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잘 지냈나요. 이번 주에 쓰고 읽고 본 콘텐츠를 보내줄게요. book 프로젝트 헤일메리 * 이번 뉴스레터는 알에이치코리아의 제작비 지원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 뉴스레터의 내용은 팟캐스트 에피소드를 재구성했습니다. 이야기 하는 사람들 윤성용 :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xyzorba라는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김버금 : 사사로운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앓는 마음을 안는 사람이 되기를 꿈꿉니다. 김승원 : 호기심을 원동력삼아 살아갑니다. 긴 안목을 가졌고 역설적인 것에 매력을 느낍니다. 여러분은 외계인이 있다고 믿으시나요? 윤성용 : xyzorba에서 처음으로 광고를 맡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출간된 <프로젝트 헤일메리>라는 SF 소설입니다.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서 질문을 드려볼게요. 여러분은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김버금 : 저는 있다고 생각해요. 이 넓은 공간에 우리만 있다는 건 공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을 뿐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김승원 : 저도 외계인은 있을 것 같고, 앞으로 어떻게 만나게 될지 궁금해요. 과연 우리가 살아있을 때 외계 신호를 받게 될까, 만약 그렇다면 지구인들은 어떻게 반응을 할까, 그런 것들이 참 궁금해요. 윤성용 : 이 질문을 드린 이유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도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모습과는 조금 다른, 작가만의 과학적 상상력이 들어가 있어요. 그 점이 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아주 흥미로운 요소인 것 같아요. 그러면 본격적으로 줄거리를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어볼게요.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주인공은 어느 낯선 공간에서 깨어납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밀폐된 공간입니다. 주변에는 두 명의 사람이 누워있었고,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이곳에서 빠져나가려고 하자 컴퓨터 음성이 묻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주인공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이고, 나는 왜 여기 있는가’를 조금씩 생각해냅니다. 그리고 기억의 퍼즐을 조금씩 맞추어가면서, 자신이 30대 남성이며 중학교 과학 교사라는 사실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깨닫게 됩니다. 그의 이름은 ‘라일랜드 그레이스’. 그는 지금 우주선 ‘헤일메리 호’에 있습니다. 김버금 : 이 소설의 시작이 참 흥미로웠어요. 책은 7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이지만 생각보다 금방 읽을 수 있었는데요. 시작 부분의 흡입력이 되게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김승원 : 저도 인트로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주인공이 자신은 누구인지, 여기는 어디인지, 그리고 여기에 왜 있는지를 알지 못해서 계속 물음표를 가지고 읽어보게 돼요. 그리고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하나씩 퍼즐이 맞춰져요. 그래서 자꾸 다음 장으로 넘어가게 되더라구요. 윤성용 : 맞아요. 소설이든 영화든 처음에 독자를 새로운 세계로 초대하잖아요. 보통은 인물과 세계관의 설정을 던지듯이 설명하는데요. 이 책에서는 주인공도, 독자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하나씩 발견해나가요. 그러다 보니 몰입감이 엄청나고요. 지구의 운명, 프로젝트 헤일메리 시곗바늘을 과거로 돌려 보겠습니다. 어느 날 사람들은 태양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원인은 빛을 먹고사는 세포 단위의 외계 생명체 ‘아스트로파지’ 때문이었습니다.
아스트로파지는 다양한 행성 사이에서 번식하면서 별들을 죽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구로부터 12광년이 떨어져 있는 ‘타우세티’라는 별은 아스트로파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라일랜드 그레이스는 동료들과 함께 우주선 ‘헤일메리 호’를 타고 이를 조사하러 가게 됩니다. 그는 우주여행을 위해 3년 동안 혼수상태에 있다가 방금 깨어난 것이었습니다. 동료들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사망했고요. 이제 그의 손에 지구의 운명이 달려있습니다. 윤성용 :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지구를 구할 방법을 찾고, 자신들의 생을 마감하는 편도행 미션이에요. 만약 인류의 존폐가 자신에게 달려있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김버금 : 굉장히 부담스럽겠죠. 나의 의지로, 인류를 위해 선택했더라도 ‘내가 진짜로 하고 싶어서 한 게 맞나?’라는 회의감이 끝까지 들 것 같아요. 김승원 : 이 소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원하게 되잖아요. 처음 발을 들였을 때는 흥분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깊숙하게 관여할수록 공포감이 들지 않을까 싶어요. 윤성용 : 만약 이 소설처럼 지구가 곧 멸망하게 된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김버금 : 역설적이라고 느낀 게,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인류의 희생이 필요한 부분도 있더라구요. 자신의 가치관에 반하는 행위를 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전체를 위해서 일부가 희생해야 되는 상황들이 많이 생길 것 같아요. 윤성용 : 희생이 불가피한 상황이죠. 지구가 멸망하게 된다면 법이든 절차든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돼요. 멸망을 막는다는 조건 아래 어떤 행동이든 하게 되죠. 필요한 과학자를 납치하기도 하고, 북극에 핵폭탄을 쏘기도 하고, 사막을 태양열 판넬로 뒤덮기도 해요. 김승원 : 기존에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뒤바뀌게 되죠. 