영화이기도 해요. 왜냐하면 저보다 훨씬 마음을 쏟아서 보신 관객분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제가 간과하거나 서투르게 해석한 부분이 있으면 어떡하나 싶거든요. 윤성용 : 맞아요. 이 영화는 <그 해 여름 손님>이라는 소설이 원작이죠? 줄거리를 간략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의환 : 1983년 여름,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마을의 가족 별장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보낸 6주간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주인공 ‘엘리오’는 부모님과 함께 그곳에 머무는 17살 청년이에요. 보조 연구원으로 ‘올리버’라는 사람이 별장에 찾아오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영화 <보이후드>처럼 긴 시간 동안 있었던 여러 순간들을 보여 주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인생을 바꿔놓는 한순간을 보여주는 영화가 있잖아요. 이 영화 후자에 속하는 영화죠. 윤성용 : '엘리오'가 미국에서 온 ‘올리버’와 어떻게 사랑이 시작되고 어떻게 이별하는가, 이런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OST도 이 영화를 통해서 많이 알려진 걸로 알고 있는데요. 김의환 : Sufjan Stevens의 The mistery of love라는 곡이에요. 아까 오후에 빨래 돌리면서 창문 열어 놓고 이 노래를 들었는데, 창밖의 나무며 들어오는 햇살과 바람과 어우러져 이게 여름이구나 싶었어요.엘리오(왼쪽)와 올리버(오른쪽) 누군가 내 마음에 들어올 때 윤성용 : 영화 속 풍경이 정말 좋아요. 여름 햇빛도 있고 저수지나 강가에서 수영도하고 복숭아도 먹으면서. 요즘 밖에 잘 못 나가는 와중에 이 영화를 보면서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김의환 : 인생에서 가장 뜨겁게 빛나던 순간을 보여주는 영화잖아요. 모든 게 풍요롭고 빛나고 햇살도 내리쬐고 화면이 대체로 화사하죠. 처음에 엘리오는 올리버를 거만하다고도 생각하고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는 걸 의심의 눈초리로 보지만, 동시에 흥미롭게 관찰하면서 점점 빠져들게 되죠. 처음부터 엘리오는 올리버를 좋아한 것 같아요. 엘리오가 올리버를 계속 맴돌며 관찰하는데 내내 너무 조마조마하고 떨리더라고요. 윤성용 : 자신의 낯선 감정 때문에 올리버에게 처음엔 예민하게 굴기도 했던 것 같아요. 둘이 썸을 탄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긴장감이 확실히 있었던 것 같아요. 김의환 : 누군가가 갑자기 우리 마음에 들어왔을 때 무심한 척하기도 하고 모든 것이 궁금해지기도 하고 멀리서 몰래 바라보기도 하고 나 혼자 고백할까 상상했다가 접기도 하고. 갑자기 어느 순간에는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고 저 사람은 너무나 빛나 보이고. 이런 오만 가지 상상을 다 한단 말이에요.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길 바라기도 하고요. 내 속에 있는 이 마음을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난생 처음이고 행복하고 불안하고 이런 복합적인 것들을 엘리오가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도 들었어요. 첫사랑과 그 시절을 떠올릴 때면 정말 속이 울렁거리거든요. 이런 상태가 너무 싫지만 않고 어쩔 줄을 모르겠고 하는 복잡한 마음이었는데, 그걸 배우의 표정과 몸짓부터, 예술, 풍경 등으로 복합적으로 표현해서 좋았어요.
윤성용 : 맞아요. 뭔가 울렁이는 기분이 들죠. 김의환 : 또 하나는 이탈리아라는 공간이 여름이라는 계절을 만났을 때 자아내는 정서적인 지분이 엄청난 것 같아요. 이런 짙은 초록빛과 햇살과 촉감과 땀의 물기. 이런 것들이 되게 정서적으로 계속 보는 사람을 동요하게 하고 엘리오와 올리버의 관계를 설명해 주는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이 두 가지 부분이 매력적인 영화인 것 같아요. 당신이 알아줬으면 해서요 윤성용 : 저는 고백 장면이 정말 인상 깊었어요. 한편으로는 좀 당혹스럽기도 했거든요. 올리버는 엘리오의 마음을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이 말해요. 둘 사이에 무언가 있었는데 나만 몰랐나보다 할 정도로 조금 당혹스럽기도 했는데요. 두 번째로 영화로 보니까 제가 알아차리지 못한 장면들이 있었더라고요. 고백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너무 좋아요’라는 직접적인 고백이 아니에요. 독특한 동선과 대화 속에서 "당신이 알아줬으면 해서요."라고, 어떻게 보면 이게 고백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담담한 고백이었던 것 같거든요. 김의환 : 이렇게 고백할 수 있는 이유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눈빛이나 몸짓으로 알지 않냐는 거예요. 사실 엘리오는 엄청난 용기를 냈죠. 