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일주일 동안 쓰고 읽고 들은 것을 전해드릴게요. 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Photo by Mak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모두 건강하고 건강하기를 겨울바람이 차다. 숨을 깊게 들이쉬면 향이 없는 민트처럼 화한 기운이 목을 타고 들어온다. 겨울 냄새다. 아마 눈이 내린 텅 빈 고원을 향수로 만든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이 세상에는 외로운 사람들이 많으므로 이 향수는 인기가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제는 완벽한 하루를 보냈다. 잠들기 전에 '아, 오늘 하루는 정말 잘 보냈어.'라고 속삭이는 날이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갔다. 내가 요리한 음식은 간이 알맞았고, 가족과의 오래된 약속은 늦지 않게 지켰다. 숙제처럼 밀린 집안일까지 마쳤을 때는 마치 겨울 공기를 깊게 들이마신 것처럼 후련한 기분이었다. 이런 날을 보내고 나면, 내게 글쓰기는 고된 노동이 된다. 만족스러운 기분일 때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다. 떠오르는 감정을 온전히 내 안에 담아두고 싶기 때문이다. 여행할 때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는 대신 온몸으로 기억하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잊는 것보단 불완전하게나마 기억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내 안에서 들려오면, 그제야 어쩔 수 없이 나는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겨울이 되면 보고 싶은 얼굴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다들 무탈하게 살아가고는 있는지, 언젠가 털어놓은 고민들은 잘 보내주었는지 궁금해진다. 잠시 스쳐갔던 이들도 소중한 인연이었을지 모른다. 내가 한 발 더 다가갔다면, 용기 내어 안부 인사라도 전했다면 말이다. 박준 시인의 말처럼 우리가 살아가며 맺는 관계에도 어떤 정량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시인이 그러했듯, 나 또한 한 번에 많은 인연을 지닐 능력이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겨울은 어쩐지 지나간 인연들을 붙잡고 싶은 계절이다. 오늘은 마음과 다르게 조금 주저리주저리 글을 써 내렸다. 아무래도 90년대 가요와 버번위스키를 잔뜩 넣은 하이볼 탓인 것 같다. 그저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 이번 겨울도 무탈히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보낸다. 모두 건강하고, 건강하기를. 2021년 11월 29일 멀고도 가까운 인연을 생각하며 윤성용 드림 당신이 읽었으면 하는 글 온통 맵고 짠 세상… ‘순한 맛’은 어디에서 찾을까 매운맛과 높은 음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보상을 받지만 순한 맛과 낮은 음은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담백한 이야기, 작은 소리도 순한 맛과 처지가 비슷하다. 그래서 상업 영화의 폭력 묘사는 점점 더 잔혹해지고, TV 드라마의 막장성은 갈수록 심해지고, 팝송과 가요는 평균 음량이 커지면서 비트가 강렬해진다. 그렇게 다양성이 증가한다면 환영할 일이겠으나 실제로는 표준에 대한 감각이 바뀌면서 매운맛이 순한 맛을 쫓아내는 현상이 벌어진다. 오늘은 장강명 작가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TV, 가요 등 주변의 많은 것들이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어서, 담백하고 순한 이야기들이 가려진다는 내용이 담겨있어요. 저도 종종 옛날 영화를 찾아볼 때마다 요즘 영상 콘텐츠들이 얼마나 자극적이었는지 깨닫게 되더라구요. 그만큼 담백하고 슴슴한 매력을 가진 이야기들이 눈길을 끌기 어려워진 시대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대중 콘텐츠들이 점점 자극적이고 강렬해지면서 우리 모두 길들여지고 있다는 이야기, 여러분은 얼마나 공감하시나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 김현식 - 언제나 그대 내곁에 세상은 외롭고 쓸쓸해 때로는 친구도 필요해 그대 멀리 떠난다 해도 난 언제나 그대 곁으로
달려 갈래요 오늘은 김현식의 '언제나 그대 내곁에'를 소개해드립니다. 1988년에 발매된 곡으로 쓸쓸하고도 외로운 마음을 위로하는 노랫말이 담겨있어요. 김현식이 직접 작사를 했고요. 이 곡이 담긴 4집 앨범 내지에는 자필로 "좋은 세상, 좋은 음악, 좋은 사랑… 내가 바라고 절실히 원하는 것이다."라고 적어두기도 했어요. 지독한 외로움과 고통 끝에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의 인생을 생각하면, '언제나 그대 내곁에'는 간절한 고백처럼 들리기도 해요. 홀로 있다고 느껴질 때, 이 노래를 들어보세요. P.S - 팟캐스트는 한 달간 쉬어갈 예정입니다. 내년 1월에 새로운 에피소드로 찾아뵐게요. - 이번 주에는 아침 기온이 영하권으로 내려가면서 부쩍 추워진다고 해요. 외출하실 때 꼭 따뜻하게 입으세요. 그럼 안녕,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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