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에게는 내일을 기대하는 이유가 있나요. 어떤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 아침을 기다리게 만드는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들 말이에요. 이를 테면, 내일 어떤 옷을 입고 나갈지 미리 정해둔다거나, 내일 방영될 드라마의 내용을 상상해 본 적은 없나요. 혹은 아침이면 문 앞에 도착해있을 택배 박스를 생각하며 설렐 수도 있겠어요. 매일 다른 종류의 커피를 마셔본다면 어떨까요. 일상 속 작은 변주는 분명한 기쁨이 되지요.
요즘 저에게는 아침 식사가 내일을 기대하게 만들어요. 작은 습관이 하나 생겼거든요. 밤마다 잠에 들기 전에 다음날 아침 메뉴를 정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침대에 누워서 이런 다짐을 해요. '내일 아침에는 포슬포슬한 감자빵을 먹어야지. 목이 메일 수 있으니까 시원한 아몬드 브리즈를 곁들어 마시고, 잘 익은 바나나도 하나 꺼내 먹어야지.',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 산 블루베리 베이글을 바삭하게 데워야지. 베이글을 반으로 갈라서 포도잼과 크림치즈를 잔뜩 바르는 거야. 뜨거운 커피와 같이 먹으면 잘 어울리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 내일이 무척 기다려져요. 아침마다 무겁고 피로한 몸을 일으켜줄 힘이 돼요.
언젠가,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랄 때가 있었어요. 밤마다 잠에 들기 전에 '부디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뜨지 않았으면.'하고 기도하기도 했어요. 하루를 살아내는 일이 고역이고 견디기 힘들었거든요. 몸도 마음도 몹시 아팠어요. 나아질 거라는 희망도 없었고요. 잔인하게도 아침은 늘 찾아왔어요. 그때는 창가를 비추는 햇빛이 원망스러워서 울기도 했는데, 지금은 참 감사해요.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 덕분에 다시 회복할 수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이토록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만약 기도가 이루어져서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았다면 미처 누리지 못했을 기쁨들이 많아요.
앞으로 제 삶 속에 내일 기대하게 만드는 것을 잔뜩 마련하고 싶어요. 마치 커다란 선반을 좋아하는 물건으로 가득 채우는 것처럼 하나씩 쌓아가는 거에요. 그러면 내일이 너무 궁금해서, 내일의 내가 너무 기대돼서, 어서 아침이 오기를 바라게 될 거에요. 그렇게 우리는 한결 더 살아있는 존재가 될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