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
안녕, 친구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
✉️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일기예보는 맑음이었습니다. 우산을 두고 집을 나섰습니다. 10분쯤 걸었을까요. 마른하늘에 천둥소리가 들립니다. 공사장 같은 소리였습니다.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꽤 굵은 빗줄기입니다. 나는 어느 고깃집 천막 아래로 몸을 숨겼습니다. 갈대밭처럼 비가 내리는 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보았습니다. 공사장 인부들은 헐래 벌떡 뛰어나오고 있었습니다. 물안개가 이는 와중에도 햇빛은 아스팔트를 비추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변덕스러움을 배웠나 봅니다. 비를 맞는 게 무척이나 싫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어릴 땐 비를 좋아했습니다. 나는 우산을 쓰고도 언제나 옷을 적셨습니다. 물웅덩이에서 철벅철벅 발을 구르곤 했습니다. 이토록 많은 물이 하늘에서 내린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 걱정이 없던 시절입니다. 나는 문득 이상한 오기가 생겼습니다. 설명하기 힘든 기분이었습니다. 굳이 표현해보자면 '나는 그때와 다르지 않아.'와 비슷한 무언가입니다. 비가 무서워서 천막 아래 몸을 숨기는 자신이 한심해질 때쯤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빗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정류장까지 6분 정도 거리였습니다. 나는 달리면서 매몰차게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받았습니다. 미지근한 온도와 무게가 머리와 옷에 닿았습니다. 나는 이상하게도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내 안에 있는 단단한 구조가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 쉬었습니다. 비에 젖어 엉겨 붙은 머리칼, 앞이 보이지 않는 안경, 끈적한 피부와 축축한 직물이 느껴졌습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해냈다'라는 기분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잔잔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나는 정류장에서 젖은 몸을 천천히 말렸습니다. 5분쯤 지났을까요. 비가 사그라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비가 그쳤습니다. 나는 깨끗한 공중을 허망하게 바라보았습니다. 미련 곰탱이.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비를 맞는 기분이 오랜만에 나쁘지 않았어.' 참 속없는 사람이지요. 어떤 일이라도 웃으면서 넘기고. 결국엔 소소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것이 저다운 모습입니다. 그게 반가웠습니다. 비를 맞지 않았다면 나는 떠올리지 못했을 겁니다. 살면서 예상치 못한 폭우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최선을 선택하지는 못합니다. 만약 최선도 최악도 없는 선택이라면 어떨까요. 어느 쪽이어도 괜찮은 삶 말입니다. 물론 나 자신을 탓하고 싶고, 세상을 욕하고, 다른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고통을 잊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알았습니다. 당신도 비를 맞고서 웃을 수 있다면 나는 좋겠습니다.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당신 잘못은 아닙니다.
2019년 8월 첫째주
소나기가 내린 날에
윤성용 드림 ✒️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 부끄러움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지만 - 승연
'이제는 답을 찾고 싶다. 진짜 부끄러운 게 무엇인지를.' 제 말버릇, 글버릇 중에 하나가 '-인 것 같아요'입니다. 언제부턴가 자리 잡은 습관입니다. 어쩌면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확실하게 말하기가 부끄러운 모양입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나라면 부끄러웠을 행동을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그럴 때면 '사실 나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부끄러워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진짜 부끄러워 해야할 일은 그런 게 아니니까요.
* 비주류가 된다는 것 - 잰양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만 인정하면 되는건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나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남들과 다르다고 느낄 땐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가치관, 취향, 관심사 등은 평범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가 너무나 독특하고 다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주류에서 벗어난다는 두려움이 있나요. 만약 자신이 비주류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어떨까요. 누군가 '이거 아세요?'라고 물었을 때, '아니요, 딱히 관심이 없어서요.'라고 기꺼이 대답할 용기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일기예보엔 비가 온다고 했어 그런데 햇살이 좋아 I wanna close to you' 비가 오면 생각나는 노래들이 있죠. 김건모의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링크의 <비가 와>, 이적의 <Rain> 등등. 그럼 비가 그쳤을 때는 어떠세요? 저는 롤러코스터의 <Close To You>가 생각나요. 밝은 보사노바 풍의 멜로디에 달달한 가사가 인상적인 노래입니다. 지금은 이효리 남편으로 알려진 이상순, 매력적인 보컬을 가진 조원순, Hitchhiker라는 이름으로 작곡 활동을 하는 지누가 롤러코스터의 멤버입니다. 이번 주에 태풍 소식이 있다고 합니다. 우산 꼭 챙기시고요. 오늘도 음악으로 고단한 하루를 버텨내시길 바랍니다. 📮 F E E D B A C K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언제나 고마워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가슴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그럼 월요일에 또 만나요, 친구. 안녕! 🔗 L I N K 이대로 헤어지긴 아쉬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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