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일주일 동안 쓰고 읽고 들은 것을 전해드릴게요. 친애하는, 나의 친구 에게 Photo by Mak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겨울이 오고 있다 오늘 처음 마주한 공기가 시리도록 추웠다. 잠이 금방 깨었는데도 이불속에만 있고 싶었다. 일어나자마자 어슬어슬한 몸을 부둥켜안고 두꺼운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창 밖에는 새벽 풍경이 파란색이다. 그 위로 주홍빛의 햇볕이 점점 내리고 있었지만 여전히 도시에는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분명 겨울이 오고 있었다. 내게 겨울을 알리는 표지는 입김이다. 겨울이면 나는 습관적으로 입김을 확인한다. 허어-하고 뜨끈한 숨을 내뱉으면 하늘을 향해 입김이 퍼져 오른다. 고민이든 걱정이든 짜증이든 모두 한데 끌어모아서 허어-하고 호흡을 내뱉으면 어디론가 공중에서 사라지는 것만 같다. 그것은 묘한 위로가 된다. 평소에는 한숨이었던 것이 겨울에는 입김이 된다는 사실은 어떠한 의미도 없지만, 내 주위에 달라진 점을 알아차리는 일은 늘 즐겁다. 겨울이 오면 떠나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푸른 잎사귀라든가 지저귀는 새소리,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아이들,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는 사람들, 한강 공원에 펼쳐놓은 돗자리, 발가락 사이사이에 바람이 시원하게 드는 샌들, 옥탑방 마루에서 구워 먹는 삼겹살, 노상에서 마시는 차가운 생맥주 한 잔. 이런 것들이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는 걸 알기에, 봄과 여름과 가을을 더 누리지 못한 아쉬움은 이내 다짐이 된다. 만약 50년을 더 살게 된다면, 앞으로 내게는 50번의 겨울만이 주어진다는 의미다. 그렇게 생각하면 겨울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된다. 마치 박스에서 귤을 하나씩 꺼내먹다가 문득 남은 귤이 50개라는 걸 알았을 때처럼 말이다. 분명 많은 숫자이긴 한데 충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유한한 것을 무한한 것이라고 착각한 사람이 으레 겪는 혼란스러움일까. 이제부터라도 한 알 한 알 음미한다거나, 매 겨울을 꺼내 먹을 때마다 지난겨울과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해가는 즐거움이 내게는 필요할 거라 생각해본다. 밖을 나서니 사람들의 옷이 두툼해졌다. 장터에서 가마솥 한가득 끓이는 곰국에서도, 붕어빵 아저씨의 반가운 동작에서도 흰 연기가 피어난다. 내게 남아있는 것들 중 가장 첫 번째 겨울이 오고 있었다. 2021년 10월 18일 두툼한 옷을 꺼내입고 윤성용 드림 당신이 읽었으면 하는 글 다시 첫눈을 기다리며 사람들은 왜 첫눈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왜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랑하는 마음을 말없이 전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의 언어를 저 순백한 천상의 언어로 대신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아마 그럴 것이다. 이 땅에 첫눈이 오는 까닭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첫눈을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호승 시인의 첫눈에 대한 짧은 칼럼입니다. 보통 첫눈은 11월 중순에 내린다고 하는데요. 벌써부터 첫눈이 기다려지는 건 왜일까요. 정호승 시인은 첫눈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이유는, 사랑하는 마음을 말없이 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따뜻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다고요. 여러분은 첫눈이 올 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 Ginger Root - Loretta Loretta, I see you walking now and then Loretta, I see you coming near 오늘은 진저 루트의 'Loretta'를 소개해드립니다. 최근 '배드룸 팝(Bedroom pop)'이라는 장르가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침실에서 작곡과 녹음, 마스터링까지 작업한 음원을 대중에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이 장르가 만들어졌는데요. 세션이 적고 멜로디가 반복되며, 몽환적이고 탁한 음질과 VCR 감성의 뮤직비디오가 특징입니다. 진저 루트는 배드룸 팝 신에서도 신선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는 캘리포니아 기반의 아티스트 그룹이에요. 이 노래를 들어보면 매일 바라보던 일상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 거예요. P.S 다가오는 목요일에는 팟캐스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brand : 굿즈 마케팅 2편>을 전해드릴 예정이에요. <brand : 굿즈 마케팅 1편>을 먼저 들어보시면 좋아요. 그럼 안녕,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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