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일주일 동안 쓰고 읽고 들은 것을 전해드릴게요. 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Photo by Mak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삶이 명사가 아닌 동사라면 어느 여름밤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전화가 왔다. 엄마였다. 이 시간에 웬일이실까. 전화를 받으니 엄마의 목소리가 슬프다. "밥은 먹었니?" 진흙처럼 축축한 말씨로 안부를 물었다. 분명 어떠한 일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나는 그토록 살가운 아들이 되지 못한다. 내게 엄마는 가깝지만 동시에 너무 멀리 있는 사람이다. 다행히도, 엄마에게 안 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엄마는 방금 전에 내가 쓴 책을 모두 읽었다고 했다. 읽다 보니 글이 자신을 닮은 것 같다고, 그동안 꾹꾹 담아두고 있던 자신의 마음을 대신 글로 표현해준 것 같아서 참 좋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래서 슬펐다고 했다. 아마도 고백처럼 썼던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엄마는 미안했나 보다. 엄마는 수화기 너머로 한참 동안 옛날이야기를 했다. 어릴 적에 피아노를 많이 쳐줬어.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그걸 기억하는구나. 너는 안세 병원에서 태어났어. 그때 강남에서 제일 좋은 병원이었어. 아기 때 입던 옷도 갖고 있어. 다음에 가져다줄게. 나는 수화기 너머로 한참 동안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엄마는 말했다. "아무런 설명도 못해줘서 미안해. 네가 어른이 되면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어. 잘 커줘서 고마워. 요즘 꿈을 꾸면 너희와 헤어질 때, 그때의 너희들이 나와." 나는 말한다. 이제는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우리는 더 이상 그 일로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 그렇게 상처 없는 사람처럼 위로했다. 엄마는 끝으로 내게 당부했다. "행복하게 살아. 너무 우울하고 슬프게 살지 말고. 그런 건 꼭 나를 닮은 것 같아서 좀 마음이 안 좋았어." 나는 말한다. 나는 오직 슬픈 일만 글로 쓴다고, 기쁜 일은 그저 기쁘게만 받아들인다고,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속 좋은 사람처럼 대답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여운이 오래 남았다. 엄마를 붙잡던 한 아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자기 잘못 때문에 엄마가 떠나갔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오랫동안 아이를 짓눌렀다. 지금의 나는 그 아이에게 시간이라는 연약한 갑옷을 겹겹이 씌워 몸을 불린 사내다. 나를 둘러싼 것들을 조금씩 제거하고 맨 밑바닥을 내보일 수 있었을 때 내 삶은 달라졌다. 엄마의 말과 행동을 20년이 지나서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것은 과거를 넘어서기 위해 나에게도, 엄마에게도 필요했던 계단이었다. 지금 지나는 순간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그 순간들은 점처럼 아름답게 이어져 있다. 내가 만약 글을 쓰지 않았다면, 혹은 책을 내지 않았더라면 우리 모자(母子)는 거멓게 묵은 소회를 풀어헤칠 수 있었을까. 삶이 명사가 아닌 동사라면, 앞으로 내 삶에 또 어떤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질지 기대해보려고 한다. 2021년 9월 27일 느즈막한 밤에 윤성용 드림 당신이 읽었으면 하는 글 대화, 가끔은 새벽 응급실의 가장 중요한 치료법 약을 쓰지 않았는데도 혈압은 완벽히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는 외로울 수밖에 없어 보였다. 인간은 외적인 조건 몇 가지로 타인에게 쉽게 판단된다. 좋은 사람이었던 남편, 성공한 자녀, 비교적 여유 있는 노년, 그 굴레는 당면한 삶의 괴로움을 돌아보지 못하게 하고 신체의 불편감으로 쉽게 전이된다. 그래서 그 새벽의 가장 중요한 치료는 시간을 두고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너무나 흔한 것이지만 때때로 우리에게 놀랄 만큼 커다란 힘이 되는. 응급의학과 교수이자 작가 남궁인 님의 따끈따끈한 칼럼을 소개해드립니다. 혈압이 높아 응급실을 찾아온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점을 글로 담았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는 일만으로도 외로움을 이겨내는 힘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우리의 고통스러운 삶에 근본적인 치료법은 가장 일상적이고 단순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여러분은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오늘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조용히, 그리고 사려 깊게 들어주는 건 어떨까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 이상순 - 다시 아 참았던 울음과 아 아픈 기억 다 바다에 던진다 그리고 다시 가볍다 오늘은 이상순의 2018년 곡 '다시'를 추천해드립니다. 우연히 제 플레이리스트에 흘러들어왔다가, 빠져나가지 않고 오랫동안 머물고 있는 노래예요. 이상순 님은 현재 '이효리 남편'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밴드 롤러코스터의 기타리스트로서 굉장한 실력파 아티스트이기도 하죠. 롤러코스터의 화려하고 몽환적인 사운드도 좋지만, 담담하고도 조용한 고백 같은 노래가 이상순 님과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노래가 이효리 작사, 이상순 작곡이라는 말을 듣고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문득 위로가 필요한 어느 저녁날 들어보기를 추천할게요. P.S - 다가오는 목요일에는 팟캐스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저처럼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두 분을 인터뷰하게 되었어요. 직장 생활과 병행하며 매주 마감에 쫓기지만, 자신만의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가고 있는 분들과 이야기하다보니 어찌나 시간이 빠르게 갔는지 모르겠어요. 이번주 팟캐스트 많이 기대해주세요. - 오늘 뉴스레터는 고민이 깊어지다보니 늦은 밤에 발송되었어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 그럼 안녕,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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