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
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Photo by Mak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나는 올해 어떤 사람이고 싶을까 새해다. 이번 해는 맞이할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와버린 손님처럼 도래했다. 아마도 당분간은 새로운 연도를 발음하는 일이 어색할 것이고, 나를 소개할 때마다 나이를 조금씩 헷갈릴 것이다. 돈을 쓰지 않고 영어 공부를 하는 방법이나 힘을 들이지 않고 살 빼는 법 따위를 찾아볼 것이며, 올해 계획을 멋지게 세우는 일에 한동안 몰두하게 될 것이다. 계획을 세우는 일에 대해 내가 가진 묘한 특성이 있다. 그것은 계획을 세우는 일에는 매우 능숙하지만, 그와 동시에 계획에 따라 실천하는 걸 싫어한다는 점이다. 아마도 내가 세운 계획대로만 살아왔다면 지금쯤 나는 아주 유능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다. 나는 유능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으며 두려움도 많고 무엇보다도 우유부단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나 자신을 친근하게 여기는 동시에 어딘가 안쓰럽고 답답한 친구처럼 바라본다. 그렇다고 해서 계획을 세우는 일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계획이 없다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되돌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머릿속으로 그렸던 이상적인 삶과 현실이 어떻게, 얼마나 어긋났는지 확인하는 일은 나를 세상과 동떨어지지 않게 만든다. 무엇보다도 계획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는 과정이다. 계획을 세우는 시간은 눈앞만 바라보며 달려가는 나를 잠시 멈춰 세우고, 먼 미래를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에 일 년에 한두 번쯤은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는 올해 어떤 사람이고 싶을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해보는 사람이고 싶다. 조금은 진중하지 않더라도 더러 가벼워 보이거나 어설프고 무모하더라도 말이다. 지금 내 의지는 너무나 무겁고 둔해서 일종의 마음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어릴 적에는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그 소망은 나를 빠르게 성장시켰고 동시에 신중하고 겁이 많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이룰 수 없는 짐을 내려놓아야 할 때다. 언젠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아래 문장을 읽고,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내가 인생과 맺은 계약에 시한 조건이 없다는 걸 확인하려고 나는 가장 위험한 경사 길에서 브레이크를 풀어 봅니다. 인생이란, 가파른 경사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지요. 잘난 놈들은 모두 자기 브레이크를 씁니다. 그러나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 지 오랩니다. 나는 꽈당 부딪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 밤이고 낮이고 나는 전속력으로 내달으며 신명 꼴리는 대로 합니다. 부딪혀 작살이 난다면 그뿐이죠. (..) 천천히 가면 거기 안 가나요? 물론 가죠. 기왕 갈 바에는 화끈하게 가자 이겁니다." 그때의 결심처럼, 올해는 인생의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를 풀어놓고 누구보다도 나에게 솔직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성공적이고 완벽한 사람은 아니더라도, 한없이 인간적이고 빛나는 사람이기를 바라며 새로운 해를 반기어 본다. 2022년 1월 3일 새해를 맞이하며 윤성용 드림 당신이 읽었으면 하는 글 [인터뷰] “선한 인간이 이긴다는 것, 믿으라” 이어령, 넥스트 -마지막으로 여쭐게요. ‘받은 모든 것이 선물이었고, 탄생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간다’는 말씀에는 변함이 없으신지요? “변함없어요. 생은 선물이고 나는 컵의 빈 공간과 맞닿은 태초의 은하수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또 한 번 겸허히 고백하자면, 나는 살아있는 의식으로 죽음을 말했어요. 진짜 죽음은… 슬픔조차 인식할 수 없는 상태, 그래서 참 슬픈 거지요. 그 슬픔에 이르기 전에 전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별을 보며 즐거웠어요. 하늘의 별의 위치가 불가사의하게 질서정연하듯, 여러분의 마음의 별인 도덕률도 몸 안에서 그렇다는 걸 잊지 마세요. ‘인간이 선하다는 것’을 믿으세요. 그 마음을 나누어 가지며 여러분과 작별합니다.” 오늘은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에서 발행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인터뷰를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대표 지성인인 이어령 선생은 암 투병 중에도 글 집필을 멈추지 않고 있는데요. "죽음은 신나게 놀고 있는데 어머니가 ‘그만 놀고 들어오라’는 소리와 같다."고 말하며 죽음을 관찰하고 온몸으로 감각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가 젊은 세대에게 전하는 마지막 위로와 응원은 우리가 앞으로 가져야 할 삶의 태도에 대한 힌트가 되는 듯합니다. 이번 인터뷰 기사를 통해 깊고 빛나는 지혜로 가득한 대화를 만나보세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 김윤주 - Intro 오늘은 김윤주의 'Intro'를 소개해드립니다. 인디 뮤지션 듀오 '옥상달빛'의 멤버인 김윤주 님은 2019년도에 첫 솔로 앨범을 발매합니다. 자신이 앞으로 만들어 나갈 음악의 시작이자 기준으로서 이 음악을 만들었다고 해요. 자연을 닮은 것같은 웅장한 사운드와 바이올린 선율, 허밍으로 이루어진 이 연주곡은 마음을 평온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구독자 분의 추천을 받아 처음 이 음악을 알게 되었는데요. 지금은 글을 쓸 때마다, 심경이 복잡할 때마다 반복 재생하며 듣고 있습니다. 온 몸에 힘을 빼고 유연한 마음을 갖고 싶을 때 이 음악을 들어보세요. P.S • 팟캐스트 개편을 준비하고 있어요. 새로운 에피소드는 2월부터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보내주신 소중한 후원금은 뉴스레터 운영을 위해 사용할게요. • 오늘부터 강추위가 시작된다고 해요. 목도리를 꼭 매고,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 올해는 기쁜 일이 많으셨으면 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럼 안녕,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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