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그리고 글을 씁니다.' 나는 최근 몇 년간 나 자신을 이렇게 소개해왔다. 짧은 두 문장이지만, 이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과 고통이 있었던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일도 가뜩이나 힘든데, 더 나아가 글 쓰는 삶까지 함께하다니. 이런 말은 쑥스럽지만, 나는 나를 이렇게 소개할 때마다 뿌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나를 잘 아는 사람에게 내가 쓴 글을 보여주는 건 부끄럽지만 반가운 일이다. 당신이 모르고 있던, 내면에 꽁꽁 숨겨두었던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를 글로 알게 된 사람을 만나는 건 설레지만 동시에 무척 두려운 일이다. 분명 당신이 상상하는 모습과 전혀 다른 사람을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나는 감성적이고 예민한 사람이다. 계절과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고 주변의 작은 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무르고 여린 마음을 가졌을 것만 같다. 그러나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나를 무뚝뚝하고 무딘 사람으로 평가한다. 특히 일할 때의 나는 철저히 냉철하고 단호한 편이다. 사적인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마음도 쉽사리 열지 못한다. 언젠가 가까운 동료는 내게 감정이 없는 로봇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가벼운 농담이었지만 나는 웃지 못했다. 어쩌면 그것은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글 쓰는 나와 일하는 나. 분명한 건 둘 모두 틀림없이 나라는 사실이다. 어느 쪽도 거짓은 없다. 어쩌면 나는 이 두 가지 면으로 지금껏 삶의 균형을 맞춰왔는지도 모른다. 내가 가진 감수성과 민감성을 글쓰기로 마음껏 해소했기에, 일을 할 때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반대로, 필요하다면 직장 동료에게 모진 말도 망설임 없이 해낼 수 있었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프고 지친 마음을 글쓰기로 위로했던 것이다. 그러니 내게 일과 글은 일종의 운명 공동체인 셈이다.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그리고 글을 씁니다.' 나는 앞으로도 나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는 날이 오래이기를 바라고 있다.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아름답고 신비로운 일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