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Photo by Mak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마음 놓고 발 디딜 곳 없는 세상에서는 일종의 안전 기지 같은 장소가 필요한 것입니다. 이를테면 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는 사람입니다. 당신들의 말 한마디, 작은 움직임에 따라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습관이 아주 깊이 배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복잡하고 어지럽다고 느낄 때, 내가 나일 수 있는 장소로 도망가곤 했습니다. 그곳은 안목 해변의 외로운 벤치일 때도 있었고, 어느 습지 공원 깊숙이 숨어있는 퍼걸러일 때도 있었습니다. 나만의 장소가 꼭 물과 연관된 것에는 할아버지의 공헌이 큽니다.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는 꼭 나와 동생을 데리고 저수지로 산책을 가곤 하셨습니다. 원체 말이 없으셨던 할아버지는 저수지에 다다르면, 크림빵이나 보름달 빵을 우리에게 먹이고는 아무 말 없이 저수지 저 멀리만 바라보셨습니다. 그러고는 '저수지 물이 많이 빠졌구나.'라고 한마디를 던지시거나 '이제 돌아가자.'하고 걸음을 옮기셨습니다. 나는 아직도 할아버지가 저수지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떠올리셨을지 궁금합니다. 어린 나이에도 어딘지도 모를 곳을 향해 흔들리는 물결을 바라보자면, 그것이 알게 모르게 세상이라든가 삶이라든가 좀 닮았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면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 빼고는 모든 게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때의 고요하고 평온한 시간은 지금까지도 내 삶에 작은 기반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자전거를 타고 조용한 한강 둔치에 앉아 상념에 잠기곤 합니다. 세상과 동떨어져 온전히 혼자가 될 때, 비로소 나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건 조금 서글픈 일입니다. 저기 서있는 버드나무처럼, 강가에 반쯤 담긴 돌처럼 그냥 그렇게 흔들리고 적시며 살아가면 그만인데. 나는 무엇이 그리 갖고 싶어서 허무함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2020년 7월 넷째 주 한강 둔치에 앉아 윤성용 드림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중앙일보, 3 min read 나, 엔니오 모리코네는 숨졌다. 가까운 친구들과 다소 소원했던 이들 모두에게, 이런 식으로 부고를 전한다. 사랑을 담아 작별을 고한다. 모두의 이름을 거론하는 건 불가능하다. (중략) 마지막 인사는 아내이자 일생의 파트너였던 마리아에게. 지금까지 우리 부부를 하나로 묶어주었던 각별했던 사랑을 되새기고 싶다. 이제 이를 포기해야 해서 미안하다. 당신에 대한 작별인사가 가장 가슴 아프다. 얼마 전,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타계했습니다. 수많은 영화음악을 남겼고, 그중에서도 (훗날 '넬라 판타지아'로 알려진) 영화 미션의 테마곡 '가브리엘의 오보에'와 시네마 천국 OST를 작곡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나, 엔니오 모리코네는 숨졌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부고를 작성해 공개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담담하게, 예술가다운 행보를 보여준 모리코네의 부고 전문은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Cilla 계속 이곳에 서서 Cilla 언제나 기다렸어 Cilla 내 손을 잡아 4인조 밴드 'SURL(설)'의 노래를 추천드립니다. 작년에 디지털 싱글로 낸 'Cilla'라는 곡인데요. '우리만의 공간에서 아무 걱정 말고 행복하게 놀자'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합니다. 라이브 영상의 풍경과 잘 어울려서 보는 내내 새로운 세계에 머무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정말 신나게 놀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P.S 아직 못다한 이야기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그럼 안녕,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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