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Photo by Mak 요즘 들어 결심한 일이 많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벌이는 일이 아니라 버리는 일이다. 나는 때 묻은 단어를 버리기로 했다. 때 묻은 단어란 무엇인가. 그것은 본질에서 벗어나 부정하게 쓰이는 단어다. 비유하자면 얼굴과 손의 물기를 훔치는 수건이 닳고 닳아 걸레짝처럼 바닥에서 굴러다니는 모양이다. 나는 언제나처럼 걸레짝 같은 언어로 얼굴을 닦다가 이제는 폐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언어는 미꾸라지처럼 끊임없이 생동한다. 새로 만들어지는 단어, 사라지는 단어, 다시 힘을 얻는 단어, 촌스러운 단어, 대충 둘러대기 좋은 단어... 등등. 언어는 그런 방식으로 변화한다. 단어 자체가 무슨 잘못이 있겠냐만은, 사회에서 무분별하게 쓰여서 오염된 것이 여럿 있다. 그런 단어는 나의 행동을 옭아매고 생각을 구속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곪은 언어들. 이제는 알아차릴 만큼의 감각이 생긴 것이다. 이제 내가 버리기로 한 단어를 소개한다. 착하다 : 내게 '착하다'는 결코 칭찬이 아니었다. '착하다'는 말은 '딱히 모난 데가 없고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다. 가족이나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말없이 순응하고, 별다른 개성이나 차별점이 없다.'라는 의미로 내게는 들렸다. 나는 어른들로부터 이 말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났다. 내가 지금껏 수행해온 일련의 순응과 복종은 자발적으로 원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나를 혐오하고 바보 같다고 비난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대놓고 하지 못했는데 '착한 사람'이라는 규정이 터져 나올 것 같은 내 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내면으로 삼켜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이 말을 내 삶에서 폐기하려고 한다.
억지로 : 나는 이 단어를 미워한다. 우선 발음부터가 싫다. 첫 번부터 '억'하고 소리가 목구멍 끝에 걸리는데 괜스레 강압적인 태도와 억울한 감정이 느껴진다. '지'에서는 턱 하고 걸린 숨을 내쉬면서 진공상태가 된다. 마지막으로 '로'를 할 때서야 비로소 공기를 내뱉을 수 있는데 서글프다. 그 일련의 과정이 마치 정당하지 않은 요구에 울컥했다가 끝내 체념한 사람의 한숨처럼 들린다. 나는 그 발음과 의미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가끔은 사전에서도 지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단어 하나가 없어진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런 마음이 들었다. '사과'라는 글자를 보면 빨갛게 익은 사과를 상상하듯이, '억지로'라는 글자를 보면 고개를 푹 숙이고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서 간신히 끄덕이는 남자의 빨갛게 익은 얼굴이 떠오른다. 그 남자의 얼굴은 불분명하지만 나를 닮아 있었다. 당연히 :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이 단어를 아끼기로 했다. 어떤 현상에 대한 의미나 본질을 의심하지 않고 가려버리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앞에 자격이나 신분이 붙으면 더 큰 힘이 생긴다. 이를테면, 학생이니까, 부모니까, 남자니까, 여자니까, 형이니까, 동생이니까, 문과니까, 외국인이니까 등등. 어떤 경우에 이 단어를 써도 괜찮을지 고민해봤는데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만약 적절한 용도로 쓰고 싶다면 '마땅히'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것 같다. 그 편이 덜 거북하다. 예를 들면, '인간이라면 마땅히 동등한 자유와 권리를 누려야 한다.'라든지. 그 외에도 '남들처럼', '완벽하게', '후회할지도' 같은 단어들이 있다. 이 단어들은 무엇이든 시작부터 가로막는 말이었다. 정말일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어떤 경우에서도 도움이 안 되는 말이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하기 때문에, 설령 그런 마음이 들더라고 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내가 때 묻은 단어를 버리겠다는 건, 지금까지 내가 그것들을 지니고 살았다는 의미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홀가분한 기분마저 든다. 여전히 버려야 할 단어가 많다. 혹시 폐기할 때가 된 '때 묻은 단어'를 지니고 살고 있지는 않는지. 만약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모아 정리해보는 건 어떨지 묻고싶다. 언어가 그렇듯, 우리의 삶도 그런 방식으로 생동하는 힘을 얻는다. 2021년 1월 둘째 주 조금은 후련한 마음으로 윤성용 드림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올해를 정리하는 100가지 질문 중 하나에 이런 게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 )해진다.’ 친구는 ‘시간이 갈수록 못나진다’라고 했다. 엄살이겠지만 딱히 부정하지 않는다. 농담이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훌륭해진다. 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들고,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 슬픈 일이 발생할 확률이 크다. 그래서 비로소 다른 사람들의 슬픔을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더보기] 오랜만에 칼럼 하나를 소개해드립니다. 나이가 드는 것과 어른이 된다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마도 어른이란 '아픔을 알고, 알아주는 사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 앞에서는 솔직해질 수 있는 듯해요. 그만큼 더 많은 아픔과 슬픔을 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갈수록 훌륭해진다.'라는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만한 짧은 칼럼입니다.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잠시만 그댈 만나게 해줘 홀로 지샐 밤 다시 그대처럼 빛나게 오늘은 신해경의 <그대는 총천연색>를 소개해드립니다. 보통 우리는 뮤직비디오를 노래의 부수적인 역할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럼에도 뮤직비디오로 인해 잊히지 않는 노래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대는 총천연색>의 뮤직비디오는 단편 영화 같은 미장센과 배우의 표정과 눈빛이 돋보입니다. 게다가 몽환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리운 사람도 없는데 그립다'라는 댓글이 너무나 공감되는, 쓸쓸한 겨울에 듣기 좋은 음악입니다. P S 아직 못다한 이야기 1. 이번 주 목요일 뉴스레터, 팟캐스트에서는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소개해드릴게요. 2. 요즘 독립 출판을 준비하고 있어요. 지금껏 보내드린 글을 엮어서 에세이집을 낼 생각이에요. 조만간 소식 들려드릴 수 있도록 부지런히 준비해볼게요. 3. 지난주에는 눈이 참 많이 내렸어요. 여러 소식들로 뒤숭숭한 요즘인데요, 코로나가 지나고 곧 많은 분들과 함께 볼 수 있는 계절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럼 안녕, 친구.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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