지구 멸망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다른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 라일랜드 그레이스는 자신의 임무를 깨닫고 ‘타우세티’에 접근하여 조사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우주선 계기판에 무언가 이상한 신호가 잡힙니다. 그것은 거대하고 납작한 모양의 우주선이었습니다. 우주 한가운데서 미지의 외계 생명체를 만난 것입니다. 그들은 서로 적의가 없음을 알고, 터널을 연결해 직접 마주하게 됩니다. 과연 라일랜드 그레이스는 무사히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요? 윤성용 :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이 소설 중반부터 나오게 되는데, 굉장히 커다란 반전이에요. 김버금 : <컨택트>라는 영화가 떠올랐어요. 서로 다른 존재가 언어를 매개로 어떻게 소통을 하는지에 대한 영화인데요. 서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개연성 있게 느껴지더라구요. 김승원 : 혼자 지구의 운명이 걸린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에서, 어떤 존재를 마주했을 때 기분이 어떨지... 서로 적의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과정이 있는데요. 우주선에서 빛을 세 번 깜빡하니까 저쪽에서도 같이 세 번 깜빡할 때, 그 장면이 극적으로 느껴졌어요. 윤성용 : 실제로 외계인을 만난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 같으세요? 김승원 : 일단 바디랭귀지를 시도할 것 같아요. 어떤 단어를 말하고 행동을 보여주면서 '이게 이거야.'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퍼즐을 맞춰 나갔겠죠. 윤성용 : 외계 생명체를 만나게 되면 여기 왜 왔는지, 그 목적이 가장 궁금하잖아요. 그게 적의인지 혹은 호의인지, 우연인지를 알아내야 하는데, 그걸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치 처음 보는 동물과 소통하는 과정이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김버금 : 만약에 외계인을 만나더라도, 우리가 이 책 속 인물처럼 일대일로 만나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과학자들이 먼저 조사한 뒤에 외계인을 만날 것이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이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는 의미에서 보이는 호의도 있지만, 이 책 속 인물처럼 생존을 위해서라도 누구나 먼저 호의를 보이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뒷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팟캐스트를 들어보세요. <프로젝트 헤일메리> 어떻게 읽으셨나요? 윤성용 : 저는 이 소설이 우정과 희생에 대한 서사라고 생각했어요. 희생이라는 건 나 자신보다도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믿을 때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현실에서는 선택지가 명확한 순간이 별로 없어요. 그것이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를 읽고 보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극단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주인공에게 선택하게 만들거든요. 그 과정에서 이성적이지 않은 선택을 할 때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는 희생 서사에서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김승원 : 참 인간이 묘해요. 이기적일 때는 엄청 이기적인데, 희생을 해야 할 때는 용기를 내어서 희생하는 감동적인 면도 있잖아요. 저는 작가의 이전 작품인 <마션>과 비교하면서 읽게 되더라구요. <마션>에서는 화성에서 혼자 살아남으려는 우주인이 나온다면,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는 혼자 지구를 구하려는 인간의 모습이 나와요. 그리고 작가는 세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그런 낙관성에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인류애가 생기는 것 같았어요. 김버금 : 저는 인물의 인간성이 외계 생명체를 만났을 때 두드러지게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내 모습을 알려면 나랑 반대되는 사람을 만나봐야 한다고 하잖아요. 외계 생명체를 만났을 때의 모습을 통해서 인간을 객관적인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재밌었고요.
이 책에는 과학 관련 용어들이 정말 많이 나와요. 요새 문과형 인간, 이과형 인간에 대한 코드가 농담으로 많이 쓰이는데요. 한편으론 그런 농담도 조심스럽게 다가가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나는 이과이기 때문에 시를 몰라’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게 농담이 되는 시대라면, 시도하지 못하는 게 너무 당연한 게 되어버리니까요. 저도 어떻게 보면 문과형 인간에 속하는 사람이지만 이 소설은 어렵고 딱딱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서, 문이과 대통합의 즐거움을 볼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가요? 김승원 : 어떤 일에서 장벽에 막혀 있는 분들, 막혀서 답답하신 분들이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문제들이 착착 해결되어 나가는 재미가 있거든요. 재밌는 것을 양껏 누리시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김버금 : 코로나로 굉장히 간소화되고 덤덤해진 일상에 지친 분들이 많은데요. 그런 일상 속에서 스펙타클한 이야기를 즐겨보고 싶을 때, 이 책으로 대리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윤성용 : 영화 <마션>을 재밌게 보신 분이라면, 이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SF 소설에 관심이 없으신 분이라도 입문하기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답답한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고 싶으실 때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읽어보시기를 걸 추천드립니다. "오늘 xyzorba는 어땠어요?" 보내주는 피드백은 늘 꼼꼼히 읽고 있어요. 좋은 말은 마음에 두고 지적은 기꺼이 반영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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