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일주일 동안 쓰고 읽고 들은 것을 전해드릴게요.
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Photo by Mak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이. 1. 은행잎이 피어났다. 은행나무는 가을볕 아래에서 눈이 부실 정도로 노랗게 빛나고 있다. 이렇게 빛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견디었을까. 지난겨울부터 때를 기다리며 간직하고 있었을 마음이 떠올랐다. 길가에 누군가 낙엽들을 쓸어 모아놓았다. 그것을 살며시 밟고 지나가면 기분 좋은 소리가 난다. 소복소복 눈 밟는 소리보다 경쾌하고, 찰박찰박 빗물 위를 걷는 소리보다 포근하다. 부스럭부스럭. 바스락바스락. 가을을 지나는 소리. 2. 나는 감정이 없어 보인다는 자주 듣는다. 다양하지 못한 표정과 뻣뻣한 말투, 게다가 먼저 마음을 보이는 법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기에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쓰는 글을 유난히 흥미로워한다. 평소에 드러내지 않는 마음을 글을 통해 헤아려볼 수 있다는 것 같다. "네가 이렇게 감성적인 사람인 줄은 몰랐어."라고 놀라는 사람도 있고, "너를 좀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내 안에 감수성이 있다는 건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 나조차도 몰랐을 것이다. 3.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끈 김연경 선수는 위기 상황에서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이."라고 동료를 독려했다. 그 말을 요즘 나는 주문처럼 쓰고 있다. '할까, 말까'하는 고민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한다. 그때마다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이."라고 외치면 새로운 의지가 생겨난다. 올 겨울은 아무래도 깊은 고민의 시기가 될 것 같다. 어쩌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앞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건 후회스럽지 않을 것 같은데,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후회가 나를 계속 따라다닐 거란 생각이 든다. 여든 살이 되어 지난 시간을 뒤돌아볼 때 나는 지금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할까. 그런 생각은 나를 가을보리처럼 흔든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이 주문이 아주 요긴할 것 같다.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이. 2021년 11월 8일 가을을 지나며 윤성용 드림 당신이 읽었으면 하는 글 흩어져버린 것들 그러나 아직도 나는 이따금 한남동을, 한남오거리를 지나칠 때마다 내 얼굴을 짚어주었던 S의 차갑고 부드러웠던 손의 감촉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감각의 거리로 말미암아 한때는 내 인생의 전부라고 믿었던 것들이,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완벽하게 다 흩어져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종종 '월간 윤종신'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글을 읽어보곤 해요. 재밌는 작업들이 많거든요. 예를 들면, '한남동 이야기' 시리즈가 있어요. 24명의 젊은 소설가들이 한남동에 대한 단편 소설을 쓰는 프로젝트였어요. 그중에서도 오늘은 박상영 작가의 글을 가져와 봤어요. 서울로 상경해 한남동에 살았고 사랑도 했으나, 결국 모두 흩어져버리는 운명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전부라고 믿었던 것들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을 때, 씁쓸하지만 그럼에도 허-하고 웃게 되는 묘한 기분이 있잖아요. 그런 기분, 그런 동네가 떠올랐던 단편 소설이었어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 사뮈 - 밤이 오겠지 밤바다 멀리 보이는 한 점의 작은 불빛에 내 마음이 울렁이는 게 흔들거리는 작은 배 같아 오늘은 사뮈의 '밤이 오겠지'를 소개해드립니다. 사뮈의 노래는 너무 자주 추천드려서 멋쩍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밤이 오겠지'는 글이 써지지 않는 밤에 노동요처럼 듣는 노래입니다. 사뮈의 거칠고 쓸쓸한 목소리와 단순한 멜로디의 기타 연주가 낭만적으로 느껴집니다. 마치 여름날 밤바다 앞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이 노래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짧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늘 반복 재생을 해놓고 2-3시간씩은 듣고 있어요. 영감이 필요한 고요한 밤에 이 노래를 들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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