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달에 생각한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오늘은 '공간과 재생'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브랜드, 또는 우리의 삶에 대한 아주 다양한 생각을 해봅니다. - 윤성용 : 진지하고 신중한 편입니다. 철이 없어 보일 정도로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생각을 가졌습니다. 딴짓을 좋아합니다. - 선정수 : 애정과 공감을 원동력으로 살아갑니다. 사람과 브랜드를 좋아하며, 그 안의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제안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어떤 '공간'을 좋아하시나요? 윤성용 : 오늘은 ‘공간과 재생’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볼 예정인데요. 먼저 공간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같아요. 혹시 좋아하는 공간이 있으신가요? 선정수 : 저는 스토리가 있는 공간을 좋아해요. 잘 기획된,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스토리가 아니라, 자영업자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서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담은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공간에서 오감의 요소들이 한꺼번에 느껴질 때 저는 ‘좋다’라고 생각하는 것같아요. 윤성용 : 오, 그런 공간을 예를 들어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선정수 : ‘올댓재즈’라고 이태원에 있는 오래된 재즈바가 있어요. 천장이 엄청 높은데 한쪽 벽이 전부 유리예요. 비가 오면 빗소리와 함께 밴드의 재즈 음악이 울려요. 공간은 전체적으로 낡았어요. 사람들이 걸어오면서 나는 약간의 삐걱거리는 소리. 그런 것들을 너무 좋아하고요. 저는 항상 청각적, 시각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것같아요. 윤성용 : 저도 인위적으로 기획해서 만든 공간보다는 세월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공간을 좋아해요. 예를들면, 노포를 좋아해요. 친구들과 간판도 허름하고 좁고 불편한 가게에 가서 술도 마시고, 사장님과 이야기도 나누고… 세련된 공간에서는 그런 친근한 느낌을 받기 어려운 것 같아요. 공간의 변화 1. 온라인 시대의 공간 윤성용 : 공간이란 예술과 기획이 조화를 이루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것이 브랜드의 본질과 유사하다고 느껴지더라구요. 보이는 상품이나 서비스부터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도 설계하니까요. 온라인으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시대임에도, 요즘 브랜드들은 왜 공간에 집중하는가. 저는 이런 맥락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보여줄 수 없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채널이 공간이니까요. 선정수 : 이전에는 공간의 스토리나 경험을 크게 고민하지 않았잖아요. 왜냐면 목적이 너무 뚜렷했으니까요. 여기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저기에 가서 물건을 사고. 그런데 이제는 목적이 뚜렷한 소비는 온라인으로 검색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인 시대가 되었어요. 그러다보니까 스토리와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들이 나오게 되었어요. 윤성용 : 맞아요. 온라인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죠. 선정수 : 저는 지금이 과도기적 시기라고 생각해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절반 이상 넘어가면서 판세가 바뀌었잖아요.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공간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드는 거예요. 대기업이 아닌 소상공인들은 이 시대를 어떻게 감당하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토리라든가 경험, 브랜딩을 설계하는 일은 정말 어렵잖아요. 윤성용 : 정리해보면, '원래 공간의 역할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채널이었다. 하지만 온라인이 그 역할을 대신하면서, 사람들은 공간에 다른 역할을 기대하게 되었다. 그것이 ‘경험’인데, 경험을 설계한다는 건 소상공인이나 개인에게는 어려운 일이다.'라는 말씀이시군요. 선정수 : 그래서 음식점들이 더 많이 생겨나는 것같아요. 먹는 건 온라인으로 할 수 없잖아요. 공간의 변화 2. 디스토피아? 선정수 : 비관적으로, SF소설처럼 상상해봤어요. 점점 소비가 온라인으로 몰리고, 모든 배송을 드론이 해준다면, 도로 위에는 아마존의 창고 말고는 아무 것도 필요가 없을 거예요. 밀폐되어 있고 창문도 없는 회색 건물들만이 이 도시에 남게 되는거죠. 윤성용 : 디스토피아인가요?(웃음) 선정수 : 디스토피아죠. 