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을 닮은 사람이 있다. 보통 밤에는 지나간 일과 다가올 일을 생각하는 반면에, 아침에는 오늘 할 일만을 생각한다. 그러니까 아침을 닮은 사람에게는 과거에 대한 후회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오직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에 충실할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지루해 보일 수 있는, 반복적이고 성실한 일상도 그 사람에게는 바래지 않는 기쁨이다.
아침을 닮은 사람은 어떤 어두움도 밝히는 능력이 있다. 그 사람은 사물의 밝은 면을 바라보며 어떤 고난 속에서도 빛을 찾을 수 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과 낙관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늘 명랑하고 웃음이 많다. 앞으로의 평온을 자꾸만 응원하고 싶어 진다.
2.
아침에는 밝고 잔잔하면서도 어쩐지 쓸쓸한 음악을 듣게 된다. 어쩌면 '아침에 어울리는 음악'이라든지 '아침에는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라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가끔은 기분을 끌어올리고 싶어 경쾌하고 신나는 음악을 틀었다가도, 문득 주위 풍경과 마음 상태와 음악 사이의 이질감을 느끼고는 끝내 바꾸게 되는 것이다.
나는 아침마다 보사노바 음악을 듣는다. 재즈도, 포크도, 얼터너티브 록도 듣지만 결국에는 고향처럼 보사노바로 돌아가게 된다. 보사노바는 아침을 닮아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세상 사람들이 아침에 듣는 음악을 모두 모으고, 그것들을 적절히 선별하여 플레이 리스트를 만든다면, 그 안에는 어쨌든 간에 보사노바 음악이 있지 않을까 싶다.
보사노바는 1950년대 후반 브라질에서 시작된 음악 장르다. 이 음악은 수년간의 독재 정권 이후 경제 성장과 정치적 안정을 경험하는 시기에 등장했다. 당시 브라질에서는 문화적 르네상스가 태동했고, 브라질 전통 음악과 재즈 및 삼바를 융합한 보사노바는 이 운동의 최전선에 있었다.
보사노바가 가진 단순함과 자연스러움, 여유 있는 태도는 어떤 아침에도 잘 어울린다. 살짝 미는 듯하다가 당기기를 반복하는 오묘한 리듬은 간밤에 굳어있던 몸을 이완시켜 준다. 힘에 겨운 삶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서 단순한 것에 감사하고 순간을 즐기도록 일깨워준다.
3.
당신의 아침에 보사노바를 선물하고 싶다. 산들바람처럼 부드럽고 느긋한 멜로디가 당신의 기분을 어디로든 데려갔으면 좋겠다. 구겨진 미간을 펴고 햇살 가득한 미소를 보고 싶다. 아침을 닮은 당신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단지 이 정도뿐이라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