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일주일 동안 쓰고 읽고 들은 것을 전해드릴게요.
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Photo by Mak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하이볼을 마시며 창 밖을 바라보면 1. 가을 하늘에 홀연히 잠자리 무리가 나타났다. 움직임이 가볍다. 잠자리는 날갯짓을 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날았다. 블랙이글스의 에어쇼처럼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꾸며 공중제비 도는 모습을 나는 가만히 바라본다. 자유로움. 이들에게 세상은 놀이터이자 캔버스이다. 내가 누리지 못하는 것을 잠자리는 짧은 생애에 해낸다. 2. 내 안에 빛나고 있던 것이 점점 흐려지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그 빛에 의존해서 글을 쓰거나 새로운 생각을 해냈었다. 어릴 적에는 그런 빛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감각이 조금씩 마모된다던가 고통과 권태의 연속으로 마음속에 그림자가 드리웠을 때, 비로소 그 빛이 내 안에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언젠가 그 빛은 형광등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처럼 눈부시게 빛났다는 것도,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 여겼던 것도 기억한다. 슬프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안의 빛은 조금씩 희미해져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10년 전보다 어떤 면에서는 조금 죽어있다고 생각한다. 3. 생애 처음으로 위스키를 구매했다. 저렴한 버번 위스키다. 박준 시인이 독주 마시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동했는지도 모른다. 하여튼 요즘은 퇴근주로 하이볼을 한 잔 만들어서, (잘했든 못했든 간에) 오늘 하루 수고한 내게 선물하고 있다. 하이볼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크기가 넉넉한 잔에 얼음을 가득 채워준다. 그 위로 조심스럽게 위스키를 따라준다. 정량은 30ml라고 하는데, 그날에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에 비례해 인심 좋게 넉넉히 넣어준다. 여기에 산미를 더하는 레몬즙을 넣고 탄산수를 얼음에 닿지 않도록 잔을 기울여 천천히 채운다. 그러면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술술 넘길 수 있는 하이볼이 완성된다. 평일이라면 하이볼 한 잔으로 충분하다. 내일도 일을 해야 하니까. 아쉬운 마음이 들 때 스스로 끝을 낼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처럼 생각되어서 기분이 좋다. 밤마다 하이볼을 마시며 창 밖 풍경을 바라본다. 어느 것에 집중하지 않고 그저 내가 속한 곳을 관망하는 것이다. 세상이 움직이는 소리,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천천히 느껴본다. 그러다 보면 내가 이 세상을 구성하는 아주 작은 일부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된다. 그것은 묘한 위로가 된다. 어쩌면 나는 삶을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적당히 기분 좋은 취기가 올라온다. 2021년 10월 11일 하이볼을 마시며 윤성용 드림 당신이 읽었으면 하는 글 내가 진짜 하이볼을 말해줄게 디에디트를 막 시작했을 무렵, 하이볼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표현을 썼다. “하이볼은 부잣집 셋째 아들같은 데가 있다. 위스키가 들어갔으니 그 출신은 훌륭하지만, 탄산수와 레몬 그리고 가끔 진저에일 같은 걸 넣으니 방탕한 맛이 난다” 약 2년이 지난 지금도 하이볼에 대한 내 애정은 변함없이 뜨겁다. 하지만 방탕한 부잣집 셋째 아들이라는 이 말은 취소해야겠다. '사는 재미가 없으면, 사는 재미라도'라는 슬로건으로 다양한 제품을 리뷰하는 디에디트의 글입니다. 2년 전에 이 글을 읽고 처음으로 하이볼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부잣집 셋째 아들인 줄 알았으나, 이제는 슬리퍼에 추리닝을 입고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오랜 친구가 되었다는 비유가 너무 재밌어요. 하이볼을 만드는 법부터 이자카야에서 마시는 하이볼 리뷰까지, 감성적인 사진과 세련된 필력으로 그려낸 하이볼의 매력을 알아보세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 박소은 - 우리는 같은 음악을 듣고 우리는 같은 음악을 듣고 비스듬히 다른 생각을 하고 넌 내 외로움 위에 앉아 오늘은 박소은의 '우리는 같은 음악을 듣고'를 추천해드립니다. 박소은은 2020년에 <고강동>이라는 첫 정규앨범을 통해 데뷔한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참신하고도 솔직한 노랫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번 노래에서는 '언젠가 끝나버리는 순간이 오겠지만, 그럼에도 후회없는 사랑을 하겠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아직 다가오지 않은 날들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 노래를 들어보세요. P.S 다가오는 목요일에는 팟캐스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책 <단 하나의 이론>을 소개해드릴 예정이에요. 메일 제목에 (광고)가 적혀있어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 그럼 안녕,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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