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에세이와 일기가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읽을 사람을 생각하며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내 대답이 너무 멋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고민해봐도 그 이상의 차이점을 잘 모르겠다. '에세이를 쓰는 법'이라는 것도 그렇다. 나에게는 그저 '일기를 쓰는 법'이나 '글을 쓰는 법', 더 나아가면 '말을 하는 법'과 별반 다르지 않게 들린다. 다만, 요즘 에세이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몇 가지 노하우가 있겠구나 싶다.
독자가 있다면 무엇보다도 읽히는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즉, 중학생도 아는 단어와 문장을 쓰면 된다. 단지 그뿐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꼭 모두에게 공감을 얻을 필요도 없고, 말하고 싶은 내용이 뚜렷하지 않아도 괜찮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라는 평가를 들어도 주눅 들 필요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내가 이토록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는 음악의 영향이 크다. 가사를 읽어보면 도통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노래가 많다. 그래도 괜찮다. 우리는 그 안에서 충분히 매력을 발견한다. 이를테면, 노래의 분위기, 보컬의 목소리, 음의 높낮이 등 노래가 전하고 싶은 바를 전할 수 있는 요소는 얼마든지 있다. 읽히긴 하지만 이해할 수는 없는 노랫말을 우리는 깊이가 있고 오묘하다고 말한다. 혹은 유치하고 단순한 노랫말을 가진 음악에도 모든 고민을 내려놓고 신나게 몸을 흔들기도 한다. 그런데 왜 유독 글에만 이토록 까다롭게 구는 것일까.
'제가 쓰는 글은 멋도 깊이도 없어요. 수다쟁이 아줌마가 쏟아내는 말 같아요.' 어느 글쓰기 모임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솔직히 부러웠다. 정갈한 문장은 아니지만 글에 리듬감이 있었고 스타일도 확고했다. 글을 읽는 동안 마치 그 사람이 직접 낭독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전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글을 경박하다고 평가했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을 속으로 삼켰다.
'다만 쓸 뿐이다.' 김선영 작가의 말이 나를 오래도록 따라다닌다.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정지우 작가의 책 제목도 그렇다. 나는 무엇을 그리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일까. 그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일 뿐인데 말이다. 오늘도 책상 앞에 앉아 머릴 쥐어뜯고 있는 내게 말한다. '거창한 교훈이나 그럴듯한 서사는 잊어버려. 그저 네가 말하고 싶은 걸 말해. 그것으로 된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