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Photo by Mak *2020년 1월 13일에 뉴스레터로 보낸 글입니다. 한 달 만에 할머니를 찾아뵈었습니다. 할머니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에 계십니다. 방문객 명단에 이름을 적고 엘레베이터로 5층에 올랐습니다. 한 요양보호사님이 할머니는 저 방에 잠깐 누워계신다고 일러주셨습니다. 할머니는 나와 동생을 보고 반가운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초등학생 같은 짧은 머리를 하고 따뜻해 보이는 보라색 조끼를 입고 계셨습니다. 오늘따라 혈색이 좋아 보이셨습니다. 93세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얼굴이었습니다. 우리는 먹기 좋게 준비한 과일들을 꺼냈습니다. 할머니는 과일을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함께 살 때는 그 사실을 잘 몰랐는데, 그녀는 한사코 모두가 먹고 남은 음식만 드셨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생신을 축하드린다고 전했습니다. 당신은 '그래, 오늘이 내 생일이야? 고맙다.'라며 웃었습니다. 동생은 '우리 이름 기억나세요?'라고 물었고, 할머니는 한창 고민하시더니 나와 동생의 이름을 반대로 말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시간은 잊어도 우리의 이름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당신은 문득 내 손을 잡았습니다. 손톱에는 빨간 매니큐어가 어설프게 발라져 있었습니다. 내가 손을 마주 잡고서 '할머니, 손이 차셔요.'라고 말하자, 그녀는 '늙으면 그렇지. 늙으면 그래.'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문득 그녀를 생각하며 지은 시를 떠올렸습니다. '들에는 봄볕이 나리는데 / 송악산 봄처녀는 어디로 떠나고 / 그 꽃은 어디로 저물었나'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시였습니다. 나는 이른 나이부터 오랫동안 할머니와 살았습니다. 할머니는 근면했으나 옛날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젊었으나 게을렀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함께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평생토록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겠지만, 손을 맞잡은 순간만큼은 영원이기를 바랐습니다. 2021년 3월 마지막 주 할머니를 보내드리며 윤성용 드림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요양원에 있던 내 할머니의 모습은 표정이 없고 다른 사람들과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똑같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그럴 만해서 그런 것일까. 할머니는 자기 관리를 못해서 개성도 없이 똑같은 모습으로 늙어갔을까. 미래의 할머니 상을 구할수록 현재의 할머니들이 소외된다는 점에서 ‘나는 이러이러한 할머니가 될 거야’라는 말이 어쩐지 울적하게 다가왔다. 늙음을 소외시키는 다른 방식일 뿐이다. [더보기] '나는 어떤 노인이 될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던 요즘이었습니다. 요양원에 다녀올 때마다 저는 50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신들이 나의 미래라면, 나는 지금 무엇을 더 바꾸어볼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을 돌보기도 어려운 지금 타인 사정을 생각한다거나, 다음 달이 걱정인 지금 50년 뒤를 걱정한다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오늘은 김오키의 '더 많이 껴안을 것을'을 소개해드립니다. 색소포니스트 김오키의 연주를 듣다 보면, 다양한 감정들이 떠오릅니다. 이 곡은 순전히 제목 때문에 고르게 되었습니다. 말로 더 설명하기 어려운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사랑스럽고도 애처로운, 김오키의 색소폰 연주를 일렁이는 영상과 함께 감상해보세요. P S 전하고 싶은 소식 이번 주 목요일 뉴스레터, 팟캐스트는 쉬어갑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로 아프지 않고 건너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안녕, 친구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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