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전해줄게요 L E T T E R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Photo by Mak 1. 거리에 낙엽이 떨어진다. 겨울이 온다는 표지였다. 겨울에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은 내가 아는 한 없다. 그러니까 겨울은, 그게 무엇이든 붙잡은 것을 놓아주어야 하는 계절이다. 2. 몇 년 전 이맘때쯤, 젊은 시인에게 시를 배운 적이 있었다. 그 시절 내가 쓴 시는 현란한 수식어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표현들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 사이에서 그나마 좋게 평가된 시가 있었다. 제목은 '노인이 세월을 쓸어낸다'였다. 천천히
또 고이고이 싸리나무 붙들어 맨 손 메마른 청춘 모아 두고 그래 됐다 잘 살았다 천천히
또 고이고이 낙엽이 노인을 쓸어낸다 머리가 희끗한 경비원 아저씨를 바라보며 끄적인 시는 시인에게 처음 칭찬을 받았다. 머리를 잔뜩 굴리며 써 내린 시들은 잊혔다. 글에 힘을 빼야 한다는 말은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내가 줄곧 들어왔던 말이다. 생각이 많은 나에겐 어렵고 힘든 말이었다. 욕심이 많을수록, 불안할수록 힘이 들어갔다. 글도, 삶도 그랬다. 3.
겨울이 다가올 때면 나는 콩벌레를 떠올렸다. 어릴 적엔 낙엽 밑에 숨어있는 콩벌레를 손 위로 굴리며 놀았다. 새들은 따뜻한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던데. 날개가 없는 미물들은 겨울이 되면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둥글게 말린 콩벌레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나는 춥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주머니 속에 쏘옥 넣어놓았더랬다. 내 곁에서 사라지는 것이 점점 많아진다. 모두 어디로 간 걸까. 분명한 건 겨울에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겨울은 떠나는 계절이다. 나는 이를테면, 이별이라든지 미처 용서하지 못한 나날이라든지. 그런 것들만 내게서 떠났으면 했다. 그러나 슬픔과 기쁨은 한 몸이었기에, 나는 모두를 붙잡거나 모두를 놓아주어야만 했다. 4. 거리에 낙엽이 떨어진다. 그래 됐다, 잘 살았다. 말하면서. 겨울이 되자 나를 남겨두고 떠날 준비를 하며. 2020년 11월 넷째 주 겨울옷을 꺼내며 윤성용 드림 R E A D I N G 당신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어느 날에는 철 지난 전어를 어찌어찌 구해다가 구워줬더니 목청이 터져라 우는 통에 관두었다고 했다. 그래도 노인이 올 때면 그제야 겨울이 온 것만 같다고, 제법 추운 날을 골라 오는 것도 참 대단하다고 할머니는 장작을 더 채워 넣었다. 난 고개를 마냥 끄덕이다가 노인보다 먼저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어떤 사람은 자신을 탓하는 걸 매번 잊지 않으려 생선 같은 것에 미련과 그리움을 가득 담아 미워하는지도 모르겠다. [더 읽기]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을 쓴 박하 작가의 브런치 글입니다. 그는 경주의 어느 노포를 찾았다가 술에 취한 노인의 사연을 듣게 됩니다. '곧 전어도 제철이 끝나니까 그전에 돌아오세요'라고 말했던 노인의 아내는 벼랑에 떨어져 숨졌다고 합니다. 그 뒤로 전어만 보면 슬픔에 잠긴다는 노인의 이야기는 왠지 가슴 아픈 데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슬퍼하는 마음에도 계절과 철이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그런 마음이 듭니다. M U S I C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영화처럼 지나가버렸어요 그렇게 순식간에 한 해가 끝나가요 오늘은 선우정아와 유라가 부른 '겨울'을 추천드립니다. 겨울이 오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지 않나요. 괜히 쓸쓸하고 지나간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노래들이요. 이 노래가 속한 앨범에는 이런 소개말이 적혀있어요. '모든 어렵고 힘든 일들은 좋은 일이 일어나기 위한 복선 일뿐, 추운 세상 이 앨범을 듣는 모두가 따뜻해졌으면 좋겠다.' 이 노래로 조금이나마 따뜻한 하루이기를 바랍니다. P S 아직 못다한 이야기 1. 뉴스레터를 하루 늦게 보내게 되었습니다. 직장인이자 프로 딴짓러로서 몸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이번 주말에는 조금 무리한 모양입니다. 혹시 기다리셨다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2. 앞으로는 뉴스레터를 월요일과 목요일, 주 2회로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목요일에는 xyzorba 팟캐스트 내용을 다듬어서 전할 예정이에요. 앞으로 xyzorba의 다양한 시도를 기대해주세요. 3. 겨울이 시작되었네요. 바람이 꽤 차갑습니다. 몸 건강에 유의하세요. 그럼 안녕, 친구.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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