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새벽 2시였습니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내가 했던 일은 단순했습니다. 먼저 옷을 두텁게 입습니다. 방한 목도리와 작은 손장갑을 챙기고 문밖을 나섭니다. 2층 계단에 세워진 자전거를 들고 내려갑니다. 그리고 텅 빈 도로를 정처 없이 달립니다. 달리고 달리다 보면 갈 곳이 없어집니다. 나는 곧 한강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릅니다. 점원에게 인사를 하고 국산 맥주를 한 캔 사고 빨대도 하나 챙겨 나옵니다. 맥주캔이 빠지지 않도록 왼쪽 주머니에 넣고 단추를 잠급니다. 마침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는 점원을 보고 나면 준비는 끝났습니다. 차도는 뻥 뚫려있지만 가만히 신호를 기다립니다. 4차선 도로를 건너 좁은 골목으로 들어섭니다. 술집들은 모두 닫았고 편의점만이 밝습니다. 두 개의 나들목을 지나 터널을 빠져나오고 나니 한강변의 자전거길이었습니다. 앉을만한 곳이 마땅하지 않아서 오른쪽 길을 따라 달려보기로 합니다. 10분쯤 달렸을까요. 호흡이 조금 가쁘고 허벅지가 아려왔습니다. 찬 바람에 손이 조금 시렸지만 참을만했습니다. 나는 달리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내가 자전거로 달리고 있는지 뜀박질을 하고 있는지, 지금껏 어떤 길을 거쳤는지, 무엇을 위해 밖을 나왔는지 조차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나아가고 있다.'라는 감각만이 어렴풋이 스쳐 지나갔을 뿐입다. 강 건너편에서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을 때 나는 무아의 상태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렇게 의식과 무의식의 상태를 반복하다가 강 둔치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자전거에서 내렸습니다. 방금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린 사람처럼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자전거를 끌고 내려가 강 앞 둔치에 앉았습니다.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습니다. 강가 앞 커다란 돌 밑 공간에 철렁철렁 부딪히는 물소리와 어떤 종류인지 모를 새의 까악 소리와 저 멀리서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바퀴의 마찰 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려왔습니다. 나는 주머니 속에서 맥주캔을 꺼내어 빨대를 꽂아 한 모금 들이켰습니다. 거친 숨이 남아있던 탓에 컥하고 사래가 들었지만 다행히 삼켜냈습니다. 새벽 2시 50분이었습니다. 평화롭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바다만큼 강한 힘은 아니지만, 그것은 천천하고 은근하게 내 마음을 움직입니다. 나는 문득 저기 흐르고 있는 공터에 대고 크게 고함을 지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유 없이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는 강 앞에 가까이 섰습니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습니다. 야호-라고 할까, 그냥 으악-하고 질러버릴까. 혹시 누군가가 듣지는 않을까. 어쩌면 취객으로 오인받아 신고당할 수도 있을까. 그런 소심한 고민을 하다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마치 무대에 오른 사람처럼 몸에서 떨림이 느껴졌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이야-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짧지만 단단한 소리였습니다. 시원했습니다. 마음이 괜스레 뻥 뚫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는 다시 한번 이야아아 아-하고 길게 내질렀습니다. 목을 긁을 정도로 거친 소리. 민트 잎을 통째로 삼킨 듯 뱃속에서 화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소리를 질러본 적이 언제였을까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어쩌면 고성방가일지도 모를 행동을 해본 것은 또 언제였을까요. 나는 후련한 듯 한숨을 쉬고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그리고 크으-하는 시원한 파열음을 누구라도 들으라는 듯 크게 내뱉었습니다. 맥주 한 캔을 쭉 들이키고 숨을 크게 내쉬니 입 안이 시릴 정도로 시원했습니다. 새벽 3시 13분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유난히 가벼웠습니다. 그 이유가 술기운 탓이었는지, 혹은 고함을 지른 탓이었는지는 결국 알 수 없었습니다. 2020년 2월 넷째 주 어느 새벽의 일탈 속에서 윤성용 드림 ✒️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그들이 자신도 감당하기 힘든 감정들을 나에게 내보일 때마다 나는 더더욱 독립적인 내가 되려 했다. 외롭고, 슬프고, 화가 나는 어두운 감정들을 나 스스로 처리하는 사람. 상대에겐 마시기 버거운 에스프레소가 아니라 원 샷만 넣은 아메리카노 같은 사람이 되야겠다고 생각했다. 강한 사람이 되려고 스스로 노력한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짐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잠시 기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기꺼이 그랬듯, 그들 또한 나의 마음을 기꺼이 희석시켜 주리라는 믿음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기운으로 사는 게 아니라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린 의기소침한 누군가에게 ‘기운 좀 내!’라고 말하지만, 정작 삶을 이끄는 것은 기운이 아니라 기분이 아닐까 싶어요.” 돌이켜보면, '기운'과 '기분'을 구분해본 적이 없던 것같습니다. 토라져 있는 친구를 보면, 나는 '기운 내'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는지. 혹은 '기분 좀 내러가자'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는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기운보다 기분으로 산다는 말이 와닿는 새벽입니다. 🎧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할일이 쌓였을때 훌쩍 여행을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 점프를 신도림 역안에서 스트립쇼를 야이야이야이야이야 자우림의 <일탈>은 학창 시절에 노래방에 가면 꼭 부르는 노래였습니다. 이 노래를 부를 때면, 어떠한 생각이나 고민도 머릿 속에 남아있질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물론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일탈이라곤,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부르는 것에 불과했지만 말입니다. 📮 F E E D B A C K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답장을 원한다면 메일 주소를 함께 남겨주세요. P S 1. 이번주 목요일에는 'xyzorba_human : 서용마 - 기록, 습관, 행복'을 보내드립니다. 2. 걱정이 많이 됩니다. 몸 건강에 유의하세요,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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