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Photo by Mak 1. 불안감과 기대감은 마치 신기루 같은 것이라서 언제나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멀리에 있다. 한 해가 끝나갈 무렵이면 이 신기루는 내 눈 앞에 나타나 아른거렸다. 이제는 적당히 무시할 만큼 무뎌진 걸 보니, 나는 어른이 되었나 보다. 2. 요즘은 밤낮이 바뀌었다. 새벽에 깨어있을 때 좋은 점은 텅 빈 거리를 산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찬 공기를 맞으며 걸을 때면 잠시나마 살아있는 기분이 느껴졌다. 한 번은 골목을 정처 없이 걷다가, 작은 가게 앞에 서 있는 청년을 보았다. 그는 진열대에 놓인 스노 글로브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짝이며 휘몰아치는 꽃가루를 멍하니 바라보는 그가 신경이 쓰여 걸음을 쉽게 옮길 수가 없었다.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새벽에 스노 글로브를 바라보는 장면은 어딘가 어색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3. 연말이 되어서 특히 느끼는 건, 내가 제대로 쉴 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몸은 쉬고 있어도 머릿속으로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피곤했다. 요새는 잘 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글쎄, 곧 세상이 종말 한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분명 효과는 있는데, 현실적인 가정이 아니기 때문에 그 효력은 매우 일시적이다. 4. 이번 주에는 그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봐야겠다. '오랜만이네. 웬일이야?'라고 묻는 친구에게 '그냥, 연말이라. 잘 지내?'라고 답해야겠다. 그럭저럭 지낸다는 의미 없는 말이 오가거나, 이런저런 한숨 섞인 한탄을 나누겠지만, 더 나아가 그때가 좋았다며 잠깐이나마 반짝였던 과거를 회상하겠지만, 어색한 통화 끝에선 '우리 좋은 계절이 돌아오면 만나자'라며 다음을 기약하겠지만, 무언가 끝나간다고 느껴질 때면 본능적으로 언제가 될지 모르는 여지를 남겨놓고 싶어진다. 2020년 12월 마지막 주 한 해의 끝자락에서 윤성용 드림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12월. 저물어가는 겨울에 혼자인 사람을 생각한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에.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혼자인 사람에게 똑똑, 문을 두드리고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 노래가 끝나면 우리 유가사탕을 나눠먹을까요. 다디단 하얀 사탕을 나란히 오물거리면서, 동그랗게 마주 웃으면서. 그만큼의 마음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이 겨울은 따뜻할 텐데요. [더보기] 이미 25일은 지나갔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고수리 작가 님의 글을 전해드립니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노래를 불러주던 날이 생각났어요. 두툼한 목도리에 의지하며 추위에 떨면서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반가운 마중에 뿌듯했던 기억이 나요. 올해는 많은 것을 잃어버린 해였지만, 따뜻한 마음만큼은 기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전해드립니다.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그래도 우리 그래도 우리 힘껏 서로를 사랑해줄래 이 모진 세상에서 우리 오늘은 강아솔의 '그래도 우리'를 추천드립니다. 2018년에 발매된 정규 3집 <사랑의 시절>의 수록곡입니다. 강아솔의 노래는 어떤 상황에서도 차분해지는 힘이 있어요. 편안하면서도 친근하고, 어쩐지 슬픈 목소리에 담담한 위로를 받게 되거든요. 특히 '그래도 우리 힘껏 서로를 사랑해줄래'라는 노랫말은 외롭고 모진 세상에서도 용기와 믿음이 있다는 의지처럼 느껴집니다. 힘들었던 한 해를 견뎌낸 모든 이들에게 이 노래가 위안이 되길 바라봅니다. P S 아직 못다한 이야기 1. 이번 주 목요일에는 xyzorba human을 보내드립니다. 내년을 앞두고 독립잡지 발행인 이주성, 구보라 님과 함께 불안과 기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목요일에 뉴스레터와 팟캐스트로 전해드릴게요. 2. 지금, 여기에 함께 있어주어서 고맙습니다. 우리는 내년에 만나겠습니다. 그럼 안녕, 친구.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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