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성 : 안녕하세요, 이주성입니다. 지금은 1인 출판사 겸 스튜디오 두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거진 <손>이라는 독립잡지를 지난 9월에 발행했습니다. 올해 초까지는 직장 생활을 했어요. 3월에 일을 정리하고,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백수에 가깝지만, 이것저것 하면서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보라 : 안녕하세요, 구보라입니다. 명함에도 적혀있지만 '보고 듣고 쓰는 사람'으로 저를 소개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이틀은 독립서점에서 일하고 있고요. 예전부터 독립 서적에 관심이 많았는데, 작년 가을에 글을 같이 쓰는 동료들과 에세이집을 냈어요. 올해는 1월부터 팟캐스트를 시작했고, 전 직장의 동기와 <We See>라는 콘텐츠 리뷰 매거진을 발행했습니다.

이주성 : <Favorite> 매거진을 발행하는 김남우, 김정현 편집장님이 진행하는 수업이었어요. 올해 초에 퇴사를 하고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하던 찰나에 우연히 인스타그램 광고를 통해 이 수업을 알게 되었어요. 그 시기의 저에게는 일종의 돌파구였어요. 이 수업이 제가 유일하게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곳이었던 거예요. 그렇게 나오게 된 결과물이 매거진 <손>입니다. 슬로건은 '우리의 삶이 새겨진, 손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순간에 대한 매거진'인데요. 단순하게 말하면 손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모두 해보자는 매거진이에요. 매 호마다 손과 관련된 키워드를 선정해서 우리 주변의 다양한 이야기를 싣고 있습니다.

구보라 : 저는 좋아하는 콘텐츠를, 왜 좋아하는지 그 의미를 짚고 알리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예전에는 기자 일을 했지만, 지금은 퇴사를 하고 다른 방식으로 그 일을 하고 있는 거죠. 지난해에 같이 기자 생활을 했던 이혜승 편집장과 '우리 뭔가 해볼까?'라는 말이 나왔어요. 그러던 중에 '스몰포켓'이라는 팟캐스트에서 <Favorite> 매거진의 두 편집장님이 나오신 에피소드를 듣게 되었어요. 마침 두 분이 매거진 제작 수업을 열었다는 걸 알고 바로 신청하게 됐죠. 그렇게 나온 매거진이 <We See>예요. 매 호마다 질문 하나를 선정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거나 에세이를 싣고 있습니다. 

구보라 : 제가 2018년도 여름에 퇴사했거든요. 정해진 루트 없이 좋아하는 것을 찾다 보니까 지금까지 온 거예요. 그런데 조금 아쉬운 건, 제가 너무 조급했던 건 아닌가 싶어요. 퇴사한 것이 조급했다는 건 아니고요. 퇴사하고 안 쉬었어요. '다시 더 큰 곳으로 가야 돼.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잘돼야 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저를 돌아보지 않고, 여유 없이 지냈던 게 아쉬워요. 그래서 작년 가을부터는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고 생각하게 됐죠.

이주성 : 저는 지난 3년이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한 시기였어요. 어떻게 보면, 잘한 일과 아쉬운 일이 회사와 관련되어 있어요. 아쉬운 건, 섣부른 선택을 했다는 후회가 있어요. 처음에는 UI/UX 기획 업무를 맡았는데 만족도가 높았어요. 그런데 8개월쯤 지났을 때 회사 사정으로 새로운 팀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제가 후회하는 건, 그때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내 의지를 피력했어야 하지 않았나. 너무 섣부르게 도전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있어요.

이주성 : 그곳을 나온 게 잘한 일이었어요. 만약에 그 회사에 남아있었다면, 안정된 삶에 녹아들어서 나올 생각을 못하게 됐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내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는 삶을 살지 못했을 것 같아요. 물론 퇴사하고 여러 가지 고생을 했지만, 그 고생이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 잘한 일이어야 하죠. 앞으로 잘한 일로 제가 만들어 내야죠.

구보라 : 저도 회사를 나온 건 잘한 일 같아요.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가 힘들잖아요. 그때 나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 계속 고민해보길 잘했던 것 같아요. 저는 한 10개월을 고민했거든요. '내가 잘하면 바뀔 수도 있어. 내가 한번 적응을 해보자.'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안되더라고요. 나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다가, 어느 날 출근길에 눈물이 났어요. 그래서 그 날 퇴사를 결심했어요. 퇴사하고 나서는 '진작 말할 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거의 임계점에 왔을 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