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에 오면 저를 기억해주세요.'라는 익명의 답장을 받았습니다. 커피에 관한 글을 썼을 무렵이었습니다. 그냥 카페도 아니고 앤트러사이트, 그것도 서교점에 오면 자신을 기억해달라니. 분명 이곳에서 일하시는 분 이리라 짐작했습니다. 조금은 갑작스럽고 엉뚱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무시하고 지나기엔 '저를 기억해주세요'라는 문장이 체증처럼 식도에 걸렸습니다. 몇 주간 혼자 속앓이를 한 끝에 내가 졌습니다. 나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기억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망원동 골목에 들어서자 멋진 카페들이 하나둘씩 드러났습니다. 그곳은 그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공간에 들어갔습니다. 3층짜리, 넓은 창문이 돋보이는 건물이었습니다. 오래된 저택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말이 실감되었습니다. 나는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내부는 매끄러운 나무로 포장되어 있었고 군데군데 거친 회색 벽돌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마치 불상의 흘러내린 어깨를 보는듯했습니다. 나는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도서관처럼 조용한 분위기였습니다. 옆 사람들이 건축가 '이타니 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음악은 흐르지 않았습니다. 주문한 커피가 나왔습니다. 커피는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어두운 색이었는데, 컵 가장자리로 갈수록 옅은 갈색이 드러났습니다. 컵을 코에 가까이 가져가자 옅은 시큼한 향을 맡을 수 있었습니다. 한 모금 마셔보니 시큼한 향이 미각으로 진하게 구체화되었습니다. 끈적하지만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은 질감이었습니다. 마시고 나면 혀 끝에 달짝지근한 캐러멜이 남았습니다. '공기와 꿈'이라는 원두명과 잘 어울렸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이곳엔 나를 기다리는 듯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여기야'라며 반갑게 손을 흔드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바라며 이곳에 왔을까요. 누가 마중이라도 나올 것이라 생각했던 걸까요. 그저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문장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만큼 '나를 기억해주세요'는 강력한 말입니다. 우리의 삶은 기억으로 구성되며, 그것은 매우 제한적이고 어지러운 시공간에서 일어납니다. 그 혼란 속에서도 나는 '앤트러사이트 서교점'를 찾을 때마다, 혹은 빈티지 건물에 들어서거나 산미 가득한 원두향을 맡을 때마다, 이 일련의 사건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무언가를 오래 기억하는 방법은 글을 쓰는 것입니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만난 적 없는 그 또는 그녀를 기억하기로 합니다. 2020년 2월 둘째 주 앤트러사이트 서교점에서 윤성용 드림 ✒️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 휠체어를 탄 소년 - 고수리 brunch, 2 min 휠체어를 에워싼 가족의 그림자는 천천히 나아가는 돛단배 같았다. 돛단배라는 말을 생각했다. 돛을 단 배. 바람에 밀려 나아가는 배. 내가 이들을 위해 무얼 빌어줄 수 있을까. 그저 어떤 바람에도 멀리 나아갔으면 좋겠다고...[더보기] 스쳐지나가는 생각과 감정을 포착한 결과물이 일상 에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고수리 작가님의 글들을 좋아해요. 우연히 마주친 일상의 단상도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우리는 그런 글에서 '따뜻하다'라는 기분을 얻게 되는 것같습니다. 겨울의 막바지에 햇볕같은 에세이를 읽어보세요. * 의미형 인간이 저력있다 - 최인철 중앙일보, 3 min 의미가 스트레스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힘은 ‘해석’을 통해서도 발휘된다. 의미는 ‘고난에도 뜻이 있다’는 해석을 우리에게 제공해준다. 설명할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의미다. 의미형 인간은 실패를 자기 삶에 대한 위협이 아닌 도전으로 해석한다...[더보기] 여러분은 '재미형 인간'인가요, '의미형 인간'인가요? 재미형 인간은 현재의 즐거움, 확실한 행복을 추구합니다. 반면에 의미형 인간은 의미있는 일이라면 현재의 스트레스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의미형 인간에 가깝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의미에서 재미를 찾는 사람이랄까요. 당장 즐겁지 않더라도 무언가 위대한 목표에 기여한다는 느낌이 제게는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짙은 어둠이 가고 내일이 오면
우린 사라지겠지 한낱 꿈처럼 듣자마자 마음이 가는 음악이 있습니다. 대개 그런 음악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가볍고 쓸쓸한 것이 괜시리 바람 냄새가 난다는 점입니다. 이 노래는 특히 아티스트의 이름에 먼저 끌렸네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어제 처음 듣게 되었는데, 하루종일 반복 재생 중이에요. 텅 비어있는 놀이터, 해질녘 건물 옥상,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정류장이 떠오르는 음악입니다. 📮 F E E D B A C K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답장을 원한다면 메일 주소를 함께 남겨주세요. 안녕, 친구! P S 1. 이번주 목요일에는 'xyzorba_film : 빌리 엘리어트'를 보내드립니다. 2. 홈페이지를 오픈했습니다. 언젠가 이곳을 통해 여러가지를 해볼 생각입니다. 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극성입니다. 외출하실 땐 마스크를 하시고 건강 조심하세요. 변하지 않는 가치를 사랑하는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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