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Photo by Augustine Wong on Unsplash 이십 년도 더 된 이야기입니다. 나는 어느 작은 화방에서 미술을 배웠습니다. 그 화방은 무명의 화가 부부가 운영했습니다. 그 날은 정물을 그렸습니다. 나는 한 시간에 걸쳐 그림을 완성한 뒤 화가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은 나의 어줍은 그림을 훑었습니다. 나는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그는 커다란 미술용 지우개로 나의 그림을 모두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그 광경을 충격적으로 지켜봤습니다. 선생님은 그 위로 정물을 다시 그렸습니다. 선생님이 그린 그림은 너무도 완벽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아직도 그 일을 베어 물 수 있을 만큼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런데 어쩌면, 나도 그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지우개로 다른 사람의 그림을 지우고, 내 눈에 완벽해 보이는 그림을 그리고 있지는 않은가, 라는 이야기입니다. 그건 무의식적으로 너무나 빠르게 일어나는 일이라서, 나조차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누군가에겐 도움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아픔이었을지요. 문제는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일 때입니다. 초등학생에게 완벽한 그림을 바라지 않듯 누구도 나에게 완벽한 글을 바라지 않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건 무엇보다도 나였습니다. 꼭 글뿐이겠습니까. 나에게 모든 면에서 완벽함을 요구해왔던 사람도 나였습니다. 나는 그렇게 오른손에는 연필을 왼손에는 지우개를 쥔 채 살아온 것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그런 상념을 짊어졌습니다. 나는 인생이라는 이름의 불완전함을 연습해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위해서 인지도 모를 연습을, 그저 묵묵히 그러나 혼란스럽게 수행해온 것입니다. 그건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에게 일어날 것입니다. 그러니 첫째로 다른 사람에게 지우개를 쥐어주지 말자. 둘째로 내 손으로 지워야 할 때는 어지간히 적당해야 아름답겠다. 나는 당분간 이런 마음으로 지내볼까 합니다. 2020년 3월 넷째 주 적당한 불완전함으로 윤성용 드림 ✒️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나는 '어른다움'에 대한 강박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장녀라면 마땅히 큰 일도 잘 대처하고 모든 과정을 능숙하게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투명한 부담감에 짓눌리고 있었다. 아무도 나에게 직접적으로 부담을 주지 않았지만 그걸 등 뒤로 차갑게 느낄 수 있었다. '어른다움'은 저의 10대를 지배한 강박이었습니다. 장남으로서, 형으로서, 편부가정의 자식으로서 단단한 틀에 스스로 맞추어 살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른 나이에 어른이 되었지만, 제가 바라는 모습은 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른이 되기 전에 먼저 용기있는 사람이 되어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늘한여름밤 - 나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 blog, 3 min 그런데 가끔 나를 만나는 순간들이 괴로워져. 미워했던 눈으로 나를 봐야하니까. 그리고 사실은 미워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야 하니까. 나한테 묻고 싶어. 나는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싶은지. '서늘한여름밤'님의 그림일기를 가져왔습니다. 우리는 나답게 살아가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외롭고 불안한 사회적 동물입니다. 그럼에도 조금씩 자기 자신을 드러낸다면, 우리는 자신이 미워했던 모습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지금껏 억누르고 검열했던 나의 모습까지도 결국 사랑할 수 있을까요. 🎧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뭍으로 나가면 제일 먼저 차가운 물 다 씻어내고 아름다웠던 따스한 빛 온 몸으로 받아내야지 이 뉴스레터를 읽을 때, 추천하는 음악을 먼저 켜둔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은 이 음악을 들었으면 합니다. 노래는 외로운 고백처럼 시작됩니다. 뭍으로 나간다면 어떤 모습일까. 내가 바라는 모습일까, 내가 없던 세상은 그대로일까. 우리는 물 속 깊은 곳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더라도 더 나은 내일을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그런 바람과 두려움을 담은 울림은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있습니다. P S 이번주 목요일에는 'xyzorba_human : 조혜연 - 바둑, 패배, 사명'을 보내드립니다. 📮 F E E D B A C K 당신의 생각이 궁금해요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답장을 원한다면 메일 주소를 함께 남겨주세요. 그럼 안녕,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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