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강원도 강릉은 나의 고향입니다. 강릉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강릉은 분명 나의 고향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군 전역까지, 나의 인격은 대부분 그곳에서 형성되었습니다. 문득 떠오르는 그리운 마음도 그곳에 향해있습니다. 강릉은 대관령과 동해 사이에 있는 도시입니다. 시내에는 남대천이 가로지르고, 시내를 벗어나면 산과 바다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디서든 바다 내음을 맡을 수 있고, 높은 건물이 없어 탁 트인 하늘을 올려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휴가철을 제외하면 도로는 한산했고 줄 서는 일도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인천에서 강릉으로 이사 왔습니다. 나는 싫었습니다. 시골이라는 생각에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강릉은 분명 대도시는 아니었지만 시골도 아니었습니다. 전학 첫날에는 사투리를 대부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곧 마음에 맞는 친구들을 만나 빠르게 적응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우리의 목표는 대관령을 넘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어디든 강릉만 벗어나면 된다, 그것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소망이었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한 시기에도 태백산맥이라는 물리적 장벽은 우리를 갑갑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입시에 성공했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이윽고 군 생활을 위해 강릉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사이에 바뀐 건 없었습니다. 할머이처럼 시나매 흐르는 도시였습니다. 나는 서울로 올라가고 싶었습니다. 이 도시에서 마음 급한 건 나뿐인 듯 여겨졌습니다. 군을 전역하고 줄곧 서울에서 지냈습니다. 이방인인 듯, 여행자인 듯 서울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지낸 것이 어느덧 10년입니다. 이제는 강릉에서 지낸 날보다 서울에서 지낸 날이 더 많아졌습니다. 내가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리운 장소와 기억이 있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다만 그리움이 너무 깊으면 향수병이 되겠고, 너무 얕으면 공허해질 것입니다. 친구들과 삼겹살을 구워 먹던 남대천 제방, 노부부가 운영하던 메밀전집, 아버지와 동생과 때를 밀던 해수 목욕탕, 학교 급식소 가는 길에 펼쳐진 해송(海松) 숲, 다섯 개의 달이 뜬다는 경포 호수, 만남의 장소였던 신영극장, 나를 너무나 좋아하셨던 럭키 문방구 아주머니, 헛헛한 마음을 달래려 혼자 맥주를 마시던 한라 아파트 놀이터, 그토록 싫어했던 찝찔한 바다 내음까지. 서울에 살다 보면 그런 그리움이 종종 폭력적으로 나를 휘감고는 했습니다. 2020년 5월 첫째 주 서울살이 10년차 윤성용 드림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brunch, 3 min 서울은 결핍의 도시였다. 더 많이 가져야만 가까스로 성공에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이미 성공한 것 같은 사람도 여전한 갈증 속에 있었다. 언제까지 달려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채 쓰러지기 직전까지, 어쨌든 빠르게 달려야 직성이 풀리는 도시. 벗어나니 좀 다른 삶이 있었다. 이미 벗어난 사람들, 자기만의 트랙을 달리는 사람들도 여럿 만났다. '더 파크' 정우성 님의 글입니다. 제가 외국을 여행하며 배운 것은 다양한 삶이었습니다. 마주한 풍경과 사람은 "꼭 그렇게 살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자신만의 트랙을 달리는 일은 서울을 벗어나야만 가능한 것이 아닐 겁니다. 연휴를 끝내며 봄과 여름을 맞이할 우리, 이번엔 어떻게 살아볼까요? 동아일보, 3 min 고등학생 때는 일손이 모자라는 곳에 지원을 나가 삐뚤빼뚤 모를 심어 드리기도 했고, 군 생활을 할 때는 대민봉사를 나가 모내기를 해드리고 양푼이밥을 실컷 얻어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서울의 골목길은 알아도 무논의 논길은 모른다. 모내기할 때 맨발에 닿던 진흙의 미끄덩한 감촉도, 종아리에 달라붙은 섬뜩한 거머리도, 밤새 요란하게 울어쌓던 개구리 울음소리도 잊은 지 오래다. '나는 밥값을 하고 있을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대학 시절에 농활을 하면서, 당연하게 먹던 쌀밥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적이 있습니다. 농사와 노동에 대한 신성함을 이야기할 정도로 올드스쿨은 아닙니다. 다만 도시에 살면서 너무나 쉽게 잊는 것들이 있습니다. 정호승 시인이 유월의 무논을 바라보며 떠올린 생각을 읽어보세요.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이상하게 가끔 이유 없이 눈물이 날 때가 있지 후회 때문인지 다신 볼 수 없어서인지 인디 뮤지션 '사뮈'가 첫 정규앨범 <농담>을 발매했습니다. 일상에서 느낀 찰나의 감정을 담담하게 노래하는 뮤지션으로, 작년에도 사뮈를 소개해드린 적이 있었죠. 오늘은 타이틀곡 '그럴 때가 있지'를 추천해드립니다. 가끔 그럴 때가 있지 않나요. 별 것 아닌 기억에 가슴이 벅차오르거나, 지나간 사람에게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 때 말입니다. 이 음악을 듣다 보면, 미처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있던 감정을 떠올리게 됩니다. P.S 1. xyzorba의 1주년을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 이번 목요일에는 'xyzorba_book : 아무튼, 시리즈'를 보내드립니다.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그럼 안녕,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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