그렇다면 그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에는 남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해봤더니, 자는 곳과 먹는 곳에 집중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인구도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까 점점 빈 건물들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우려가 됐어요. 이런 상상해보고 혼자 웃었어요. 윤성용 : 아마 기존의 공간과 세대가 함께 사라질 것같아요. 아직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가 남아있고, 그런 세대를 위한 공간도 그들이 운영하고 있고요. 선정수 : 기존의 공간이 완전히 다른 형태로 채워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하지만 어떤 공간으로 채워질지는 잘 모르겠어요. 윤성용 : 아주 조심스럽게 예측해보자면, 저는 두 가지로 채워질 것같아요. ‘예술’과 ‘커뮤니티’. 대면하지 않고도 물건을 소유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기는 편해졌지만, 온라인으로 채울 수 없는 것이 예술과 커뮤니티라고 생각했어요. 선정수 : 점점 면대면으로 만날 기회가 사라지니까요. 윤성용 : 그런 활동을 이끄는 욕구는 앞으로도 존재할 거예요. 예전에는 그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해결했다면, 지금은 인위적으로 해결해야하는 시대가 온 것이죠.선정수 : 저는 한국인의 특성이라고도 생각해요. 한국에서는 휴식을 하려고 해도 돈을 내야하거든요. 공간 재생 : 시간의 축적 앤트러사이트 합정(출처 : 앤트러사이트 홈페이지) 윤성용 : 공간에 대해서만 얘기해도 1년 동안은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웃음) 이쯤에서 '공간 재생'에 대한 논의로 넘어가 볼까요? 저는 엊그제 앤트러사이트 합정점에도 가봤어요. 커피 트럭을 하시던 사장님이 오래된 신발공장을 매입하셔서 만드셨다고 들었어요. 공장 건물을 없애고 새로 지은 것이 아니라, 공간을 거의 그대로 살려놓으면서 카페로 만들었어요. 1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여전히 사람이 많더라구요. 선정수 : 맞아요. 앤트러사이트는 체인점도 많이 생겼죠. 공간 재생이라는 게 예전 공간을 그대로 살리기만 하면 끝인건 아니에요. 예를들면, 재생 공간에는 연속되는 오브제를 꼭 넣는다고 해요. 시간의 흐름이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폭포가 있다거나, 큰 창을 내어 바깥 풍경을 보여준다거나, 돌을 실에 묶어서 추처럼 떨어지게 만드는 식인거죠. 사람들은 그런 움직이는 오브제를 보면서 내가 이 공간에 있고,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고 해요. 윤성용 : 그런 디테일들이 의도된 거였군요. 저는 재생 공간이라는 트렌드가 참 반가웠어요. 거친 벽돌과 낡은 철문. 예전에는 그런 건물을 낡았다고 규정하고 새로 짓는 것이 한국의 발전방식이었잖아요. 이제는 그런 유산을 새롭게 활용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고, 트렌드가 되고 있는 걸 보니까. 우리나라가 문화적으로 성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공간은 시간만이 만들어낼 수 있잖아요. 이제는 그것을 어떻게든 보존하려고 하고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생겨나는 것같아요. 선정수 : 그래도 여전히 공간은 빠르게 사라지고 바뀌고 있어요. 이런 트렌드가 더 이어진다면, 앞으로는 연속된 스토리들이 그 공간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지 않을까요. 처음엔 공장이었다가 다음엔 카페였다가 또 다른 무언가로 바뀌는 거에요. 공간의 역사가 축적되는거죠. 윤성용 : 한 공간에 여러 세월의 흔적이 축적된다는 것, 생각만해도 매력적이네요. 왜 사람들은 공간 재생에 매력을 느낀다고 생각하세요? 선정수 : 사람들은 '새로운 것'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것'을 원하죠. 보통은 그 두 가지가 다르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사람들은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을 원하고, 그 중에 하나도 공간 재생인 것같아요. 윤성용 : 결국 새로운 것과 지속가능한 것이군요. 선정수 : 이 두가지가 인간이 갖고 있는 자연스러운 욕구잖아요. 결국은 지속가능성 속에서 특별함을 찾는거죠. 공간이란게 이미 사람들이 갖고있는 욕구가 반영된 거예요. 그래서 요즘 시대의 사람들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매개체나 지표가 될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공간을 보면 지금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감정을 지니고 사는지 알 수 있는거죠.도시 재생 : 젠트리피케이션 윤성용 : 이쯤에서 더 넓은 개념인 ‘도시 재생’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면 좋을 것같아요. 최근에 소비력을 지닌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지역에 몰리게 되고, 상업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요. 