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지금도, 나는 수없이 흔들립니다. 다들 어찌 저리도 단단하게 살아가는 것인지 나는 늘 궁금해했습니다. 혼자인 주말 저녁이면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말을 걸고 싶었습니다. 당신도 혹시 나처럼 외롭냐고. 어느 날은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현자(顯者)라도 되는 마냥 인생을 논했습니다. 다음 날 새벽엔 옛 동료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엄마 아빠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어젯밤에는 내가 기탄없이 던진 말에 동료가 흘린 눈물을 아프게 떠올렸습니다. 그 정도로 나는 어리고 나약한 인간인 것입니다. 무던한 나도 열렬한 마음으로 끓어오를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뜨거울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모두 증발해 버리거나 열을 유지하지 못하고 곧장 식어버렸습니다. 미지근한 마음이 되었을 때 나는 큰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그 좌절감은 그나마 견뎌온 삶 전체를 조망하게 했습니다. 이토록 생경스런 정신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얼추 대견스럽기도 하나, 온 힘을 다해 겨우 피워낸 것은 변변찮은 안개꽃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나를 평가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반딧불 무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보트를 타고 무섭도록 까만 숲 속으로 들어섰을 때였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내게로 쏟아질듯한 별들이 있었습니다. 나의 머리 위로 유난히 많은 별들이 모여있었습니다. 반딧불이었습니다. 맹그로브 숲이 엄청난 양의 반딧불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영상을 찍어봤지만 이내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만큼 담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한참 동안 빛나는 생명체 무리를 바라보았습니다. 보트에서 내리자 선착장에 계신 할아버지가 내게 어땠느냐고 물었습니다. 내 생애 처음 본 반딧불이었고,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빛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우리는 매일 크리스마스인 기분으로 산다며 그가 웃었습니다. 나의 순간은 달처럼 빛나지도, 붉은 장미꽃을 피우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작은 순간도 모이면 아름답습니다. 희미한 빛도 어둠 속에서는 밝을 수 있습니다. 반딧불 무리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빛나고, 안개꽃이 모여 흰색 커튼을 대지에 드리우는 것처럼. 삶은 그렇게 빛납니다. 나는 반딧불 무리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2020년 3월 둘째 주 밤을 비추던 반딧불의 마음으로 윤성용 드림 ✒️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지구와 태양이 있는 한 아침 햇살은 영원히 반복되겠지만, 나는 곧 사라진다. 이 시간적 대비가 영원히 반복될 아침 햇살을 순간적으로 아름답게 만든다. 바꿔 말하면 아름다움의 경험은 여기에서 나는 영주할 수 없는 존재, 그러니까 임시적 존재라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시절일기>, <소설가의 일>을 쓴 김연수 작가의 칼럼입니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잘만 돌아간다.'라는 생각이 가끔 들 때면, 슬픈 동시에 이상스러운 해방감을 느낍니다. 나는 그저 잠시 머무를 뿐이니, 행복이라든가 자아실현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과연 우리는 임시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노래 속에서만큼은 영원히 눈 덮인 지붕 밑을 환하게 데우며 옹기종기 떠들고 있는 우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장면이 내 인생에 있어 어쩌면 사소하고, 작디작은 시간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노래 한 곡으로 잠깐 삶이 멈춘 것처럼 멍하니 지나간 시간을 켜 둘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사소하고 작디작은 시간이라도 붙잡아 두고 싶은 소망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저에게는 글이고, 음악이었습니다. 우리는 글을 읽거나 노래를 들을 때, 그때의 나로 돌아갑니다. 그 짧은 찰나는 우리가 머무르고 싶었던 작은 공간을 마련해줄 것입니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에 당신은 어떤 노래를 듣고 있나요. 🎧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처음은 피아노의 멜로디가 외롭게 시작합니다. 그다음엔 클라리넷이 함께하고, 현 악기들이 아주 조심스럽게 들어옵니다. 마치 계절이 바뀌고 생명이 태동하듯 모든 악기가 천천히 소리를 채워갑니다.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뮤지션인 류이치 사카모토의 'Blu'입니다. 이 곡은 일본의 정장 회사 AOYAMA의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직접 출연한 AOYAMA 창립 50주년 CM에서는 작곡가의 삶과 정장을 만드는 삶이 평행하여 진행되다가 교차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그렸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을 들을 때면 음악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 F E E D B A C K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답장을 원한다면 메일 주소를 함께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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