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한 달 만에 할머니를 찾아뵈었습니다. 할머니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에 계십니다. 방문객 명단에 이름을 적고 엘레베이터로 5층에 올랐습니다. 한 요양보호사님이 할머니께서 저 방에 잠깐 누워계신다고 일러주셨습니다. 할머니는 나와 동생을 보고 반가운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초등학생 같은 짧은 머리를 하고 따뜻해 보이는 보라색 조끼를 입고 계셨습니다. 오늘따라 혈색이 좋아 보이셨습니다. 93세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얼굴이었습니다. 우리는 먹기 좋게 준비한 과일들을 꺼냈습니다. 할머니는 과일을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함께 살 때는 그 사실을 잘 몰랐는데, 할머니는 한사코 모두가 먹고 남은 음식만 드셨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생신을 축하드린다고 전했습니다. 당신은 '그래, 오늘이 내 생일이야? 고맙다.'라며 웃었습니다. 동생은 '우리 이름 기억나세요?'라고 물었고, 할머니는 조용히 고민하시더니 나와 동생의 이름을 반대로 말하셨습니다. 당신의 모든 시간은 잊어도 우리의 이름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감사했습니다. 당신은 문득 내 손을 잡았습니다. 손톱에는 빨간 매니큐어가 어설프게 발라져 있었습니다. 내가 손을 마주 잡고서 '할머니, 손이 차셔요.'라고 말하자, 그녀는 '늙으면 그렇지. 늙으면 그래.'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문득 그녀를 생각하며 지은 시를 떠올렸습니다. '들에는 봄볕이 나리는데 /송악산 봄처녀는 어디로 떠나고 /그 많던 꽃은 어디로 저물었나'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시였습니다. 나는 이른 나이부터 할머니와 살았었습니다. 할머니는 근면했으나 옛날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젊었으나 게을렀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평생토록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손을 맞잡은 순간만큼은 영원이기를 바랐습니다. 2020년 1월 셋째주 다시 오지 않을 시간에서 윤성용 드림 ✒️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 무말랭이에 무친 외할머니 이야기 - 기며니
brunch, 4 min 이렇게 힘든걸 그냥 사 먹으면 편할 텐데. 내 손으로 만들어 내 새끼에게 먹이겠다는 집념이 있어야만 끝까지 썰 수 있는 게 무였다. 이 바위 같은 무를 구더기 크기까지 고르게 잘라내며 외할머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할머니는 왜 무를 썰다 울었을까...[더보기] 일전에 브런치 한식문화 공모전에 당선된 글입니다. 이북식 무말랭이와 외할머니의 이야기인데, 쉽게 읽히고 울림이 있습니다. 저희 할머니는 명절이면 이북식 만두와 식혜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손이 정말 많이 가는 음식인데도 손주를 먹이겠다고 몇날 전부터 준비하셨지요. 그리고 배가 터지도록 쉴틈없이 먹을 것을 주시곤 했습니다. 가끔은 그 맛과 따뜻함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10 min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이죠. 우리는 이제까지 치매라고 하면 며느리가 밥 안 줬다고 악을 쓰는 노인만 봤잖아요. 살아보니 제일 아름다웠던 순간도 가슴 아팠던 순간도 다 소중하게 모여서 기억이 돼요. 뇌가 쪼그라들어도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으로 살아요."...[더보기] 저는 경험많은 어른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힌트를 주거든요. 그 중에서도 오늘은 배우 김혜자 선생님의 인터뷰를 추천드립니다. 그녀는 최근 연기한 드라마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마음에 와닿는 말들이 많은데요. 우리는 결국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으로 살아간다는 말이 가슴 깊이 남았습니다. 🎧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멀어져 가는 저 뒷모습을 바라 보면서 난 아직도 이 순간을 이별이라 하지 않겠네
어릴 적에는 테이프가 닳도록 나미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나미의 '슬픈 인연'을 들을 때면 항상 자동차 뒷자석이 떠오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댁으로 가는 차 안에서 언제나 이 노래를 따라 불렀거든요. 지금 다시 들어도 가사가 정말 가슴 사무치도록 좋아요. 이토록 담담한 마음은 이 시대에 다시 나오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 F E E D B A C K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답장을 원한다면 메일 주소를 함께 남겨주세요. 안녕,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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