바로 앞 장면이 뭐였냐면, 정전된 날 밤이었어요. 어머니가 엘리오에게 책을 읽어 주는 데, 공주에게 고백할지 죽을지를 고민하는 기사의 이야기예요. 엘리오는 자신은 용기가 없어서 아무 말도 못 할 거라고 말했지만, 결국 고백을 하거든요. “당신이 알아줬으면 해서(Cause I wanted you to know…)”라는 말을 계속 되뇌는데, 그 앞의 말은 “당신이 알아야만 할 것 같아서” 였어요. 간절함과 소망을 담은 말로 미묘하게 바뀐 건데, 그 장면이 너무 좋아요. 이처럼 작은 뉘앙스로 말하는 것들, 동상을 두고 이렇게 한 바퀴 맴돌다가 동상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다시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보여주는 카메라. 그 연출이 너무 탁월했어요. 윤성용 : 그 고백을 들었을 때 올리버는 뒤로 물러나요. 그 뒤로 냉랭한 기류가 흐르다가 결국에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영화가 흘러가죠. 김의환 : 오늘부터 사귀는 거야. 해서 시작된 게 아니라 진짜 미묘하게 흘러가요. 처음부터 둘은 사랑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고 계속해서 둘 사이에 교감이 있고 말로 표현되지는 않는 뭔가들이 있는 것이고 그런 것들을 조금씩 읽어 내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 * 내용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윤성용 : 제목이기도 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한글로 번역하면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불러줘’일 텐데요. 둘이서 사랑을 나눈 날이었죠. 서로를 자신의 이름으로 불러줘요. 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김의환 : 사람이 사랑하게 되면 너와 내가 구별이 되지 않고, 내가 너고 네가 나인 상태까지 가는 것이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이잖아요. 그런 걸 표현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영화를 보고 장난으로 애인에게 해봤거든요. 민망해서 안 되겠더라고요.(웃음) 윤성용 : 처음에는 일종의 나르시시즘인가 생각해보기도 했는데요. 그냥 사랑이라는 감정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들이 하면 유치할 수도 있는데도 - 사실 조금 불만이기도 한데 - 둘이 너무 잘 생기고 뭘 하든 너무 아름다워요. 김의환 : 이 영화가 아름답고 풍요로운 것들로 가득하다는 점이 이 영화에서 처음 느꼈던 불편함이에요. 세계 자체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아서, 그 점이 매력이면서도 또 불편하다면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성용 : 갈등의 요소들을 이미 다 배제해 놓은 느낌이 들죠. 마지막 장면을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이 영화를 통틀어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아닌가 싶어요. 시간이 흘러 겨울이 되었죠. 올리버에게 전화 한 통이 와요. 약혼을 하게 됐다는 말을 듣고 엘리오가 슬퍼하는 장면을 롱 테이크로 보여 주거든요. 엘리오의 슬픔을 날 것 그대로 보여 주는 느낌이 들어서, 이별이란 게 이런 거구나를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어쩌면 완전한 이별인 거잖아요. 다시 그때의 감정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도 사실은 사라진 거예요. 김의환 : 너무 오묘했어요. 눈물만 펑펑 흘리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약간 미소도 있었다가 회한에 젖은 표정이랄까요. 불꽃도 계속 얼굴을 비추면서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어요. 연기를 너무 잘해서 영화 엔딩으로는 적절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계절이 흘러 한겨울이라는 것도 작별의 의미를 더하고요. 함께 흐르는 Sufjan Stevens의 Visions of Gideon도, 장작 타는 소리도 어우러져요. 윤성용 : 그 오묘한 표정이 말씀하신 대로 완전한 슬픔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올리버도 나와 있었던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고, 또 여전히 그 즐거움 감정도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렇게 성장하는 거죠.더 좋아하고 싶은 영화 김의환 : 어떻게 보면 첫사랑에 대한 영화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영화를 보면서 본인의 경험이 떠오르셨나요. 