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쓴 글을 낭독하고 생각을 나눈다. 얼핏 보면 단순한 행위지만, 글쓰기 모임을 마친 날이면 하루 종일 마음이 가득 채워진 기분이었다.
모임 전날이면 설렘과 함께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혹시 무례한 사람이 찾아와 모임을 헤집어 놓을 때 나는 잘 대처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매번 잠을 설치게 된다. 그러나 막상 사람들을 마주하면 그런 걱정은 무용해진다. 그들은 이미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준비가 되어있으며 어떤 이야기라도 이해해보려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
인간관계에 실패했던 일, 자신에게 실망했던 일, 누군가에게 상처받고 정리해보려 애쓰는 마음까지 이곳에 모인다. 그럼에도 서로에 대한 배려를 놓지 않는다. 다시 불러온 감정에 함께 괴롭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둔다. 아마도 글로 한번 정리된 마음이기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런 깊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는 잊고 있던 인간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처음 만난 이들과 이토록 내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던가. 취향을 공유하고 사연을 나누고 울고 웃는 것이 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가능했던가. 나는 서로 마음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신비롭고 소중한 경험인지를 깨닫는다.
처음에는 자신이 쓴 글을 다른 이에게 보이는 일이 부끄럽다. 글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은 더더욱 어색하고 두렵다. 그럼에도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온전히 드러낼 때, 그것은 일종의 운명 공동체가 된다. '내가 너의 마음을 알아.' 그런 따뜻한 말들이 이곳에 존재한다. 다른 사람에게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 참 반갑고 안쓰럽고 응원하고 싶어 진다. 각자가 지닌 이야기는 고유하고 소중했다. 게다가 우리는 너무나 비슷한 종류의 사람이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아픔과 기쁨 속에서 비슷한 길을 찾아 걸어온 사람들이라는 그런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우리는 결국 함께 살아간다. 나는 이런 당연한 사실을 참 쉽게 져버리곤 하는데, 글쓰기 모임은 내게 함께 살아가는 삶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