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Photo by Mak 1. 두 시간이면 사람은 고운 가루가 된다. 나를 입히고 씻기고 먹이던 주름진 손은 이제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당신의 고단한 삶과 역사가 처리됐다. 가족들은 기억할 준비를 했다. 볕이 따뜻한 날이었다. 땅 속에 유골이 담긴 작은 함을 넣었다. 큰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기도했다. 그리고 촉촉한 흙으로 꼭꼭 눌러 덮었다. 마치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존재 하나가 사라졌다. 이 일련의 과정을 수행하는데 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모든 것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슬픔이 몰려왔다. 우리는 잊어야 살아갈 수 있으므로,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모든 기억을 그곳에 두고 왔다. 갑작스럽게 비워진 마음에 공명이 일었다. 버스 창가에서 한숨 같은 울음이 터졌다. 2. 모든 감정이 그렇지만, 슬픔은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충동이다. 슬픔의 이유는 분명하다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그 근원을 제대로 설명해내기 어렵다. 구토를 하듯 울컥 튀어나오는 것이 슬픔이다. 모두 게워내기 전에는 개운해지지 않는다. 슬픔에는 주변 사람의 손길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다가와 얼굴을 살피고 등 두드려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간 슬픔의 구렁텅이에서 쉽게 나올 수 있었다. 납 덩어리를 지닌 것처럼 마음은 무겁지만, 어찌 됐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슬픔은 일상 속에서 풍화되듯 서서히 사라진다. 이토록 얄궂고 잔인한 순환을 우리는 계절처럼 반복하며 살아간다. 3. 봄비가 지나간 오후, 도림천을 따라 조용히 걸었다. 하얀 꽃잎들이 고인 빗물 위로 흩어져 있다. 벚나무 가지에는 새로 돋은 어린 푸른 잎만이 남아있었다. 우울할 때면 이런 사소한 지표들이 나를 위로했다. 쉬이 잊어도 괜찮다고. 다시 살아가도 괜찮다고. 무언가를 보내주는 일은 무언가를 피우는 일과 같다고.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내일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미안한 마음 없이 묻어두기도 한다. 봄비에 꽃이 지듯 나는 그렇게 잊었다. 2021년 4월 둘째 주 떨어진 벚꽃을 보며 윤성용 드림 R E A D I N G 당신이 읽었으면 하는 글 나는, 당신이 기쁨과 가깝고 고통과 멀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혹 지금 슬픔의 한가운데서 너무도 힘들다면, 그 슬픔만큼만의 고통만 느끼며 기다리기를 권해 본다. 슬픔을 밀어내려는 노력이 그 아픔을 더 선명하게 만들지 않도록 기다려 주는 동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 있는 작은 행복이 당신을 위로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몇 번의 눈이 내리고 싹이 돋은 뒤에, 불현듯 마음 위 딱지가 떨어지고 돋은 새살의 감촉을, 당신이 진심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더보기] 우리는 어떠한 행복도, 어떠한 불행도 영원히 느끼지 않도록 만들어져 왔습니다. 행복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사람은 없으나, 슬픔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사람은 많습니다. 이두형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슬픔을 밀어내려는 노력이 때로는 슬픔이 지속되는 원인이 된다고 말합니다. 상처가 덧나지 않게 그대로 두듯, 슬픔 또한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분명 무기력하거나 포기하는 것과는 다를 겁니다. 살아있기에 슬픔을 느낄 수 있으며, 그로 인해 기쁨의 의미도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할 때 우리는 슬픔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슬픔의 한가운데에 서있다면, 이번 칼럼을 천천히 읽어보세요.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오늘은 카더가든의 '그대 작은 나의 세상이 되어'를 소개해드립니다. 카더가든은 2013년에 데뷔한 싱어송라이터입니다. 그의 유머러스한 성격과는 별개로, 카더가든의 음악은 항상 진지하게 듣는 편입니다. 올해 발매한 미니앨범 <부재>에서는 '이제 나의 음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만 노래를 만들기로 했다.'라는 소개말처럼, 이전에는 존재했으나 이제는 사라진 자신의 감정들을 풀어냅니다. 앨범의 모든 수록곡이 좋지만, 이 노래는 특히 카더가든만이 가진 감성을 잘 드러내는 곡인 것 같습니다. 문득 잊고 있었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그대 작은 나의 세상이 되어'를 봄볕과 함께 들어보세요 P S 아직 못다한 이야기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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