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일주일 동안 쓰고 읽고 들은 것을 전해드릴게요.
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Photo by Mak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여름과 자전거 [*2021년 7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여름이 왔다. 계절의 경계가 무엇이고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여름이 왔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여름이 오면 잠들어 있던 자전거를 꺼낸다. 올해 봄부터 복도에 놓인 자전거가 눈에 밟혔다. 그러나 나는 천성이 게으른 사람이어서 '꼭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올 때까지 먼저 움직이는 일이 없다. 그러다 따가운 햇살과 후덥지근한 공기를 마주한 순간, '아, 이제는 자전거를 꺼내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마음이 충동적으로 일었다. 잠들어 있던 자전거에는 회색빛 먼지가 쌓여있었다. 나는 조금 미안한 감정과 함께 자전거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햇살을 비추어준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볕일 것이다. 동굴 같은 곳에서 반년을 보내서 그런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바퀴에는 바람이 없어서 오래 굶은 사람처럼 푹 퍼져 있었다. 우선은 그를 씻기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등목을 하듯 엎드려있는 자전거에 물을 끼얹는다. 그리고 물티슈를 두어 장씩 꺼내어 묵은 먼지를 쓱쓱 닦는다. 브레이크 선도 부드럽게 감싸 내려가고, 손잡이와 역삼각형 모양의 프레임도 원래 색깔을 되찾을 때까지 정성스럽게 문지른다. 구석구석, 손이 잘 안 닿는 부분도 신경 써야 한다. 이런 디테일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어쨌든 오늘이 아니면 다음 여름 때까지 남아있게 된다. 새까만 물티슈들이 수북이 쌓였을 때 자전거는 옛 모습을 되찾았다. 여전히 늘씬하고 세련된 자전거였다. 단장을 마쳤으니 이제는 바퀴에 바람을 넣어줄 차례다. 집 근처의 자전거점까지 깔끔해진 자전거를 끌고 간다. "어떻게 왔어요?"라는 주인아저씨의 말에 "자전거에 바람 좀 넣으려고요."라고 대답한다. "그래, 아뎁타는 있고?"라는 물음에 "예, 여기 가져왔어요."하고 조그만 어댑터를 주머니에서 꺼내 보인다. 자전거마다 공기주입구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공기주입기를 사용하려면 밸브를 변환해주는 어댑터가 필요하다. 주인아저씨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돌려 다른 손님을 맞이했다. 나는 무릎을 굽혀 바퀴를 붙잡고 바람을 넣어준다. 홀쭉했던 바퀴가 금방 차올라 단단해졌다. 손가락으로 바퀴를 치니 '통통'하고 맑은 소리가 났다. 나는 배고픈 후배에게 밥을 사 먹인 것처럼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원래 자전거만 정비하고 집으로 갈 생각이었으나, 말끔해진 자전거를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따라 곧장 여의도 공원까지 달렸다. 사람들은 돗자리를 펴고 즐거운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땀은 기분 좋은 만큼만 났다. 바람을 맞으면 팔다리가 민트처럼 시원할 정도까지만 습기가 올랐다. 그날따라 이상스럽게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미루어 둔 일을 해냈다는 점과 여름 바람을 온몸으로 실컷 맞았다는 사실과 내 손으로 무언가를 더 나은 상태로 만들었다는 성취감 때문일 것이다.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이 더 나은 상태가 되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나는 자전거를 제자리에 두고 집으로 돌아가 작은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정비하면서 얻은 기쁨은 관성처럼 나를 또 다른 성취로 이끌었다. 밀린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광이 나도록 인덕션을 닦고, 폐건전지를 모아 버리고, 필요한 생활용품을 구매하고, 책을 정리하고, 아내의 푸념을 가만히 들어주었다. 밤이 되어 침대에 누웠을 때는 '오늘 하루 정말 잘 보냈다.'라고 소리 내어 말했다. 여름이 오면서 내 안에 무언가로 다시 충만해졌음을 느꼈다. 2021년 11월 23일 지나간 여름을 그리며 윤성용 드림 당신이 읽었으면 하는 글 피로·냉소·무기력보다 무서운 섭섭함 번아웃의 본질은 섭섭함과 서운함이다. 물론, 번아웃은 과도한 업무에서 오는 극단적인 피로감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과도한 업무 자체가 번아웃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번아웃은 자신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과 자신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촉발된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섭섭함과 서운함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유발한다. 그 마지막 종착지는 자신이 그렇게까지는 중요하지 않은 존재였다는 자괴감이다. 오늘은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님의 기고글을 소개해드립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번아웃(탈진 증후군)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증상은 피로와 냉소, 그리고 무기력함인데요. 원인은 과도한 업무에서 오는 피로감도 있지만, 섭섭한 마음이 더 크다고 해요. 내가 노력한 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 자신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존재로 느껴진다고요. 지금 번아웃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는 어쩌면, 휴식보다 다정함과 존중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 The Beatles - Hey Jude (Remastered 2015) 오늘은 비틀즈의 'Hey Jude'를 소개해드립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비틀즈의 대표곡들 중 하나인데요. 마음이 지칠 때일수록 새로운 노래보다는 익숙한 노래에 기대게 되는 것 같아요. 7분 가까운 시간 동안 단순한 멜로디가 반복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Hey Jude'로 시작하는 노래는 내게 위로를 주는듯한 느낌이 들고요. '나-나-나-'로 시작하는 비틀즈 멤버들의 합창과 폴 매카트니의 거친 애드립은 오늘 하루도 잘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만들어요. 언젠가 지친 마음을 달래야 할 순간을 위해, 이 노래를 처방전처럼 간직하세요. P.S - 다가오는 목요일에는 팟캐스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팟캐스트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 체험기를 전해드릴 예정이에요. - 개인적인 사정으로 뉴스레터를 하루 늦게 발송했어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 몸 건강에 유의하세요. 안녕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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