곧 그 지역의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기존에 있던 거주민과 소상공인들을 빠져나가고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오기 시작해요. 이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요. 선정수 : 2000년대에는 예술가들이, 2010년대에는 소규모 자본가와 공간 기획자, 2020년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도시 재생의 시작을 만들고 있어요. 이들을 '젠트리파이어'라고 부르기도 하죠. 주체들이 일반 대중으로 바뀌면서 점점 젠트리피케이션이 더 단발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구요. 윤성용 : 젠트리피케이션의 주체가 바뀌면서 그 현상이 빨라졌군요. 선정수 : 지속가능한 도시 재생이 일어나려면, 카페나 레스토랑 뿐만 아니라 지적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 휴식 공간이 함께 필요하다고 해요. 이런 원동력이 될만한 공간들이 예술가들에겐 자연스러웠고, 기획자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가 SNS를 통해 ‘핫플레이스’를 만들면서 상권이 부활한다면, 그저 단발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수 밖에 없다는거죠. 윤성용 : 진정한 도시 재생을 위해서는 공간 하나하나를 기획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권 자체를 체계적으로 기획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키는 주체가 젊은 세대라는 점도 신기한 현상이에요. 세련된 감각을 지녔고, 소비력이 있고, 한사람 한사람이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죠. 선정수 : SNS의 힘이 크다고 생각해요. 만약 SNS, 그러니까 온라인상의 확산이 없었다면 이렇게 강력하게 상권이 뜨는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젊은 세대들이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것들을 찾으려고 하니까 상권 활성화의 주체가 될 수 있었던 것같아요. 윤성용 : SNS는 특정 트렌드에 '집중(Focus)'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는 것같아요. 선정수 : 그렇죠. 예전에는 지나가다가 ‘여기에 사람이 많이 가는구나?’하고 들어가는 형태였다면, 이제는 그것을 미리 습득하고 가잖아요. 윤성용 : 그렇네요. 예전에는 우연히 공간을 발견했다면, 이제는 계획적으로 공간을 찾아가고 있어요. 공간과 재생 : 우리가 말하고 싶었던 것 선정수 : 독자분들에게 ‘공간과 재생’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는지가 궁금해요. 윤성용 : 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오늘 대화를 마무리하면 좋겠네요. 음... 정수 님이 먼저 말씀해주신다면요. 선정수 : 다들 일상 속에서 공간 이야기를 따로 하진 않지만 모두 느끼면서 살아가잖아요. 우리가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고 있는 브랜드의 형태로서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의미가 있었어요. 앞으로 브랜드 이야기의 시작으로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윤성용 : 오늘 주제가 공간이었지만 ‘시간’이나 ‘인간’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했어요. ‘우리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말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공간 재생’, ‘도시 재생’이라는 현상에 대해서 반갑다는 감정을 느꼈어요. 대중들이 시간이 만들어낸 가치를 주목한다는 느낌을 받았고요. 겉으로 보이는 것, 즉 단순한 사고로 만들어낸 유행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삶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현상인 것같아서 반가웠던 것같아요. 선정수 : 오늘은 정말 브랜드라는 말보다는 복합적인 것, 사람에 대해 말한 것같아요. 하지만 결국 브랜드라는 것이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이니까요. 윤성용 : 조금 어렵지만, 이런 이야기를 구독자분들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선정수 :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네요. 📮 F E E D B A C K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오늘 xyzorba flim은 어땠어요?" 오늘 목요일 레터는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의견을 통해 더 나아지도록 노력할게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친구! 변하지 않는 가치를 사랑하는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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