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Photo by Mak │1 그날은 조금 쌀쌀했다. 패딩을 입기에는 덥고, 코트를 입기에는 추운 날씨였다. 오후 2시 50분, 한강진역 근처 카페에 도착했다. 영화 <건축학 개론>의 촬영지라고 했다. 어른이 된 두 주인공이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을 찍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터뷰 장소를 이곳으로 선택했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왔는데도 나의 인터뷰이는 이미 도착해있었다. 첫 인터뷰였다. '인터뷰어는 처음이니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자, 그는 '저도 인터뷰당해보는 건 처음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영상감독이자 촬영지 여행가였다.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를 여행하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있었다. 퀄리티와 정성이 예사롭지 않았다. 여행 스타트업의 마케터였던 나는 그가 올린 영상을 보자마자 곧바로 연락을 해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2시간 정도 진행됐다. 질의응답이라기보다는 대화하며 알아가는 느낌이었다. 다행히도 인터뷰이는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나는 중간중간에 '그러니까 요약하면 이런 말씀이지요?'라며 인터뷰이가 한 말을 정리하거나 '아, 정말 그러셨겠군요.'하고 맞장구를 치는 정도였다. 인터뷰는 꽤 알차고 깔끔했다. 인터뷰어로서 잘했다기보다는 인터뷰이가 알아서 숟갈로 떠먹여 준 모양새였다.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해주셨다. 첫 인터뷰에서 이런 인터뷰이를 만난 건 어쩌면 행운이 아닐까 싶다. 훌륭한 인터뷰이를 만나면 무엇보다도 책임감이 생겼다. 그의 열정과 진정성을 다른 사람에게 온전히 전해야 한다는 기분이다. 인터뷰를 끝내고 오는 길이 조급했다. 그 바이브(Vibe)가 사라지기 전에 얼른 글로 쏟아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마치 웃옷을 광주리 삼아 주옥같은 말들을 가득 담아두고 있는 듯했다. 이날 부로 나는 세 가지를 희망하게 됐다. 첫 번째는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는 것이며, 세 번째는 나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괜찮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2 저녁 8시, 우리는 청계천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장군이도 데려와야 할까요?'라는 물음에 '아니요, 혼자 오셔도 괜찮아요. 스트레스받지 않을까 걱정돼서요.'라고 사전에 말해놓았다. 그녀는 골든 리트리버 장군이와 여행하는 백패커(Backpacker)였다. 두 번째 인터뷰였다. 장군이와의 관계에 대해 그녀는 '전우애'라는 말을 썼다. 단순한 주인과 반려견의 관계가 아니었다. 함께 한계를 극복한 동료의 느낌이었다. 서로를 응원하고 기뻐하고 토라지기도 했다가도 눈빛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그런 동료. '반려견과 주인은 서로 닮나 봐요.'라는 물음에 '장군이가 저를 따라와 주는 거죠.'라고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서, 이런 관계가 평범한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놀랐던 것이 또 하나 있었다. 그녀는 자칫 무모해 보일 정도로 느껴지는 열정을 갖고 있었다. 장군이와 함께 강원도로, 제주도로, 스위스 몽블랑을 건너고도 올해는 미국에 다녀온단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는지 물었다. 그녀는 매우 오랜 시간 망설이다가 말했다.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본다면... 잘 모르겠어요. 그냥 하면 돼요. 그냥 하고 싶으니까 위험을 감수하는 거예요." 그래, 사실은 내가 너무 안전하게 살아왔을지도 모르겠다. 도중에 울컥했던 순간이 있었다. 아마도 대형견과 여행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다. 가장 힘든 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라고 한다. 모두가 동물을 좋아할 순 없겠지만, 대놓고 불만스러운 말을 듣거나 불합리한 대우를 받을 땐 속상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장군이는 비행기에 잘 탔어요.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항공사 직원의 한 마디에 울음이 터졌단다. 아마도 그동안의 서러움과 고마움이 동시에 와락 쏟아졌으리라. 그 말을 하는 인터뷰이의 눈에서도 눈물이 고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인터뷰 내용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 실력이 부족해서였다. 내가 보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목소리는 녹음을 하고 말은 받아 쓰면 된다. 그러나 그 표정과 얼굴색과 눈물은 어떻게 기억하며 곧게 담아낼 수 있을까. 