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와 마포구, 그 사이를 흐르는 한강 가운데에 선유도가 있다. 선유도는 공원이라기보다는 조경 작품에 더 가깝다. 본래 정수장이었던 곳을 정영선 조경가와 조성룡 건축가가 생태공원으로 새로 설계했다고 한다. 그만큼 다양한 수목과 도심의 흔적, 한강이 조화롭고 정교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나와 아내는 신혼 생활을 선유도 근처의 작은 오피스텔에서 보냈다. 창문 너머로 신축 건물이 들어서는 바람에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집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주말마다 선유도 공원에 갔다. 그곳에서 볕과 강바람을 맞고 천천히 산책을 하고 나무들을 살피며 세상의 밝기와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곤 했다.
날씨가 좋으면 돗자리를 펼쳤다. 무언가 특별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한강 둔치에 누워 평온하게 강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럴 때면 우리는 입버릇처럼 '지금 행복해?'라고 묻곤 했다. 그것은 행복을 느끼는 순간에만 할 수 있는 질문이었기에 언제나 서로 같은 대답을 했다.
나와 아내는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선유도 공원에서 사진을 찍는다. 경기도로 이사를 간 후에도 그렇게 했다. 어제는 세 번째 기념일이었다. 예년보다 바람이 차고 많이 불었다. 구름이 많아진다 싶더니 공원에 도착했을 때 소나기가 내렸다. 오 분쯤 지났을까. 비가 점점 그치더니 이내 따뜻한 햇살이 비추었다. 손길이 닿는 곳은 모두 끌어안아줄 것같이 부드럽고 포근한 빛이었다. 수십 번은 다녀갔을 선유도 공원이 이국적으로 느껴질 만큼 밝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것은 내가 바라는 사랑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늘 곁에 있어 변치 않는 평온을 전해주고, 그 안에서 언제나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는 것. 선유도 공원을 바라보며 나는 우리가 지켜온 것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