윤성용 : 저는 스무 살 때의 감정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누군가 굉장히 좋아하고 그 사람과 나눴던 대화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졌다가도 굉장히 슬퍼지기도 하고 기대했다가 실망하기도 하고. 그렇게 매일매일이 마음이 바뀌었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김의환 : 저도 엘리오에게 이입할 수밖에 없었던 게, 방식은 다를 수 있어도 그 표정이나 그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무심한 척했다가 혼자 기뻤다가 혼자 좌절했다가. 이런 울렁거리는 마음을 저도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 감정을 10년 이상 지난 지금에 떠오르게 해 줘서 반가웠어요. 윤성용 : 최근에 잊고 있었던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이 영화를 통해, 사랑에 대해서 혼란스럽기만 했던 시절이 생각났던 것 같네요. 김의환 : 이런 영화를 더 좋아하고 싶어 졌어요. 먼 나라의 이야기, 남의 사랑 얘기라며 거리 두면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옛날부터 고통이든 슬픔이든 기쁨이든,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또렷이 감각하고 깊이 느끼는 사람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게 살면서 무뎌지기도, 잊어버리기도 해요. 매 순간 무언가를 느끼면서 풍부하게 산다는 게 피곤하고 괴로운 일이잖아요.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만끽할 수 있는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이고, 이 영화의 즐거움을 전혀 모른다면 슬픈 인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이버 평점을 보니까 호모포비아들의 평점 테러가 너무 심각한 거예요. 어떻게 이런 사랑 영화를 보고 혐오 발언이 나올 수 있는지, 사랑이란 걸 어떻게 생각하길래 혐오에 먼저 마음이 동하는지,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이 영화를 굳이 퀴어 영화로 해석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런 것에 큰 의미 부여하지 않아도 사랑의 또렷한 형태로서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윤성용 : 분명 퀴어 영화이기는 하지만 동성애에 중점을 둔 영화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모두 자연스럽게 겪었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죠.<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한 줄 평 윤성용 : 그러면 한 줄 평으로 한 번 넘어가 볼까요. 김의환 : 제가 좋아하는 소설의 일부분으로 한 줄 평을 대신하고 싶어요. 이 작품을 보면서 떠오른 소설, 김봉곤의 <시절과 기분>에 실린 단편의 일부를 읽어 볼게요 “그를 올여름처럼 애가 타게 하고 싶었다. 죽을 것 같겠지만 미칠 듯이 짜증 나겠지만 그럼에도 견뎌달라고, 나와 같아달라고. 여름밤 다정했던 당신이 여름 낮에도, 여름이 지나도 다정하기를 바라면서.”(<나의 여름 사람에게>, 129쪽) 김봉곤 작가의 글에서는 계절감이 짙게 묻어나요. 전작이 <여름, 스피드>잖아요. 한 사람만 바라보면서 그냥 돌진하는, 열기가 느껴지는 사랑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여러 작품이 여름을 배경으로 하기도 하고요. 관심 있으시면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정적이고 섬세하고 계절감이 짙게 느껴진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윤성용 : 네, 저도 한 번 읽어 봐야겠네요. 저는 “내가 사랑했던 그 여름, 우리가 헤어졌던 그 겨울” 이렇게 적어봤어요. 우리 모두가 경험해 봤던 그 사랑의 감정에 대해서 굉장히 잘 표현한 영화인 것 같아요. 지나간 사랑 혹은 이별의 감정들이 떠올랐던 영화인 것 같습니다. 김의환 : 이야기 나누는 오늘이 5월 31일이거든요. 5월의 마지막인데 날이 더워졌어요. 반팔 반바지 다 꺼내고 주말 동안 이불 빨래도 하고 여름 이불을 꺼냈어요. 이렇게 뜨거운 여름을 활짝 맞이하고 싶어 하는 분들, 그리고 멀리 떠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탈리아 북부의 햇살과 바람을 한번 느껴 보고 싶으신 분들이 꼭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미묘하게 소리든 대화든 표정이든 대충 지나가면 맛을 다 느끼기 힘든 작품이니까, 집중해서 마음 다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오늘 xyzorba film은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긴 글 끝까지 읽어줘서 고마워요. 친구,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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