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있을 땐,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사건이 되었습니다.
안녕, 친구.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
✉️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그 밤의 한강공원을 기억합니까. 여름밤에 부는 강바람은 참으로 즐거웠습니다. 그 노래를 기억합니까. 우리는 다리를 건너면서 그 노래를 불렀습니다. '문 리버(Moon River)'였습니다. 가사를 잘 몰라서 얼버무리다가도 그 부분만큼은 둘 다 자신 있게 불렀습니다. 차가 쌩쌩 달리고 있어서 우리는 더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앞에는 어떤 남녀가 걷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작게 소곤거립니다. "커플인가 봐." "아냐, 둘이 손도 안 잡았는데?" "근데 거의 닿을랑 말랑해." "아마 공원에 가서 고백하려나 봐." 나는 그럴 리 없다며 그녀의 말을 일축합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걸지 않은 내기를 합니다. 그들은 결국 공원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나는 내기에서 이겼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밤 12시가 되자 공원이 닫힌다는 방송이 들립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유롭게 공원을 거닐었습니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시원했습니다. 개구리 우는 소리도 상쾌했습니다. 그 소리들은 마치 내 귀로 들어와서 촉각으로, 시각으로, 후각으로 발산하는 듯했습니다. 저 구석에 새끼 고양이가 숨어 있었습니다. 저 녀석 말고는, 이 공원에는 우리 둘 뿐이었습니다. "저기 야경 봐." "너무 좋다." "저기 불 켜진 건물은 뭘까." "아직도 일을 하나 봐." "저 사람들은 모르겠지?" "뭐를?" "자신들이 야경으로 보인다는 걸?" "아마 모르겠지." 우리는 쿡쿡 소리를 내며 웃었습니다. 달은 구름에 가려서 마치 손톱으로 긁어낸 자국 같았습니다. 공원의 모든 불이 꺼졌습니다. 우리는 손을 꼭 잡았습니다.
그때의 나는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과 텅 빈 한강공원을 걷고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듣고 실속 없는 내기를 하고 함께 문 리버를 부르는 날이 또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것은 은행에서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거나 5평짜리 반지하 원룸에 살고 있다는 사실과는 별개의, 그러니까 전혀 다른 세계로부터 떠오르는 감정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무리 어떤 밤에 한강공원을 찾더라도, 그 밤의 한강공원에서 느꼈던 감정을 온전히 기억해낼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있을 땐,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사건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보는 풍경은 문득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고민하게 했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공기는 "당신은 잘하고 있어."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라고 속삭이는 듯 했습니다. 어느 책의 문장처럼 우리는 매일매일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지만 이런 하루라면 기꺼이 사라져도 괜찮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꽤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2019년 7월 중순
가로등이 꺼지는 시간에 윤성용 드림 ✒️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 평범해서 괴로운 사람들에게 - 김혜원
'내가 만든 나라면 그것 역시 나일지도.' 저는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특별한 사람인 척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가장 좋은 건 평범한 나를 받아들이는 일이겠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건 어떻겠습니까. 김혜원 님은 '나는 평범해'라는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것보다는 오히려 열 배 건강한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을 평범하다고 여기는 당신에게 이 글을 추천합니다.
* 어느 월급 중독자의 반성문 - 이군
'나는 왜 이렇게 까지 된 걸까?' 우리는 가끔씩, 내가 내 삶을 주도하는 느낌을 받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회사이든, 가족이든, 친구이든, 연인이든 말입니다. 사실 그들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서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문제는 내가 바뀌지 않는 한,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 사건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아주 갑작스럽게 일어나고는 합니다. 어느 월급 중독자의 반성문을 읽어보십시오. 💿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우유니 사막에서 천국같은 하우스 음악을'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아티스트 'FKJ'의 음악을 소개해드립니다. 특히 이 라이브 영상은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에서 펼쳐집니다. 그의 프렌치(French) 하우스 음악을 듣다보면, 여름의 뜨거운 햇살과 습한 공기도 말끔하게 사라질 것입니다. 영상을 보다보면 마치 천국같은 느낌이 듭니다. 참고로 FKJ는 'French Kiwi Juice'의 약자입니다. 📮 F E E D B A C K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항상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더 나아질 수 있을 거에요. 그럼 월요일에 또 만나요, 친구. 안녕! 🔗 L I N K 이대로 헤어지긴 아쉬워요 지인에게 이 뉴스레터를 추천하고 싶다면? (구독링크) 뉴스레터 <xyzorba>의 시작이 궁금하다면? (소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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