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름 보는 일을 좋아한다. 함선처럼 커다랗고 솜사탕처럼 몽실한 덩어리가 우리 머리 위를 둥둥 떠다닌다는 사실이 내게는 아직까지도 신비롭고 생경하게 느껴진다. 어릴 적엔 구름이 예쁜 날이면 하루 종일 하늘만 바라보곤 했다. 새로 산 카메라를 들고 구름 사진만 찍으러 다녔던 시절도 있었다.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푹신한 구름 위를 섬처럼 걸어 다니거나 거위털 이불이 덮인 침대처럼 푹신하게 누워있는 상상을 자주 하곤 했다.
구름은 이름도 많고 예쁘다. 새털구름, 조개구름, 햇무리구름, 뭉게구름, 산봉우리구름, 더미구름, 안개구름... 그중에서도 나는 양떼구름을 제일 좋아한다. 작은 구름 덩어리가 넓게 늘어선 모습이 마치 양이 무리 지어 있는 모습과 같아서 붙어진 이름이다. 구름 덩어리들이 하늘색 초원을 떠다니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양 떼라고 생각하면 삶이 마치 한 권의 동화처럼 느껴진다. 구름 덩어리들 사이로 갈라져 내리는 빛줄기를 바라보면, 종교를 믿지 않는 나조차도,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한 어떤 신비로운 신성한 예술가의 존재를 상상하게 된다.
나는 가끔씩 구름의 모양을 보며 나의 내면을 점쳐보기도 한다. 우리들은 보이는 대로 보기보다는,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 마음에 비친 구름을 바라보며 내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커다란 비행기 모양의 구름을 만나면, 나는 아무래도 여행을 떠나고 싶은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강아지 모양의 구름을 만나면, 얼마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또또가 아직 내 마음에 남아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구름은 그렇게 종종 동물이나 사물로 보이곤 했는데, 사실은 내 마음처럼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희미하게 이리저리 흩어진 모양이 대부분이었다.
언제나 나의 주변에 있지만 쉽게 잊히거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집 앞을 흐르는 하천, 풀숲에 숨어 울고 있는 귀뚜라미, 계절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나무들... 나는 여유가 사라질수록 그런 것들을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구름을 보는 일은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의식이자 지표가 된다. 내가 여전히 내 곁에 있는 크고 작은 것들에 귀 기울일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나는 구름을 볼 때마다 내게서 그런 마음이 오래도록 떠나기 않기를 소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