아쉽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3 이슬아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에서 정혜윤 PD는 이런 말을 했다. "라디오는 영상이 없으니까 인터뷰를 하면 그 사람과 나 둘만 있잖아요. 이 사람은 날 믿고 많은 말을 해요. 내가 잘 알아들어야 해요. 내가 못 알아들으면 아무도 못 알아듣는 거예요. 그 공간과 시간 속에는, 그 순간에는 우리 둘 밖에 없으니까." 내가 지금껏 인터뷰를 하며 필사적인 마음이었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평범한 이들의 특별한 서사를 담는 유일한 마이크이자 카메라. 나는 그 책임감으로부터 내 삶의 의지를 배워나갔고,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을 내 안에 담고 싶다. 2020년 11월 둘째 주 마주했던 마음을 생각하며 윤성용 드림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Photo by 장련성 "고난이나 제약이 반드시 새로운 길로 데려다주진 않아요. 중요한 건 고난이 나를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뜨릴 거라는 보장은 없다는 거죠. 분명히 희망적인 미래로 보내주지도 않아요. 다만 망했다는 증거는 아닐 수 있다, 우연한 계기로 더 좋은 걸 찾게 될 수도 있다, 정도. 자기 의지로 산 것 같지만 흘러가고 흘러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터뷰 읽기를 좋아합니다. 그 사람에 대해 몰랐던 면을 알게 되거든요. 괜히 친구가 된 기분이 들기고 하고요. 오늘은 장기하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최근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를 낸 가수 장기하의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행복하기 위해선 포기에 성공해야 한다는 것, 우연한 계기로 더 좋은 걸 찾을 수 있다는 것 등 제게 필요했던 적절한 말들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이 사람과 맥주 한 잔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인터뷰였습니다.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나는 내가 언제쯤 죽을지는 몰라도 누군가의 눈물과 바꾸지 않았으면 해 나는 내가 언제쯤 죽을지는 몰라 누군가의 돈과는 바꾸지 않았으면 해 오늘은 김뜻돌의 '삐뽀삐뽀'를 추천드립니다. 왜 그런 노래가 있지 않나요. 처음에는 잘 모르겠는데, 자꾸 듣다 보니까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은 노래요. 제게는 이 노래가 그랬습니다. 특이한 제목에 이끌려서 듣게 되었다가, 후렴을 들은 뒤에는 잊을 수가 없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음원보다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온스테이지 라이브 버전을 더 좋아해요. 하루의 시작에, 지치는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 이 신나는 음악을 들어보세요. 잠깐이라도 몸을 흔들어보면 분명 기분이 좋아질 테니까요. P O D C A S T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진행 : 윤성용, 김버금, 김승원 스스로에게 갇히는 날이 또 온다면 이 대화들을 다시 떠올릴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마음의 세수를 한다. 이 느낌을 나는 존경이라고 부르고 싶다.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존경의 순간이 얼마나 희귀한지를 안다. 깨끗한 축하와 깨끗한 용서만큼이나 흔치 않다. 여전히 나는 그들의 아주 일부만을 알지만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의 찬란함은 의심하지 않는다. ― <깨끗한 존경> 서문 중에서 오늘의 팟캐스트는 '대화' 첫 번째 에피소드로, 이슬아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을 소개합니다. 이슬아 작가가 4명의 사람과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인터뷰라기보다는 내밀한 대화에 가깝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작가와 연구원, 평범한 직장인이 모여 책과 인터뷰에 대해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팟캐스트를 통해 저희가 나눈 대화를 들어보세요. P S 아직 못다한 이야기 1. 지난 주에는 피드백 보내는 페이지에 잠시 오류가 있었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2. 팟캐스트 'xyzorba'를 구독하시면, 저와 함께 만들어 나가는 분들에게 정말로 큰 힘이 됩니다. 3. xyzorba는 내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오프라인 행사, 출판 등 다양한 면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좋은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그럼 안녕, 친구.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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