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좋아한다. 잠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몸도 마음도 자고 일어나면 말끔해진다. 그래서 나는 밤마다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했다. 그건 꽤 효과가 좋았다. 대부분 내 몸을 괴롭혔던 것은 피로와 스트레스였고, 내 마음을 괴롭혔던 것은 현실이 아닌 그것을 확대해서 바라보고 왜곡해서 해석하는 나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아주 힘든 시절에 나는 늘 잠을 잤다. 세상에 대한 원망이 독소처럼 내 안에 머물고 있을 때, 내가 저주하는 것과 마주해야 하는 내일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였다. 아무런 고통도, 의식도 느낄 수 없는 잠의 시간은 내가 평온하게 머물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였다.
졸리지 않으면 잠이 들 때까지 눈을 감고 기다렸다. 손에 닿지 않은 누군가를 떠올리거나도 하고 아예 새로운 상상을 펼치고는 했다. 그때 만약 내가 다르게 행동했다면 어땠을까. 내가 용기를 냈다면 그 뒤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런 식으로 후회되는 마음을, 어설픈 나 자신을 위로했다.
여전히 잠이 많지만, 전에 비하면 오래도록 자는 날들이 줄었다. 일어나야 할 이유가 많아졌다. 아침 안부를 묻고 싶다, 따뜻한 밥을 해먹이고 싶다, 등을 토닥이고 싶다, 날씨를 알려주고 싶다, 오늘은 더 나아질 것을 소원하고 싶다. 그렇게 누군가를 향한 작은 바람들이 나의 몸을 일으켰다. 이제 나는 깊은 잠에 들어 심연에서 상처를 치유하지 않는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이겨내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위로받을 수 없는 밤이면 부디 쉬이 잠들기를 바란다. 잠에서 깨면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긴 고민에 대한 답이 아침이 되면 문득 떠오를지도 모른다. 하루만에 달라진 것이 없다해도 상관없다. 당신의 짐은 함께 짊어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어떤 용기는 힘들고 어려운 날의 끝자락에서도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속삭일 때 생기기도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