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다. 어릴 적부터 앓았던 것인데 계절이 바뀌는 시기면 증상이 심해진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물이 나고 재채기가 나왔다. 봄이 오려나보다 하고 중얼거렸다. 봄이 코를 간질이며 오고 있다.

2.

여러모로 어려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여러 재해가 휩쓸고 간 폐허 같은 사회 속에서 삶의 의미나 꿈이나 여유는 사치품처럼 여겨지는 듯하다. 이제는 '낭만'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게 느껴진다.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소한 기쁨이라든지, 계절의 변화나 풍경이라든지, 삶에서 마주하는 감정선과 고유함을 말하고 쓰는 내가, 요즘은 홀로 뜬구름 속을 걷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3.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만큼 각자가 지닌 고유한 단점들이 있다. 그런 크고 작은 단점들이 나를 다른 누구도 아닌 나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의 가장 미약한 모습과 친구가 되어 살아간다.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그 존재를 인정하고 평생 함께할 것임을 직감하는 일부터가 시작이다.

4.

꾸밈없이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추측하건대 그건 아마도 어떠한 기분도 아닐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말하고 느끼는 대로 반응하고 원하는 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저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이다. 다들 화려하고 두꺼운 옷을 겹겹이 입고 삶이란 바닷속을 허우적대고 있을 때, 누군가는 얇고 가벼운 수영복 하나를 걸치고 들어가 어떠한 저항도 없이 천천히 유영하는 것이다.

2023년 3월 13일

봄을 마중하며

윤성용 드림

자아성찰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에 종종 고민 상담글이 올라오는데요. 저와 비슷한 사연이 있으면 읽어보곤 해요. 오늘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분의 고민 상담글을 읽었어요. 스스로를 사랑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일까 생각해 봤어요. 나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슬플지 말이에요. 그런 그에게 카운슬러는 그만큼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한 것이라고 말해요. 그리고 누구나 완벽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사랑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라고요. 여러분은 여러분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나요?  

오늘은 길병민의 '마중'을 추천해 드립니다. 저는 모든 장르의 음악을 들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그럼에도 가곡은 늘 생소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에 자꾸만 마음이 가는 한국 가곡이 있었는데요. 그게 '마중'입니다. 시인 허림의 시에 작곡가 윤학준이 곡을 붙였다고 하죠. 가사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겠다니. 이토록 아름다운 노랫말은 쉽게 잊히지가 않습니다. 거기에 바리톤 길병민의 부드럽고도 힘 있는 목소리가 이 노래의 정서를 완성시킵니다. 한국 가곡의 매력을 알고 싶다면 이 노래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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