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Photo by Mak 1. 근무시간에 농땡이를 치고 청계천에 왔다. 저편 멀리, 스피커를 울리는 노동가요를 등지고 하천을 따라 걸었다. 계단 하나를 내려왔을 뿐인데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머리 위로 유리벽 건물이 아니라 하얗고 푸른 이팝나무가 보였다. 인적도 드물고 적막했으며 다만 하천 소리만이 흐르고 있었다. 종종 양복을 입은 회사원들이 벤치에 앉아있었는데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나도 그늘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물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커다란 잉어 한 마리가 유영하고 있다. 내 장딴지만 한 굵기에 무릎까지 올라올만한 크기였다. 그 육중한 몸집으로 어찌나 여유롭게 헤엄치는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나도 즐거워질 정도였다. '저 녀석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살까. 아니, 꼭 생각하며 살 필요는 없다만...', '혼자서 외롭지 않을까. 아이고 저기 몇 마리 더 오네.' 나는 혼자서 묻고 대답하면서 한동안 잉어를 구경했다. 청계천에 잉어 떼가 모습을 나타낸 건 13년 4월 말부터다. 산란을 위해 한강을 거쳐 중랑천, 청계천까지 약 10km를 거슬러 올라온다고 한다. 10km면 우리 집에서 회사까지 출근하는 거리다. 그 거리를 물길을 거슬러 올라왔다니 행군을 마친 훈련병과 진배없었다. '마냥 여유로운 줄 알았더니 너희도 꽤나 고생했었구나. 그래도 너희들은 무언가 사명이 있었으니 힘들지만은 않았을 거야.' 나는 잉어를 속 편히 판단한 것에 대해 반성하면서 간단한 위로를 보냈다. 2. 퇴근하는 길이었다. 도중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횟집 앞이었다. 그곳에 파란색 페인트로 칠해놓은 수족관이 있었다. 두꺼운 유리벽 안으로 가자미인지 광어인지 바닥에 가라앉은 생물과 각종 잡어가 미동 없이 물에 잠겨있었다. 청계천과 횟집 수족관. 이토록 뻔한 클리셰는 글을 쓰는 나조차도 부끄럽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원래부터 삶이란 어디선가 본 듯한 것들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부분은 차치하고. 내가 주목한 건 수족관 속 물고기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사장으로 보이는 아저씨는 수족관에서 조개를 하나씩 꺼내어 깨끗한 솔로 문지르고 있었고, 딸인지 아르바이트생인지 모를 앞치마를 두른 아가씨는 그 옆에서 수족관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그 장면이 어디선가 본 듯해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잊히지가 않았다. 아무런 의미 없는 이야기인 줄은 알지만 그 사람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다. 청계천에는 잉어가 살고 있다고. 그것들은 알을 낳기 위해 10km 물길을 거슬러 올라온다고. 그것이 도대체 무슨 효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우리 모두 잊고 사는 건 아닌가 싶어서. 2021년 3월 셋째주 헤엄치는 마음으로 윤성용 드림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그동안 살면서 다정한 사람은 따로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정함의 총량’은 정말 정해져 있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날 컨디션에 따라 대화의 성패도 갈렸다. 살면서 나의 좋은 에너지가 충분치 않으면 누군가의 말을 소화하고 받아들이기도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같은 이야기도 내 마음 상태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읽힌다는 것을. [더보기] 운동을 해야겠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체력이 떨어지니 주변에 신경을 쓸 에너지가 부족해짐을 체감합니다. 이 칼럼에 나온 말처럼 '다정함이 태생이라고 믿었지만, 실은 총량이 있는 무언가가였나 싶다'는 생각에 크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같은 말이라도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르게 전달되니까요. 다정함의 총량을 키우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기록의 쓸모> 저자 이승희 님의 칼럼을 읽어보세요.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우리의 마음을 저울에 달아보면 분명 기우는 쪽은 네 쪽일 거야 보이는 것 그대로 믿고 싶은데 실패하지 않는 사랑이 있나요 오늘은 김뜻돌의 '실패하지 않는 사랑이 있나요'를 소개해드립니다. 김뜻돌은 싱어송라이터로, '돌 하나에도 뜻이 있다'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다고 해요. 2021년 한국 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신인'상을 받을 만큼 주목받는 아티스트입니다. '실패하지 않는 사랑이 있나요'는 제가 요즘 푹 빠진 노래예요. 아티스트는 이 노래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마음의 무게를 저울질해봤을 것 같아요. 내 모든 것을 주고 싶다가도, 뒤돌아서면 받기만 하고 싶은 솔직한 마음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어지러운 마음이 스스로 어색하고 불안할 때,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위안을 얻게 될 거예요. P S 전하고 싶은 소식
1. 에세이집 <인생의 계절>의 후원 마감이 일주일 남았습니다. 3월 23일부터 후원자 분들께 책이 순차적으로 배송됩니다. 이 책의 후원자가 되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누르거나, 텀블벅에서 '인생의 계절' 또는 'xyzorba'를 검색해보세요. <인생의 계절> 후원하기 2. 이번 주 목요일 뉴스레터, 팟캐스트에서는 '시니어 시프트'에 대해 소개해드립니다. 3. xyzorba brand 패널로 함께 하는 선정수 님께서 MBTI를 기반으로 '나의 인연 테스트'를 만드셨어요. 지금 내 옆에서 힘이 되어 줄 사람이 궁금하다면 간단한 테스트에 참여해보세요. 4. 이번 주는 일교차가 크고 미세먼지가 '나쁨' 단계라고 해요. 건강에 유의하세요. 그럼 안녕, 친구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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